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단일 기업 중 임원 숫자가 가장 많은 곳은 삼성전자다.
이 회사의 임원 수만 해도 1000명이 넘는다. 국내 100大(대) 기업 전체 임원 6800여명의 7분의 1 수준이다.
1000명이 넘는 삼성전자 임원 중 ‘장원’급은 몇 명이나 될까. 여기서 장원은 10년 이상 활약하는 장수 임원을 지칭한다. 삼성전자를 움직이는 핵심 실세 그룹이나 다름없다.
이들 장수 임원들은 몇 명이나 활약하고 있을까. 임원 현황을 살펴보니 올해 재임 기준으로 120여 명 활약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같은 결과는 한국CXO연구소(소장 오일선)가 ‘2018년 삼성전자 10년 이상 재임한 장수 임원 분석’ 현황 결과에서 도출됐다고 23일 밝혔다.
임원 재임 현황 여부 및 출신대 등은 각 년도 반기보고서를 참고 했다. 최초 임원 승진 시점은 정기보고서에 임원 명단이 오르기 시작한 해를 기준으로 삼았다. 정기보고서 등에 나와 있지 않은 내용은 언론 및 각종 인물 정보 현황 등을 보강해 조사가 이뤄졌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삼성전자의 국내 직원 수는 10만 1953명인데 이중 임원 수는 1047명으로 파악됐다.
직원 대비 임원 숫자는 1% 수준으로 조사됐다. 직원 97명 당 임원 1명꼴인 셈이다.
지난 2009년 이후부터 올해까지 횟수로 10년 동안 활약하고 있는 임원은 124명으로 집계됐다. 직원 1000명 당 한 명 정도만 10년 넘게 임원직을 유지하고 있다는 얘기다.
삼성전자에서 임원 승진을 ‘하늘의 별따기’에 비유되는데, 이보다 10배 어려운 관문을 통과한 핵심 헤드쿼터 그룹은 전체 직원의 0.1%에 해당했다.
그렇다면 삼성전자를 실질적으로 쥐락펴락하는 0.1%에 속하는 핵심 임원들은 어떤 특징을 갖고 있을까. 낭중지추(囊中之錐)처럼 능력이 출중해야 한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능력 이외의 다른 공통분모를 찾아보니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삼말사초(三末四初)’였다. 삼말사초는 늦어도 30대 말이나 40대 초반에는 기업의 꽂인 별을 달아야 장원급 반열에 올라설 확률이 높아진다는 의미다.
실제 올해 파악된 삼성전자 124명 중 절반이 넘는 경우가 45세가 되기도 전에 임원 타이틀을 단 것으로 파악됐다.
30대에 임원으로 발탁된 숫자는 124명 중 11명(8.9%)이나 됐다. 2019년 인사에서 승진한 김기남(1958년생) 부회장과 노태문(1968년생) 사장 등이 모두 30대에 임원 자리를 처음 꿰찼다.
김 부회장과 노 사장은 공식적으로 각각 1997년 반도체연구소 이사보와 2007년 무선사업부 개발팀 상무를 맡으면서 임원 반열에 올랐다. 두 명 모두 40세가 되기도 전에 삼성전자에서 처음 별을 달았다.
40~41세에 임원 등용된 숫자도 6명(4.8%)이었고, 42~43세는 31명(25%)으로 조사됐다. 44세는 27명(21.8%)으로 조사 대상자 중 최다였다. 45세도 16명(12.9%)으로 다수를 차지했다. 44~45세 사이에 첫 임원이 된 경우는 43명(34.7%)이었다.
이외 46~47세 24명(19.4%), 48~49세 6명(4.8%)이었고, 50~51세는 3명(2.4%)으로 상대적으로 적었다.
전체적으로 보면 조사 대상 124명 중 75명(60.5%)은 30대에서 44세 사이에 임원 자리에 처음 올라섰다.
관련기사권오현 삼성전자 상임고문, "어려운 때일수록 이재용 부회장의 강력한 리더십 중요"1000대 기업, CEO 배출 대학 순위...'SKY' 이어 한양대·서강대·성대·중앙대·부산대·한국외대·인하대 '톱10'이런 결과만 놓고 보면 매년 단행되는 삼성전자 임원 인사에서 30대에서 40대 초반에 어떤 임원들이 발탁됐는지 살펴보는 것도 새로운 관전 포인트다. 40대 초반 이전에 임원으로 승진한 인재 중에서 미래의 삼성전자를 이끌어갈 CEO와 주요 경영진이 나올 가능성이 그만큼 높기 때문이다.
이를 역으로 해석하면 삼성전자에서 50세 이후에 첫 임원으로 발탁된다는 것은 3년 정도 활약하고 퇴임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124명 임원의 2018년 기준 재임 기간을 살펴보니 10년차가 26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11년·12년·14년차가 각각 17명으로 조사됐다.
