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서재를 본다. 수많은 영어 관련 서적들이 줄지어 서있다. 전해성 선생이 쓴 '전해성의 최강 영문법 특강'이 보인다. 이 책은 많은 학자들의 내용을 압축하여 요약했다. 문법 수준도 좋다. 토플 대비용으로 훌륭하다. 전해성 선생의 심플하면서 요약적인 한줄 한줄의 강의력이 녹아있는 책이다. 그는 핵심을 찌른다. 그래서 그의 책도 핵심을 찌르는 방식의 서술을 채택하고 있다.
옆을 보니 임현도 선생이 쓴 '풀코스 영문법'이 보인다. 두 권이나 있다. 하나는 개정판이고, 하나는 이전에 나온 원판이다. 그 옆은 송연석 선생이 쓴 '영문법 무작정 따라하기'가 보인다. 무작정 따라하기 시리즈는 영어를 부담없이 익힐 수 있는 구성이라 좋다. 그래서 나도 애용했다. 김형탁 선생이 지은 '영단어 무작정 따라하기' 2권이 나란히 서있다.
아래 하단에는 박상준 선생이 지은 '해석이론' 4권이 빼곡히 박혀있다. 한번 읽고 그 이후로 본 적이 없다. 김일곤 선생의 영문독해 연습 501 플러스와 대한민국의 소문난 영어 독해의 신 김영로 선생의 영어순해가 옆으로 나열되어있다. 영어순해는 정말 위대한 책이다. 이 책으로 학생들은 직독직해라는 개념을 처음 접하게 되었다. 오락가락하던, 뒤죽박죽하던 한국인들의 영어 해석을 앞에서 뒤로 물흐르듯이 교정한 책이다. 수많은 통역사들이 이 책으로 독해를 바로 잡았다. 결국 언어는 앞에서 뒤로 읽어야 하고, 통역시에는 앞뒤로 왔다갔다하면서 해석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영로가 제시한 것은 한권이 책이 아니다. 그것은 패러다임의 전환이었다.
삼팔선 이남의 최고 영어학자라는 김두식 선생의 현대대학영문법이 그 옆에 서있다. 든든하다. 고려대 영어교육과 교수인 최인철 선생의 실용 영문법 백과사전이 보인다. 왜 샀는가? 도서정가제 시작전에 싸서 샀다. 일회독하고 한번도 펴보지 않았다. 정치근 선생의 빨간 영어 책을 넘어 문용 선생의 위대한 저작인 고급영문법해설이 보인다. 이 책은 참 많이도 읽었다. 전공이 영어라 이 책을 안 읽을 수 없었다. 독서 스터디를 우리는 이 책으로 했다. 나와 같은 영어 전공자 5명이서 이 책을 분할해 강독하며 카페에서 진행했다. 정작 나에게 영어 통사론과 영문법을 가르쳤던 교수는 이 책이 낡은 내용도 들어있다고 했다. 낡은 내용이 좀 들어있으면 어떤가? 낡았어도 틀리지만 않으면 된다. 하나의 문법현상에 대해서 설명 방식이야 늘 바뀐다. 더 설득력 있고 논리적인 설명이 그 이전 설명을 대체한다. 그러나 그 이전 설명 자체가 가치가 없는 것은 아니다. 초기 촘스키 저작을 통과하지 않고 촘스키의 MP에 도달할 수 없듯이.
그 양 옆으로 수많은 철학서들이 즐비하게 꽂혀있다. 프리드리히 니체의 전집을 시작으로, 램프레히트의 서양철학사와 논리학 서적들이 보인다. 박병철 선생의 언어철학서들도 꽂혀있다. 언어학자는 결국에는 언어철학을 공부하지 않을 수 없다. 맞닿아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러셀과 비트겐슈타인은 Curme이나 Quirk 이상으로 내게 친숙하다. 제임스 레이첼즈의 도덕철학책은 내가 입맛을 다시면서 읽었다. 얄퍅한 앤서니 웨스턴의 책을 읽을바에 이런 책을 진득허니 읽는게 논리적 사고를 기르는데 훨씬 도움이 된다. 조셉 윌리엄스의 논증의 탄생도 보이고, 도킨스의 서적들도 보인다.
그 아래를 보니 수많은 영어 음성학 책들이 보인다. 음성학 책만을 정리해둔 칸으로 생각했는데 Yule이 쓴 Explaining English Grammar도 같이 꽂혀있다. 이 전공서적은 왜 음성학 서적들이 있는 칸에 홀로 꽂혀있는걸까. 분명 내가 꽂았다. 이유를 모르겠다.
그 옆을 보니 내가 통사론 수업을 들으며 애독했던 Bas Aarts의 Englsih Syntax and Argumentation이 있다. 난 정말 이 책을 퍽으나 사랑했다. 정태구 선생의 영어통사론을 10점 만점에 2점정도 줄 수 있다면 이 책은 10점 만점에 12점을 주고싶다. 이 책보다 X-bar 이론을 쉽게 설명한 책은 보지 못했다. 대학 교수들도 이 책은 하나같이 강권했다. 나도 정독하고 나서 그들의 생각에 동의했다. Bas Aarts는 영어 원어민도 아니다. 그는 네덜란드 출신으로 유투레흐트 대학에서 영어학을 전공해 런던대학의 교수로 와있었다. 예스퍼슨이 생각났다. 우리 나라에는 이런 학자들이 언제면 나올 것인가? 우리나라 영어학부 대학교수들은 쏟아져 나오는 영미권의 영어학 서적들의 콩고물을 받아먹기 바쁘다. 이렇게 네덜란드인이 영어학 필드를 리드하는 책을 내는 것을 보고도 그들은 느끼는 바가 없을 것이다. 슬픈 현실이다.
