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9년 차량을 주차한 후 조수석에서 내리던 여성이 마주 오던 차량과 부딪혀 차 문에 얼굴을 가격당한 사고가 있었다. 여성은 치아가 무려 9개나 골절되는 큰 부상을 입었다. 결국 하나는 뽑아야 했고, 목 디스크와 타박상까지 얻었다. 사고 장소는 불법 주정차한 차량이 많아 자리가 비좁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듯 우리 주변에서는 멈춰 있던 차량의 문이 갑자기 열리며 후행 차량이나 오토바이가 충돌하는 개문 사고가 종종 발생한다. 후방에서 접근하는 이들은 물론 차량 탑승객도 크게 다칠 수 있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특히 최근 전동 킥보드의 수가 늘어서 이런 개문 사고는 더욱 빈번해졌다.
전방 주시만으론 못 막아 문 열리는 속도가 더 빨라
개문 사고 발생 시 과실은 어떻게 될까? 일반적으로 운전자가 위험을 감지하고 난 뒤 브레이크를 밟기까지 1초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아무리 전방 주시에 집중한다고 해도 문이 열리는 건 순식간이기 때문에 문을 연 사람의 과실을 100%로 잡는 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10~20%의 과실이 운전자에게 돌아오는 경우도 있다. 도로 가장자리에 주정차 중인 차량이 있더라도 문이 열릴 가능성을 고려하면서 운행해야 한다는 이유다. 따라서 앞쪽 주차 차량의 비상등 혹은 브레이크 등이 점등되었을 경우 차량 내 탑승객이 내릴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서행하거나 경적을 울려 접근 사실을 알리는 것이 좋다.
사고 잦았던 네덜란드 캠페인으로 사고 줄여
개문 사고는 한국만의 일이 아니다. 세계 각국에서 이러한 개문 사고가 발생한다. 자전거 통행량이 많은 네덜란드는 1960년대부터 바로 ‘더치리치(Dutch Reach)’라는 캠페인을 벌여왔다. 네덜란드를 뜻하는 ‘더치(Dutch)’와 손을 뻗는다는 의미의 ‘리치(Reach)’의 합성어로 자동차 개문 시 차 문에서 멀리 떨어진 손으로 문을 여는 행동을 의미한다. 네덜란드는 이 캠페인을 통해 차 문 충돌 사고가 60% 이상 줄일 수 있었다.
더치리치는 차에서 내리기 전, 룸미러를 통해 주변 상황을 확인하고, 사이드미러로 다시 한번 주변을 체크 한 뒤 차 문에서 가까운 손이 아니라 멀리 떨어진 손으로 개문하는 등 3단계로 이루어진다. 멀리 떨어진 손을 사용하면 몸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후측방을 향하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후방에서 접근하는 차량이나 이륜차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 핵심이다.
요즘은 차가 확인해주기도 센서 감지 후 경고음 울려
기술의 발전으로 개문 사고를 방지하는 장치들이 개발되기도 했다. 후측방 충돌 방지 보조(BCA)가 대표적이다. 앞 유리 상단에 장착된 카메라를 통해 차선을 인식하고 레이더 센서를 통해 후측방을 감지해 옆 차선에서 빠르게 다가오는 차량과의 충돌을 예방한다. 후측방에서 차량이 감지되면 사이드미러에서 황색 경고등이 켜지고, 그 와중에 차선 변경을 위해 방향지시등을 켜면 경고음이 함께 나온다.
후방 카메라와 영상이 계기판 클러스터에 띄워지는 후측방 모니터링 시스템(BVM)도 있다. 해당 사양은 기상 악화 상태에서도 고속으로 접근하는 차량이나 사각지대를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기계도 한 번쯤은 실수를 할 수 있는 만큼 이왕이면 더치리치를 습관화하길 권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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