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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 야근

toto(219.250) 2008.04.05 00:59:08
조회 2141 추천 0 댓글 1

중앙부처 사무관 들이 야근을 많이 하는 것은..
뭐 개인에 따라서 일이 재밌다거나, 성취감, 사명감 등등의 이유로 그런 사람도 있겠지만
일단 개개인이 맡고 있는 업무량도 많을 뿐더러
공무원 업무 성격 및 업무 환경상 야근을 할 수 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임...

우선 사무관 한명 한명이 맡고 있는 업무의 파급효과가 큰지라
업무 하나하나에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으니
이 과정에서 업무량이 늘어날 것임..
뭐 그러나 이는 민간기업 업무도 마찬가지겠지....

실제로 민간 기관에는 근무를 안해봐서 잘은 모르겠지만
우선 공무원 업무는 시간이 상당히 촉박한 경우가 많음.
2MB는 일단위로 계획을 세워서 일하라고 하던데...
당장 뭐가 떨어져서 언제까지 하라고 데드라인이 정해지면
그거에 맞춰서 뭐라도 만들어 낼라면 느긋하게 앉아서 연구할 시간이 별로 없음
특히 중장기 연구 과제가 아닌 현안 업무 같은 경우는 처리 기간이 상당히 촉박한 경우가 많고
정책 대응의 적시성이 중시되기 때문에
여기 맞출라면 어쩔수 없이 야근을 해야함...

가령 장관 회의나 대통령 업무보고 일정이 목요일쯤에 갑자기 다음주 화요일로 잡혔다...
이러면 그 주 주말은 포기하는 것임...

그리고 공무원 업무 중에서 특수하면서도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속칭 "찌라시" 업무임
이게 뭐냐하면 각 부처로 날라오는 국회의원 요구자료, 질의자료, 언론 인터뷰 자료 등등인데
이것의 특성이 요구하는 내용이 애매모호 하면서도 제출 기한이 열라게 촉박하다는 것임..
가령, 국회 상임위가 한 번 열리면 국회담당 부서가 의원들 질의서를 전날 밤까지 입수를 하고
실무자들은 답변서를 당일 아침 장관이 국회로 출근하기 전까지 완성해서 책상에 갖다놔야 함..
이게 모르는 사람은 별거 아닌거 같지만 당장에 이슈 거리가 되는 사안의 담당자들은
쏟아지는 질의서 처리하는게 장난이 아니고 밤을 꼬박 새는 경우도 많음...
가을이 되면 소위 "국정감사 시즌"이 돌아오는데 이때는 모든 공무원들이 긴장하기 시작함...
한달전쯤 부터 쏟아져 들어오는 요구자료 처리하고
본 감사때 질의에 대한 답변자료들 작성하느라 죽어남...
이때 의원이나 보좌관이 멍청할 수록 구체적으로 찝어내지 못하고 "뭐뭐에 대한 자료 일체"
이런식으로 자료를 요구하는데 이거 걸리면 정말 울고 싶어짐..

언론 인터뷰도 신문 같은 거야 시간을 두고 스케쥴이 잡히지만 라디오 시사프로 출연같은 것은
스케쥴이 촉박하게 잡힘(다음날 아침 프로 출현이 그 전날 오후에 결정되는 경우도 있음).
이런거 걸리면 당장 스케쥴에 맞춰서 자료를 준비해야 하니 야근을 하게 될 것이고....

그리고 언론에서 엉뚱한 기사 하나 때리면
앞에서도 말했지만 정부의 대응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중 하나가 적시성이기 때문에
바로 국정브리핑 같은데 반론을 올려야 함....그냥 며칠 지나버리면 아무 의미가 없음...
이런거 걸리면 또 야근하게 되고...
(근데 국정브리핑에 댓글이나 반론 올리는 업무는 이 정권에서는 없을듯 함..ㅎㅎㅎ)

그리고 어떤 현안에 대하여 정책대응 방안을 연구해서 마련하는 과제가 떨어졌다고 했을때
낮에는 여기저기서 찾는 사람도 많고, 시달리는 데가 많아서 집중해서 깊이 생각할 겨를이 없음..
이러면 해떨어 지고 조용해지면 차분한 분위기에서 연구를 시작하게 되고.. 야근하고....

결국 어떤 사안에 대한 정책 기획,집행 과정에서 근본적인 그 정책안 보고서를 만드는 것과
더불어 그와 관련된 회의자료, 요구자료 등의 각종 자료 작성, 그외의 절차적 타당성을 갖추기
위하여 요구되는 여러 요소 등 부수적으로 딸려 오는 업무들이 많기 때문에
전체 업무량이 증가하는 것임

이런 업무 성격이나 환경에 적응 못하면 결국 공무원 생활이 적성에 안 맞게 되고
공직자로서의 삶에 회의를 갖게 되는 것임..
이런 거 하려고 고생해서 고시 공부했나 싶을 때도 있을 것이고.....

그러나 이런 것들을 민간기업 입장에서 정말 비효율적, 비생산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민주주의가 발전할 수록 국가 권력 행사에 대한 통제가 강화되는 흐름에서
어떻게 보면 상당히 중요한 의미가 있는 업무라고 볼 수도 있음...
정부가 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하는 과정에서 이러한 감시, 통제기관이 달려드는 것은
당연하고 또, 바람직한 것이며
이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장차관이 실무적으로 정제되지 않은 의견들을 함부로 얘기하고 다니면
시장과 사회에 더 큰 혼란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임
실제로 말 한마디 잘 못 해서 고생하는 고위공직자들을 많이 볼 수 있음..
(이런거 해명자료 내서 주어담는 것도 다 불쌍한 실무자들 몫임....)

행정학에 정치행정일원론이니 이원론이니 하는 것도 있지만
더이상 70년대 개발독재 체제가 아닌 이상
정치라는 것이 행정보다 상위 개념이 된 시대가 온 것은 분명하고
정책 결정시 필요한 사회적으로 다양한 의견의 조정을 통한 합의 도출과정에서
담당 실무자에게 요구되는 필수적인 업무라고 개인적으로는 생각함...

그래도 막상 이런거 때문에 야근하면 엄청 짜증날 것임....ㅎㅎㅎㅎ

쓰다보니 횡설수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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