한학성 선생의 그 안과 밖이 오른쪽에, 김진우 선생의 언어라는 대작과 함께 배치되어있다. 둘 다 훌륭한 책이다. 김진우 선생의 책을 읽고 언어학도가 된 이들이 한 둘이 아니다. 이 책은 한국의 학자가 쓴 최고의 작품 중 하나이다. 그 안에 유머도 있고, 따스한 가르침도 있다. 김진우 선생은 언어학자들의 하나의 표본이다. 우리는 그를 배워야한다. 그를 닮아야한다. 노암 촘스키의 Syntactic Structure가 그 옆에 있다. 이 책은 그의 언어철학은 만방에 알린 책이다. 그런데 초기에 아무 곳에서도 출판해주지 않았다. 간신히 출판된 이 책을 시작으로 현대 언어학이 시작되었다. 난 3회독을 했다. 난 촘스키 저작들을 모두 좋아한다. 사실 언어학, 특히 나같이 영어학을 전공한 사람들에게 촘스키는 피할 수 없는 인물이다. 모든 현대언어학의 이론이 그의 머릿속에서 다 튀어나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가 그를 먼저 접한 것은 '촘스키 세상의 권력을 말하다'라는 2권의 책을 통해서였다. 인터뷰 형식으로 진행된 이 책에서 그는 언어철학자다운 치밀한 논증력을 보이며 나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 그와는 이메일도 수차례 주고받았다. 촘스키는 본래 히브리어 전공자이다. 하지만 그의 영향력은 영어학계에서 훨씬 파워가 강하다. 촘스키는 MIT에서 독일어와 프랑스어도 강의했었다. 무엇보다 프랑스가 낳은 대철학자 미셀 푸코와의 대담은 거대한 지성의 충돌로 현대사에 아로새겨져있다. 당시 젊은 촘스키는 발랄하면서도 재치있고 논리적이며 에너지가 약동하는 인물이였다. 자신의 학계의 영향력을 약자를 대변하고 강자를 비판하는 데 사용했다. 그의 연구실에는 지금도 버틀란드 러셀의 초상화가 걸려있다고 한다. 난 그를 사랑한다!
촘스키 책 옆에는 앤드류 카니의 Syntax가 놓여있다. 이 책을 얼마나 많이도 읽었는지! 정말 훌륭한 책이다. Givon의 English Grammar도 보인다. Bolinger도 영어학에 대단한 통찰을 제공한 학자인데, Givon도 그렇다. 재밌는 것은 Givon의 English Grammar 1권 앞에 Bolinger와 1987년에 함께 찍은 사진을 실어두었다는 것이다. 사진만보면 영어학계의 거두(巨頭)는커녕 놀러나온 동네 아저씨 둘이다. 사진 뒤에도 '볼린저를 기리며'라고 책을 시작하고 있다. 둘은 둘도 없는 친구였다. Givon은 문법에서도 Function에 집착을 보였다. 다음의 Givon의 말은 영어학도들이 가슴에 새길 말이다.
Givon - "Gramamr is not a set of rigid rules that must be followed in order to pruduce grammartical sentences. Rather, gramamr is a set of strategies that one employs in oder to produce coherent communication."
아래 쪽을 보니 Haegeman의 GB 이론서가 보인다. 대학 시절 참 나는 이 책을 옆구리에 끼고 살았다. 내 기억에 의하면 Haegeman의 이 700페이지짜리 서적은 전공서적이었다. 통사론의 가장 주된 텍스트북중에 하나였다. 내 기억이 맞다면 난 정독으로 이 책을 20번도 넘게 보았다. 영어학보다는 언어학책이었다. Pro 설명에서 이태리어 예문도 튀어나왔다. 재밌게봤다. 난 삼국지 같은 소설보다 이런 전공서적이 더 재밌다.
라드포드부터 시작해서 Curme, Quirk 책들이 연달아 그 아래 또 보인다. Fowler의 Usage 책과 한 명성하는 Swan의 Practical English Usage도 보인다. 그 옆에 Basic English Usage도 있다. 여름 방학과 겨울 방학때 늘 Usage 책들을 독파했다. 보고 또 봤다. 심심하면 보는게 콜로케이션 서적과 이런 저런 어법서였다. 영어전공이라 봐야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본 것은 아니다. 영어의 이런저런 면을 알아가는 맛이 좋았다.
참으로 셀 수 없을정도로 서재가 빽빽하다. 100권은 더 있는거 같다. 설명하기가 귀찮다.
그러면 내 서재의 최상단에는 무슨책이 있을까? 성문이다. 성문 기초가 2권, 성문 기본영어가 1권, 성문 핵심이 1권, 성문 종합이 1권있다. 제일 많이 본 책을 꼽으라면 저 책들이다. 지금도 본다. 읽을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예문이 너무 좋다. 구문이 너무 훌륭하다. 저자가 창작해서 영작한 문장은 없다. 다 영미권 최고 지성인들의 책에서 따온 것들이다. 성문 종합만 봐도 좋은 영어 원서 10권 이상 읽은 효과가 있다. 대학시절에도 형태론이고 화용론이고 전공서적을 보다가 기분전환으로 성문영어를 봤다. 과외를 해도 난 늘 성문만 고집했다. 학부모들이 반신반의했지만 애들 성적이 팍팍 오르는 것을 보자 전폭적인 신뢰를 보여주었다. 대치동에서 아이비리그 준비반을 과외한다는 친구놈 말을 들으니, 거긴 학부모들이 오히려 방학때 날잡아서 성문 종합 한번 떼달라고 한다고 한다. 역시 아는 사람만 안다. 그리고 보이는 사람만 본다. 성문 시리즈의 가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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