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용원의 밀리터리 시크릿>
미 해병대, 중국 겨냥해 2030년까지 경량화 등 대변신
유사시 대북 한·미 연합 상륙작전 약화 우려도
미 해병대가 2030년을 목표로 지상전을 대표하는 전차를 버리고 경량화하는 대신 지대함(地對艦) 미사일 등 정밀타격 전력은 대폭 강화하는 대변신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남중국해 등에서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중국을 겨냥한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변화는 유사시 북한 지역에서 대규모 연합 상륙작전을 실시토록 돼있는 한·미 연합 작전계획(작전계획 5015)의 실현을 어렵게 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군 소식통은 30일 “미 해병대가 향후 10년 내 기존 작전 및 전력 운용개념을 크게 바꾸는 대변신을 추진하고 있다”며 “하지만 유사시 대북 작전에서 미 해병대 의존도가 매우 높은 우리 군에선 아직 별다른 검토 및 대책 준비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8년 미·북 정상회담 이후 대규모 한·미 연합훈련이 중단된 상태이지만 한·미 해병대는 매년 15~20여 차례의 대대급 이하 소규모 연합훈련을 계속 실시하고 있는 정도로 의존도가 높다.
미 해병대의 대변신 계획은 지난 3월 향후 10년간의 해병대 개혁 방안을 담은 ‘포스 디자인(Force Design) 2030’이 발표되면서 자세한 내용이 알려졌다. 이는 지난해 7월 제38대 미 해병대 사령관으로 부임한 데이비드 버거(David Berger) 해병대장이 ‘사령관 전략기획지침-1호’를 발표한 뒤 태스크포스가 6개월간 워 게임(War Game) 등을 통해 심층검토한 결과 나온 것이다.
미 해병대의 새 청사진은 위협 변화, 해군-해병대 합동작전 변화, 예산 제한 등 3가지 배경 아래 어떤 새 첨단무기를 구비하고, 새 전술개념을 어떻게 접목시키며, 향후 인도-태평양에서의 가상 적 또는 경쟁자(중국)와의 충돌에서 승리하는가에 중점을 둔 계획이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했다.
미 해병대의 주력무기 중 하나인 M1A1 에이브럼스 전차. 2030년까지의 대변신 계획에 따라 미 해병대 전차부대가 없어지게 된다. /미 해병대
◇ 가장 큰 논란 부른 M1A1 에이브럼스 전차대대 폐지
‘포스 디자인 2030’에 따르면 우선 총병력 규모를 18만9000명에서 17만명으로 1만9000여명 감축한다. 보병대대는 24개에서 21개, 포병대대는 21개에서 5개로 각각 줄어든다. 미 해병대는 현역 18만9000명, 예비군 3만8500명의 병력을 보유하고 있다. 미 육군보다는 작은 규모지만 신속 타격 전력으로 강력한 전력을 갖추고 있다.
미 캘리포니아 캠프 팬들턴의 제1 해병원정군 (MEF), 노스캐롤라이나 캠프 르준의 제2 해병원정군, 그리고 일본 오키나와 캠프 코트니의 제3 해병원정군으로 구성돼 있다. 각 해병원정군은 산하에 해병 사단, 항공대 등을 거느리고 있다. 이중 제1·3 해병원정군이 미 태평양사령부 소속이다. 그만큼 미 해병대에게 태평양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오키나와에 배치된 제3해병원정군은 북한의 전면전 도발시 반격작전을 펼 때 우리 해병대와 함께 북한 지역에 상륙해 북한 정권을 무너뜨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부대다. 수시로 우리나라에 파견돼 연합훈련을 해왔다. 제3해병원정군 병력이 감축되면 한·미 연합작전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포스 디자인 2030’에서 가장 화제와 논란을 부른 변화는 M1A1 에이브럼스 전차대대 폐지다. 전차부대 폐지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버거 사령관은 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더 많은 전차를 가진 육군이 필요하다. 전차를 가진 해병대는 필요하지 않다”고 말해 쐐기를 박았다.
미 해병대는 걸프전 등 과거에 육군에서 전차를 빌려 사용한 적이 있다. 한 해병대 예비역 전문가는 “미 해병대에는 이라크전과 아프가니스탄전을 겪으면서 해병대가 정작 가져야할 전력들을 확보하지 못해 ‘잃어버린 10년’이라는 표현을 써왔다”며 “이번 해병대의 대변신엔 그런 참전 교훈도 반영돼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해병대의 상징인 상륙돌격장갑차 중대도 6개에서 4개로 감축된다. AH-1 공격헬기와 CH-53 등 대형수송헬기, MV-22 오스프리 수직이착륙기 비행대도 줄어든다. 미 해병대 공중지원을 담당하는 F-35B/C 스텔스 전투기 비행대대는 대대 규모가 16대에서 10대로 축소된다.
◇ 미 헬기,수직이착륙기 의존도 큰 우리 상륙작전 능력 약화 우려
이 같은 전력변화도 유사시 한·미 연합작전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현재 우리 해병대는 헬기 등을 통한 공중 상륙작전 능력이 매우 약하다. 병력을 태워 수송하는 상륙기동헬기는 수리온을 개조한 ‘마린 온’ 도입을 막 시작한 상태다. 상륙공격헬기는 2020년대 중반 이후에야 도입될 전망이다.
그만큼 유사시 한·미 연합 상륙작전을 할 때 우리 해병대가 미 해병대의 오스프리 수직이착륙기와 CH-46·53 기동헬기, AH-1 공격헬기 등에 크게 의존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들 전력이 줄어들면 우리 해병대의 상륙작전 능력도 떨어질 수밖에 없게 된다.
