천원짜리 변호사 작가는 (희곡 전공자라면 당연히 다 정통할 수 밖에 없는 분야지만)
그리스 신화(정확하게는 비극)의 플롯을 차용하거나 암시하는 스토리가 굉장히 많음
화가 살인 사건을 구구절절 해설할 수도 있겠지만 이 열쇠를 풀 수 있는 가장 유효한 단서는 다음과 같다
앞서 선글라스 이야기에서 오이디푸스 비극과 검사 시절 천지훈 변호사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링크: https://gall.dcinside.com/1000wonlawyer/4242
이와 다르게 4화-6화에서 진행된 살인 사건은 오이디푸스 이야기가 아니라 "엘렉트라"의 이야기다
엘렉트라의 이야기는
아버지인 아가멤논을 죽인 자신의 어머니 왕비 클리타임네스트라를
동생 오레스테스와 함께 어머니와 정부를 살해한다는 내용인데
이거 다들 어디서 본 장면이 아닌가?
그렇다 김화백과 유희주 관장 살인사건의 두 남매 이야기와 판박이다
이 사건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글에 여러 사람들이 이것저것 댓글을 달아 이야기를 하는데
위 댓글에 나와있는 모든 내용들이 유효한 해석이다
그럼 천천히 엘렉트라의 이야기와 김화백의 이야기를 대조해보자
아버지 아가멤논 왕 <=> 아버지 김화백
왕비 클리타임네스트라 <=> 어머니 유희주 관장
딸인 엘렉트라 <=> 누나 김수현
동생 오레스테스 <=> 남동생 김민재
정확하게 역할이 대응한다
세부적인 장치나 서사에는 약간의 변주가 가해졌지만 플롯의 틀 자체는 동일하다
아버지 김화백이 자살하였지만
사실상 어머니 유희주 관장의 압박으로 인해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된 것이고
어머니 유희주 관장은 딸인 누나 김수현의 손에 목숨을 잃게 되는데
그 장소에는 동생인 김민재가 같이 있었고 살인에 대한 누명을 이미 죽은 아버지에게 덮어 씌우기로 한다
여기에 엘렉트라 콤플렉스의 특징들을 대입해보면 김수현의 행동과 어머니의 마지막 말도 쉽게 풀이가 가능하다
그럼 이에 대해 설명하기 전에 화가 사건에 중심이 되는 그림 이야기를 먼저 해보자
프로이트(오이디푸스 콤플렉스) - 융(엘렉트라 콤플렉스)로 이어지는 무의식적 관념에는
남근 선망이 자리 잡고 있다
아들들이 겪는 아버지에 대한 공포는 어머니를 취할 가능성이 있는 아들을 거세하기 위한 아버지의 위력,
즉 성인이 되기 전 아들들은 아버지에 의해 본인의 남근이 거세될 것에 대한 두려움을 표출하는 것이 바로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이고
엘렉트라 컴플렉스의 경우
남근선망을 하는 여아가 남근을 부여하지 않는 어머니를 원망함으로써 드러난다
즉 남아와 여아의 공포 혹은 부모에 대한 증오심은 결국 "남근"의 박탈 혹은 결핍이 그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럼 이 미스테리한 사건에서 "남근"과 동일한 역할을 하게 되는 건 무엇인가?
바로 "그림"이다
김화백 사건의 해결 실마리이자 주요 테마인 그림은 곧 남근에 대한 알레고리다
이해가 잘 가지 않는다면, 위에 올린 바 있는 엘렉트라 콤플렉스의 내용에서 아버지(남근)항목을 그림으로
엘렉트라의 항목을 김수현으로 바꾸면 좀 더 이해가 쉬워질 것이다
그러니까 김수현이 어머니를 죽이기 전 그림을 찢어내는 장면은
아버지(남근, 그림)을 독점한 채 자신에게는 남근(그림)을 부여하지 않은 어머니에 대한 증오심이 표출된 것이고
이 때문에 우연치 않게 어머니를 칼로 죽이게 되었으나 무의식의 차원에서의 김수현은
어머니가 죽길 바랐던 것.