지난 1990년대에 임원으로 첫 등용되어 올해까지 임원직을 유지한 이른바 ‘20세기 임원’도 6명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소 20년 넘게 임원직을 유지하고 있는 ‘초장수 임원’들이다.
삼성전자에서 현직 임원 중 최장수는 권오현(1952년) 회장이다. 권 회장은 39세가 되던 지난 1991년에 반도체부문 이사로 발탁돼 2018년 올해까지 28년이나 임원 타이틀을 유지해오고 있다. 지금은 경영 일선에서 한 발 물러났지만, 2020년까지 회장직을 그대로 유지할 경우 삼성전자 임원 경력만 30년이 되는 진기록을 세우게 된다.
하지만 2018년 올해 기준만 놓고 보면 역대 삼성전자 최장수 임원은 따로 있다. 29년 간 임원을 역임한 윤종용(1944년) 전 부회장이 주인공이다. 윤 전 부회장은 지난 1980년 삼성전자공업(주) TV사업부장으로 이사 자리에 처음 등극했다. 당시 나이 36세. 이후 대표이사 부회장을 거쳐 2008년 고문으로 정기보고서에 명시돼 물러날 때까지 29년 간 임원직을 유지해왔다. 윤 전 부회장의 임원 경력 기록을 후배격인 권 회장이 깰 수 있을 지도 관심사 중 하나다.
이번에 조사된 124명 장수 임원 중 학부 출신대가 파악된 경우는 110명이었다. 이중 ‘서울대’ 출신이 26명으로 최다였다. 대표적으로 권 회장을 비롯해 이재용 부회장, 김기남 부회장, 김상균 사장, 정은승 사장, 진교영 사장, 등이 모두 서울대 동문이다.
다음으로 많은 곳은 한양대(14명)였다. 대표적으로 윤부근 부회장과 김현석 사장 등이 한양대 출신이다. 삼성전자는 전통적으로 경영학도 출신보다는 공학도 출신들을 다수 중용하다 보니 공학계열에 강한 한양대 출신들이 주요 요직에 다수 활약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연세대(12명)를 나온 임원도 다수 활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현호 사장, 노희찬 사장 등은 연세대 출신이다. 연세대는 상경계열 학과 출신들이 다소 강세를 보였다. 정 사장과 노 사장은 각각 연세대 경영학과와 경제학과를 나왔다.
삼성전자 10년 장수 임원들의 출신대학별 숫자만 놓고 보면 소위 말하는 ‘SKY 大’ 구도가 아닌 서울대(S), 한양대(H), 연세대(Y)를 의미하는 ‘샤이(SHY)’ 대학 출신이 대세를 이뤄졌다. 여기에 속한 임원 비율만 해도 41.9%나 차지했다.
지방대 중에서는 ‘경북대’ 출신이 단연 돋보였다. 삼성전자 이사회를 이끌어가는 이상훈 의장을 비롯해 전동수 사장도 경북대를 나왔다. 앞서 두 명을 포함해 경북대 출신 중 10년 넘는 장수 임원만 해도 5명이나 되는 것으로 포함됐다.
단일학과로 살펴보면 전기·전자공학도를 의미하는 ‘전공도’ 출신들이 삼성전자를 움직이는 주축인 것으로 확인됐다. 단일 대학별로는 서울대 전기·전자공학도 출신이 12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한양대 전기·전자공학을 나온 임원들이 8명으로 그 뒤를 이었다.
다른 대학 출신 임원 중에서도 ‘전공도’ 출신들이 맹활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균 부회장은 광운대 전자공학, 한종희 사장은 인하대 전자공학과 출신이다. 2018년 기준 삼성전자에서 10년 넘는 임원 중 30% 정도는 전기, 전자, 통신관련 학과를 나온 공학도들이다.
대학원으로 범위를 넓혀보면 ‘카이스트(KAIST)’ 출신이 단연 최다였다. 조사 대상 124명 중 19명이 카이스트에서 석사 내지 박사 학위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카이스트는 삼성전자를 움직이는 핵심 브레인을 창출하는 인재의 요람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권오현 회장과 김기남 부회장도 카이스트 석사 과정을 밟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이번 조사와 관련해 오일선 소장은 “삼성전자에서 10년 이상 되는 장수 임원들을 살펴보면 예전과 달리 특정 고교 출신에 대한 쏠림 현상은 거의 없었고 지방대와 외국 대학 출신도 다수 활약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며 “이는 삼성전자가 특정 지역과 인맥을 중심으로 하는 폐쇄적인 인사가 아닌 철저히 기술 진화와 경영 성과에 역점을 두는 능력 위주의 임원 인사가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오 소장은 “삼성전자에서 여성 임원 중 10년 이상 된 경우도 2명 있었는데 이 숫자가 크게 늘어나려면 장기적으로 이공계를 출신이 많아져야 한다”며 “이공계를 나온 다수 여성들이 기업에서 활약하지 않는 이상 여성 임원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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