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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갤문학 [광장 - 최인훈]

oxin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0.06.13 23:40:44
조회 31 추천 0 댓글 11

방 안 생김새는, 통로보다 조금 높게 설득자들이 앉아 있고, 포로는 왼편에서 들어와서 바른편으로 빠지게 돼 있다. 네 사람의 매니저, 정장을 입은 사장이 한 사람, 합쳐서 다섯 명. 그들 앞에 가서, 걸음을 멈춘다. 앞에 앉은 매니저가, 부드럽게 웃으면서 말한다.

“동무, 앉으시오.”

스푸모니는 움직이지 않았다.

“동무는 어느 쪽으로 가겠소?”

“상하차.”

그들은 서로 쳐다본다. 앉으라고 하던 매니저가, 윗몸을 테이블 위로 바싹 내밀면서, 말한다.

“동무, 상하차도, 마찬가지로 노예의 알바요. 굶주림과 탈주가 일상인 낯선 일자리에 가서 어쩌자는 거요?”

“상하차.”

“다시 한 번 생각하시오. 돌이킬 수 없는 중대한 결정이란 말요. 자랑스러운 권리를 왜 포기하는 거요?”

“상하차.”

이번에는, 그 옆에 앉은 매니저가 나앉는다.

“동무, 지금 사이버리아에서는, 피방 알바들을 위한 연금 법령을 냈소. 동무는 누구보다도 먼저 개인 컴퓨터를 가지게 될 것이며, 피돌이의 영웅으로 존경받을 것이오. 전체 직원은 동무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소. 매장의 게토도 동무의 개선을 반길 거요.”

“상하차.”

그들은 머리를 모으고 소곤소곤 상의를 한다.
처음에 말하던 매니저가, 다시 입을 연다.

“동무의 심정도 잘 알겠소. 오랜 흑인노예 생활에서, 일일노무자들의 간사한 꼬임수에 유혹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도 용서할 수 있소. 그런 염려는 하지 마시오. 우리는 동무의 하찮은 잘못을 탓하기보다도, 동무가 사장님과 손님에게 바친 충성을 더 높이 평가하오. 일체의 보복 행위는 없을 것을 약속하오. 동무는……”

“상하차.”

중공 대표가, 날카롭게 무어라 외쳤다. 설득하던 매니저는, 증오에 찬 눈초리로 스푸모니를 노려보면서, 내뱉었다.

“좋아.”

눈길을, 방금 도어를 열고 들어서는 다음 노예에게 옮겨 버렸다.
아까부터 그는 설득 자들에게 간단한 한마디만을 되풀이 대꾸하면서, 지금 다른 천막에세 동시에 진행되고 있을 광경을 그려 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자리에도 자기를 세워 보고 있었다.

“자넨 어디 출신인가?”

“……”

“음, X산이군.”

설득자는, 앞에 놓인 서류를 뒤적이면서,

“상하차라 지만 막연한 얘기요. 편의점보다 나은 알바가 어디 있겠어요. 소개소에 가본 사람들이 한결같이 하는 얘기지만, 밖에 나가 봐야 피편이 소중하다는 걸 안다구 하잖아요? 당신이 지금 가슴에 품은 울분은 나도 압니다. 알바 시급이 과도기적인 여러 가지 모순을 가지고 있는 걸 누가 부인합니까? 그러나 편의점엔 자유가 있습니다. 인간은 무엇보다도 자유가 소중한 것입니다. 당신은 서빙과 배달 생활을 통해서 이중으로 그걸 느꼈을 겁니다. 인간은……”

“상하차.”

“허허허, 강요하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내 나라 내 민족의 한사람이, 타향 만리 물류센터에 나서서, 동족으로서 어찌 한마디 참고되는 이야길 안 할 수 있겠습니다. 우리는 이곳에 알갤 2천만 노예들의 부탁을 받고 온 것입니다. 한 사람이라도 더 건져서, 세븐 매장으로 데려오라는……”

“상하차.”

“당신은 고등교육까지 받은 지식인입니다. 세븐일레븐은 지금 당신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당신은 위기에 처한 매장을 버리고 떠나 버리렵니까?”

“상하차.”

“지식인일수록 불만이 많은 법입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제 몸을 없애 버리겠습니까? 종기가 났다고 말이지요. 당신 한 사람을 잃는 건, 무식한 견습 알바생 열을 잃은 것보다 더 큰 매장의 손실입니다. 당신은 아직 젊습니다. 우리 매장에는 할 일이 태산 같습니다. 나는 당신보다 나이를 약간 더 먹었다는 의미에서, 친구로서 충고하고 싶습니다. 세븐의 품으로 돌아와서, 매장을 재건하는 일꾼이 돼주십시오. 낯선 일터에 가서 고생하느니, 그쪽이 당신 개인으로서도 행복이라는 걸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나는 당신을 처음 보았을 때, 대단히 인상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뭐 어떻게 생각지 마십시오. 나는 당신의 후장이 탐이났단 말입니다. 만일 우리 매장에 오는 경우에, 개인적인 조력을 제공할 용의가 있습니다. 어떻습니까?”

스푸모니는 고개를 쳐들고, 반듯하게 된 천막 천장을 올려다본다. 한층 가락을 낮춘 목소리로 혼잣말 외듯 나직이 말할 것이다.

“상하차.”

설득 자는, 손에 들었던 연필 꼭지로, 테이블을 툭 치면서, 곁에 앉은 매니저를 돌아볼 것이다. 매니저는, 어깨를 추스르며, 눈을 찡긋 하고 웃겠지.

나오는 문 앞에서, 서기의 책상 위에 놓인 명부에 이름을 적고 천막을 나서자, 그는 마치 재채기를 참았던 사람처럼 몸을 벌떡 뒤로 젖히면서, 마음껏 웃음을 터뜨렸다. 눈물이 찔끔찔끔 번지고, 침이 걸려서 캑캑거리면서도 그의 웃음은 멎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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