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이 주제에 대한 연구결과는 없는듯 하다. (바둑 뿐만 아니라 체스도) 내 분야가 발달심리는 아니라 확실치는 않다.

사족: 검색해보니 나이대별로 체스 플레이어들의 수읽기의 넓이와 깊이가 어떻게 변하는지에 대한 연구는 있어서 대충 읽어보았다.

수읽기의 깊이는 나이가 들어도 그대로지만 않지만 수읽기의 넓이가 줄어든다고 한다. 나이가 들면 깜박 놓치고 안읽고 넘어가는 수가 많아진다는 뜻.

다만 저런 연구가 없을만 하다는 생각은 든다.

논문의 반향에 비해 연구 과정이 너무 까다롭다. 충분히 많은 표본에 대해 꽤 오랜 시간동안 통시적인 연구를 진행해야 하기 때문.

그래도 어느정도 직관적인 예상은 가능하다.

먼저 뇌의 가소성에 대해 말해보겠다. (가소성은 간단히 말해 잘 변하는 정도를 말한다.)

뇌는 나이가 들 수록 전문화된다. 익숙한 것은 점점 더 잘하게 되지만 잘 쓰지 않는 부분은 그 반대이다.

예를 들어 우리는 동물의 얼굴을 잘 구별하지 못한다.

원숭이는 다 비슷해보이고 사자들도 다 비슷해보인다.

그러나 아기들은 동물들의 얼굴을 구별한다.

나이가 들면서 사람들의 얼굴은 더 잘 구별하게 되지만 동물의 얼굴을 구별하는 능력은 잃어버린다.

아기들은 모든 종류의 음절을 구분한다.

나이가 들면 모국어의 음절은 더 잘 구분하지만 모국어에 포함되지 않은 것은 구분하기 힘들어진다.

이렇게 뇌가 나이를 들면서 가소성을 잃기 때문에 몇몇 기능들은 어릴때 익히지 않으면 때를 놓치기 쉽다.

이런 기능들의 공통점은 뇌의 특정 부위가 그 특정 기능을 위해 강하게 모듈화되어있다는 것이다. 이 기능들은 뇌의 특정 부위가 그 기능을 담당하도록 진화했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언어이다. 

언어를 이용하지 않은 채로 나이가 들어 뇌의 가소성이 떨어지면 언어를 담당하는 베르니케 영역과 브로카 영역을 훈련시키기 어려워진다.

그럼 바둑은 어떨까.

당연한 말이지만 바둑만을 위한 뇌의 부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바둑을 둘 때 다른 기능들을 담당하기 위해 진화한 뇌의 부분들을 적절히 조합해서 이용한다.

다시 말해서 어릴때 바둑을 배우지 않더라도 우리는 바둑에 필요한 뇌의 기능들을 다른 방법으로 훈련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렇다고해서 어릴때 바둑 배우는 이점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뇌의 가소성이 뛰어날 때 바둑을 배우면 바둑에 필요한 뇌의 기능들을 유기적으로 활용하도록 뇌가 더 잘 구조화된다.

바둑 학습 효율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3가지 정도일 것이다.

1. 뇌의 가소성: 뇌의 가소성은 선형적으로 감소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일정 나이가 지나면 나이가 어려서 얻는 이점은 사라지게 된다.

뇌의 가소성과 나이의 관계는 영역마다 달라서 바둑에 쓰이는 두뇌 영역이 어떠한지 정확히 알지 못하면 이 '일정 나이'를 특정할 수 없다.

2. 외부 학습 (바둑 이외의 활동으로 바둑에 필요한 기능 습득):

이것은 나이가 들 수록 더 쌓이게 된다.

3. 노화

이런 것들을 모두 생각했을 때 아마도 바둑 학습 효율과 나이의 상관관계는 선형적이지는 않을 것이라 예상해본다.

2. 일정 나이가 지나면 뇌의 가소성은 바닥을 치게 된다. 따라서 이때부터는 가소성 변화를 고려하지 않아도 된다.

외부 학습 효과는 나이가 들 수록 늘어나지만 반대로 노화로 인해 학습 효율이 떨어진다. 이 둘도 또한 반대 효과를 일으키기 때문에 예상이 쉽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