엘렉트라의 이야기처럼 정부가 등장하지 않지만
어머니 역시 아버지를 버리게 되고 김민재의 그림에 더 많은 집착을 보이게 되는데
바람이난다, 정부를 만드는 이유를 곱씹어보자
한 마디로 내 남편과의 잠자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 즉 남근에 문제가 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김화백이 그럼 성불구자란 얘기인가?
당연히 아니다 그러나 그 대신 김화백은 화백으로 불릴 수 없는 철저한 예술적 불구자였다
*성적 리비도와 예술 해설을 더 자세히 이해하고 싶다면
프로이트의 예술문학정신분석이나 슬라보예 지젝의 영화를 보는 것을 추천하다
그의 그림은 그가 그린 것이 아니라 아들인 김민재가 그렸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아들 김민재는 김화백의 사망 이후 상징적인 의미로 남근, 즉 그림을 유일하게 가질 수 있는 아버지의 위치였다
즉 김화백의 이야기에서 누나 김수현이 동생 김민재를 이성적으로 사랑하고 있다는 근친상간의 가능성은 매우 설득력 있다
그러나 엘렉트라 이야기와는 약간 다른 지점이 유희주 관장의 마지막 말에서 드러나는데
"수현아, 민재가 날.."
아마 절대다수 시청자들은
유희주 관장이 자신의 딸을 지키려고 한 거짓말 정도로 생각했을 것이다
이후에 나올 문장은 ..찔렀다로 읽히는게 당연하다
그러나 엘렉트라 이야기를 보고 난 뒤의 어머니의 유언은 굉장히 의미 심장한데
김수현이 유희주 관장을 찌른 후 둘이 끌어안고 방법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유희주 관장은 여전히 살아있었다
즉, 그 과정에서 유희주 관장이 알 수 있는 사실은 2가지다
1. 김민재와 김수현은 사실 서로 사랑하는 사이일 수 있다
2. 의붓아들 김민재는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
즉 소름끼치게도 유희주 관장은 죽은 김화백이 아니라 의붓아들 김민재를 성적으로든 정신적으로든 사랑했을 확률이 매우 높다
그러니까 유희주 관장의 마지막 말은 딸을 지키려는 유언도 아니고
잔인하게도 아들 김민재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에 대한, 여성으로서의 회한과도 같은 유언이었을 확률이 더 높다
그럼 이 지점에서 의사 김수현이 어머니를 살리지 못했다는 점도 해답의 실마리가 보인다
김수현이 실수로 어머니를 찔렀고
그 실수로 찌른 어머니를 의사인 김수현이 살려내지 못했지만
무의식의 세계에서 김수현은 어머니를 살해하고 싶었고
칼에 찔린 어머니를 의도적으로 살려내지 않았다는 것이 더 타당하다
그리고 더욱 재밌는 것은 천변이 이 사건을 해결하게 도와준 물건이 바로 "그림"이라는 점
우리가 이 이야기를 이해하는데 가장 핵심이 되는 요소도 바로 그림이다
하지만 천변의 마지막 말은 의아하게 들릴 수 있다
"부모란 사람들은 말이에요, 자기 딸이 자기를 찔렀다고 해도, 그 딸을 끝까지 보호하려고 했을거에요
민재를 이용해서라도 이유는 저도 잘 모르겠지만요.."
이 지점은 천변의 개인적인 경험에 의한 감상으로 분리해서 보는게 좀 더 타당하다
아마도 천변의 이 대답은
자기 자신을 수사하려고 했음에도, 정치권의 압박과 위협 때문에 아들을 보호하려 했던 김윤섭의 이야기일 확률이 높다
민재를 이용해서라도, 이유는 저도 잘 모르겠지만요라는 이 부분은
작가가 이 사건에 대한 실마리를 천변의 입을 통해 확실하게 해설해주기 보다는
시청자로 하여금 스스로 고민하게 하는 일종의 미끼같은 대사로 이해하면 더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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