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 1호봉 ㅡ 입대. 존나 좆같다. 핸드폰 뺏기고 전국 각지에서 온 놈들이랑 좁은 곳에 모임. 입대하고 다음날 아침 표정보면 다들 썩어있음. 목소리 크고 무섭게 생긴 교관과 조교들의 엄격한 통제를 받는다. 본인은 말군번이라 10일 밖에 안됐음

이병 2호봉 ㅡ 훈련소에 적응해가는 시기. 수료시기가 다가오면 지들끼리 훈꺾, 훈련소 말년 ㅇㅈㄹ하며 짬 올려치기하는 시기. 같은 훈련소에 고작 3~4주 늦게 입대하는 애들 보면 기분이 좋음ㅋㅋ

이병 3호봉 ㅡ 훈련소를 수료하고 자대로 왔다. 입대할 때보다 더 긴장되는 신병으로서의 자대 전입이다. 자대에 오고나서 훈련소 동기들이 무척 그립고 보고싶다. 훈련소 동기들이 있는 톡방에 들어가 각자 자대 얘기를 한다. 하지만 이렇게 끈끈하게 맺어진 훈련소 동기들과의 전우애는 길어야 한 달 밖에 안가고 다들 자대에 적응하느라 바빠 톡을 많이 안한다. 또 한편으론 선임들에게 잘 보여야 할 시기라 정신적인 부담이 크다. 선임들이 사수 역할을 하며 근무를 배우는데 이때 잘하면 첫인상이 좋지만, 못하면 첫인상이 안좋아 이후의 군생활이 매우 힘들어진다. 하지만 이등병이기 때문에 못해도 막 그렇게 크게 닦지는 않고 간부들도 선임들도 어느정도는 이해해준다. 흡연장에서 선임들의 입에 가장 자주 오르내리는 이야기 단골소재가 된다. 그리고 운 나쁘면 이등병 때 맞후임이 생길 수 있다. 부바부지만 식사, 샤워 등의 활동을 이등병은 혼자서 못 하고 선임과 동행해야만 할 수 있다.

일병 1호봉 ㅡ 진짜 군생활의 시작. 이젠 이등병이 아니기 때문에 간부도 선임도 봐주지 않는다. 아마 군생활 중 가장 많이 혼나는 시기가 이때일 것이다. 정신없이 바쁘게 지낼 때. 그리고 일병 달면 맞후임이 생기는데 아직 본인도 다 적응을 못했는데 맞후임 가르쳐야 해서 힘들다. 재수없으면 맞후임이 보고있는 앞에서 선임들한테 닦이는 수치스러운 경험을 겪을 수도 있다.

일병 2호봉 ㅡ 이등병~일1 때보단 조금 나아졌지만 아직도 선임들 눈치 많이 볼 시기. 빠르면 첫 휴가를 이때 나간다. 그리고 복귀할 때 눈물을 흘린다.

일병 3호봉 ㅡ 이때쯤 되면 선임 도움 없이도 근무를 잘 서게 되며 슬슬 중심을 잡는다. 후임들이 점점 생겨나는 시기. 이때 후임들한테 잘 보여야 안 먹힌다.

일병 4호봉 ㅡ 본인이 이등병~일초 때 열심히 했다면 선임들은 이때부터 더 이상 크게 터치를 안한다.

일병 5호봉 ㅡ 상병 진급 준비. 체력 안되면 당장 운동 시작해야하고 병 기본도 외워야하고 사격하러 가고 좆같은 건 여전하다. 그리고 일꺾, 일말이라고 짬 찼다고 착각에 빠지기 쉬운 위험한 구간이다. 중2병에 걸리기 쉬운 시기인데 나대다가 상병장들에게 찍히니 주의할 것.

일병 6호봉 ㅡ 상병 진급 준비 2. 일병의 왕이다. 이때 진급 확정과 진급 누락으로 갈리는데 후자라면 많이 안타깝다.

상병 1호봉 ㅡ 짬찌 때부터 그토록 꿈꿔오던 상병을 달았다. 하지만 상병인데 아직도 군생활 50%가 안 된 군돌이를 보고 현타가 온다. 아직도 짬찌라는 걸 다시 한 번 자각한다. 그리고 진급누락으로 일병 7호봉이라면 더더욱 좆같다.

상병 2호봉 ㅡ 일단 50%는 넘었다. 하지만 자대생활 50%는 못 넘었다..에이스라면 분대장을 다는데 이때부터 예민해져서 후임들에게 화낼 일이 많아진다.

