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정환아..거긴 안 돼!!!!!'


양건이 속으로 소리를 질렀다. 그의 이마에 식은땀이 송글송글 맺힌다. 박정환이 회심의 팻감으로 좌상을 뚫어간 것이다. 하지만, 그 팻감을 받지 않고 상대가 패를 해소할 경우 백이 반면 10집 이상 뒤진다는 것을, 양건은 이미 알고 있었다.


"음..저 수도 가능한 건가요?"


옆에서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의문을 제시하는 이소용을, 양건은 말없이 바라보았다. 정말 눈치도 없는 여자다. 이 여자는 도통 이 결승전을 흥행시킬 생각이라곤 눈꼽만큼도 없어보였다.

양건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도대체 이번에는 또 어떤 말로 이 상황을 포장해야 한단 말인가.


"음..그러네요? 저런 수도 있었네요? 그것도 집으로 엄청 큰데요. 저는 왜 저 수를 못봤죠? 하하"


양건은 튀어나오는 대로 아무 말이나 주절거리며 열심히 머리를 굴렸다.

역시나 이세돌은 패를 해소했다. 이대로는 박정환이 속절없이 무너지고 만다. 어제에 이어서 압도적인 내용으로 말이다. 그럴 경우 시청자들이 어떤 류의 비난을 쏟아낼지, 양건은 잘 알고 있었다.

흥미를 유발해야 한다. 바둑이 이런 시시한 게임이 아니란 걸, 바둑의 참재미를 알려줘야만 한다.

양건은 작심한듯 잔뜩 호흡을 실어 입을 열었다.


"음? 제가 잠깐 계가를 해봤는데요, 백이 이긴 것 같네요."


옆에 있던 이소용이 그 말을 듣고 화들짝 놀라며 반문했다.


"어머.. 그럼 역전인 건가요??"

"네..제가 잠시 계가를 해본 바로는...음..다시 한 번 세어보겠습니다."


양건은 미끼를 덥썩 문 대어를 낚아올리듯이 대답하며, 열심히 계가하는 척했다.


"하나둘셋...하나둘셋넷... 하나둘...하나둘셋넷다섯..음...아..아까 제가 몇집이라고 했죠? 하나둘셋..하나둘셋넷...."


스튜디오에 긴장감이 깔렸다. 양건은 일부러 까먹은 척을 하며 집을 다시 세는 것을 반복했다. 옆에 있던 이소용은 긴장감에 침을 꿀꺽 삼키며 그를 바라보았다. 중계자용 노트북에 띄워진 바둑갤러리에서, 역전의 용사 박정환을 찬양하는 글이 바갤을 뒤덮고 있었다.

바로 그때 패배를 직감한 박정환이 돌을 던졌다.


"아! 백이 불리한 형세였나요?"

"아..계가로는 아주 미세해 보였는데요."


양건은 짐직 놀란 척, 혼신의 연기를 펼쳤다.


"아~ 이세돌 9단의 끝내기는 믿을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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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로 써본 겁니다 ㅠㅠ양건사범님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