상병 3호봉 ㅡ 개짬찌는 아닌데 그냥 원인 모를 이유로 좆같다. 일이병들 열심히 관리해야 할 시기.

상병 4호봉 ㅡ 상병의 절반이 지났기 때문에 이때부터 물상병을 벗고 권력자로 부상하기 시작한다.

상병 5호봉 ㅡ 여기부터가 진짜 짬찼다고 할 수 있는 구간.  상말이라 곧 집으로 꺼질 말년병장 선임들을 제외하고 실세로 군림하기 시작해 권력의 정점을 찍는 시기. 하지만 이때부터 시간이 뒤지게 안 가 온갖 스트레스는 다 받는다. 누가 스트레스 받게 하는 사람도 없는데 그냥 군돌이 보면서 지 혼자 스트레스 받는 시기. 그리고 병장 진급 준비해야 한다. 개인차는 있지만 상병은 정상진급해도 병장 귀찮아서 진누박는 사람도 꽤 있다.

상병 6호봉 ㅡ 분대장을 이제 슬슬 후임한테 넘겨줄 때가 왔다. 분대장도 아니니 이젠 더 이상 후임들을 크게 잡지 않는다. 전역이 다가오는데 기쁘고 설레기보단 뭐 해먹고 살아야 할 지 막막하다.

병장 1호봉 ㅡ 막대기 4개. 더 이상 눈치 볼 선임이 없다. 생활관의 왕고다. 근무 대충서고 후임한테 막 짬 때려도 된다.
악질인 경우 병장 달았다고 신나서 꼬장 부리다가 찔리고 날라가서 휴짤당하는 피를 볼 수 있으니 주의요망

병장 2호봉 ㅡ 그냥 아무것도 하기 싫다. 이젠 빨리 집 좀 갔으면 좋겠다. 이젠 후임들한테 말 놓으라고 하고 한없이 엄격했던 사람도 이때쯤 되면 후임들에게 유해진다.

병장 3호봉 ㅡ 말출 시작할 짬. 휴가 나가는거 말고는 진짜 진짜 아무것도 하기 싫다. 휴가가 없어서 말년에도 군대에 있어야 한다면 정신병 걸릴 것 같이 무척 괴롭다. 걍 다 죽여버리고 싶고 점호도 안나오고 청소도 안하고 작업도 안나간다. 행보관한테 두발 길다고 잡힐까봐 실내에서도 병장 계급장이 붙여져있는 차양모를 푹 눌러쓰고 다니며 말년병장이라는 걸 자랑하고 다닌다.

병장 4호봉 ㅡ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전역!!! 말출을 갔다오고 며칠만 있다가 전역날 후임들과 모여서 사진 찍고 집으로 간다.

민간인 ㅡ 전역 다음날. 집에서 자고 일어나보면 군대가 그리울줄 알았지만 안 그립다. 먼저 전역해서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는 선임들, 간부들, 동기들, 후임들 이젠 완전 남남이다. 민간인이 군인이 되는 과정은 어렵고 오래 걸리지만, 군인이 민간인이 되는 과정은 하루면 충분하다. 하지만 아직 사회인들과 비교하면 머리가 여전히 짧다. 살짝 부끄럽다. 후임들과 친하게 지냈다면 휴가 나온 후임들이 술자리에 불러서 만나게 된다.

예비군 ㅡ 훈련가기 너무 좆같다. 전투화는 답답해 운동화 신고 간다. 고무링도 안찬다. 현역 때라면 상상도 하기 힘든 일이다. 교관과 조교들을 본다. 훈련병 때는 그렇게 무섭던 교관, 조교들이였는데 예비역들에게는 그저 그렇다. 하지만 퇴소 안 당하려면 기본적인 건 해야 한다.

아재 ㅡ 전역하고 10년 이상이 지났다. 30대 아재다. 심심할 때 어쩌다 한 번 시간내서 군생활의 추억을 느껴보려고 복무했던 부대가 있는 지역을 가본다. 역시 크게 바뀐 건 없다. 그동안 군대가 좋게 바뀌고 있다는 뉴스도 여러번 봤고, 자기보다 10살 이상 어린 현역들을 보면서 "군생활 참 편해졌다", "요즘 군대가 군대냐" ㅇㅈㄹ하며 자신도 모르게 꼰대가 되어있다.



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