이런 변화에 대해 버거 사령관은 “태평양의 섬 사이를 뛰어다니던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작전의 21세기 버전을 만들기 위한 것이며, 해병대를 중국과 싸울 수 있도록 더 가볍고 민첩하게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2차대전 당시 미군은 태평양에 산재한 섬에 상륙해 일본군을 격퇴한 뒤, 비행장과 항만 시설을 만들어 군함과 항공기를 섬에 집결시켰다. 섬에 모인 군함과 항공기는 미 해군 항공모함과 전투기 호위를 받으며 병력을 태운 채 다른 섬으로 이동하는 ‘섬 징검다리 건너 뛰기’ 전략을 구사했다.
‘2030미 해병대’는 남중국해와 동중국해 등의 섬에 신속하게 파견할 수 있는 50~100명 사이의 원정부대를 편성해 중국의 미사일 및 다른 무기들의 사거리 안에서 싸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새로운 원정부대는 무인기와 무인함선으로 중국 해군 함정을 공격한 후 새로운 상륙함을 이용해 72시간 이내에 다른 섬으로 신속하게 이동하게 된다.
이를 위해 우선 장거리 정밀타격 능력이 대폭 강화된다. NSM대함미사일(사거리 180㎞ 이상) 등을 쏠 수 있는 다연장로켓(MLRS) 발사대 규모를 현재보다 3배나 늘린다. 미사일 중대도 7개에서 21개로 증강된다. 앞서 미 해병대는 해군 상륙함에서 독자적으로 해안을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시험했다. 2017년 10월 미 해군 상륙함 앵커리지(LPD-23) 갑판에서 미 해병대 소속 고기동 포병 로켓 시스템(HIMARS)이 약 70㎞ 떨어진 해안의 목표를 타격하는 데 성공했다.
◇ 신형 상륙함정, 지대함 미사일, 무인기, 무인함정 등은 강화
또 C-130J 수송기 중대는 3개에서 4개로, 무인비행 대대는 3개에서 6개로 늘어난다. 레이저 무기와 무인보트 등도 새롭게 도입된다. 기존의 상륙장갑차 AAVP7을 대체할 경량형 상륙전투장갑차(ACV), 첨단 정찰차량 등의 도입도 추진된다. 섬과 연안에서 작전이 가능한 50~100명 규모의 부대도 만들어진다. 이들을 신속하게 실어나를 수 있는 비교적 값싼 경(經)강습상륙함과 지원함, 수송함 등의 도입도 추진된다.
미 해병대는 중국을 겨냥해 오는 2030년까지 지대함 미사일 등 장거리 정밀타격능력을 대폭 강화한다. 사진은 JSM 지대함 미사일 발사대로 활용될 미 오시코시사의 경장갑차량./미 오시코시사
이런 구상이 실현되면 1만여명 이상의 대규모 병력과 중장비를 동원해 적 해안으로 돌격하는 대규모 상륙작전은 2030년 이후에는 자취를 감추게 될 가능성이 높다. 경북 포항에서 대규모 병력과 대형 상륙함, 헬기 등을 동원해 종종 실시됐던 한·미 연합 상륙훈련 모습도 보기 어려진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 같은 미 해병대의 대변신이 실현되려면 아직도 넘어야 할 산들이 남아 있다는 지적이다. 우선 신형 상륙함정 등에 대한 예산확보 문제다. 미 해병대는 앞으로 섬과 교두보 장악이 중요한 작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는데 그러려면 특히 상륙함 지원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미 해군은 아직까지 그런 요구를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 미 해병대는 대형 강습상륙함(LHA) 12척과 도크형 상륙함(LPD) 26척 등 총 38척의 대형 상륙함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현재 미 해군 상륙함 숫자는 33척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지난 2017년 미 회계감사국(GAO)은 미 해군이 제1 해병원정군 상륙 훈련의 93%를, 제2 해병원정군의 50%를 각각 지원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급격한 변화에 대한 미 해병대 내 반발도 극복해야 할 숙제다. 한 예비역 해병대 전문가는 “미 해병대 내에서 ‘대규모 상륙작전 못하는 해병대가 소규모 특수부대와 뭐가 다른가?’라며 반발하는 기류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 “미 해병대 대변신은 전작권 전환 및 연합작전 지휘체제 변화와 직결되는 사안”
전문가들은 미 해병대의 대변신이 가시화하고 있는 만큼 한·미 해병대 채널 등을 활용해 미측의 의도와 변화내용을 조속히 파악하고 서둘러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한 전문가는 “‘포스 디자인 2030’이 실현되면 앞으로 유사시 대북 반격작전에서 미 해병대는 수송 및 타격수단 위주로 제공하고 지상작전은 우리 해병대가 사실상 단독으로 해야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이는 한·미 연합 작전계획의 수정 보완을 필요로 하는 중대 사안”이라고 말했다.
해병대사령관을 지낸 이상훈 해병대 전략연구소장은 최근 ‘해병대 전략논단’에 기고한 ‘미 해병대 ‘포스 디자인 2030’과 국방개혁’ 논문을 통해 “(미 해병대 대변신이) 전작권(전시 작전통제권) 전환과 연합작전 지휘체제의 변화와 직결되는 문제로 앞으로 미 해병대 전력과 지역내 부대배치 및 구조의 변화가 가져오는 영향을 분석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소장은 또 “미래 한미 안보동맹 속에서 전통적인 상륙전력의 통합보다 신속 기동력에 의한 연합 활동영역을 개발하는 등 새로운 한미 연합 해병대의 역할을 구상하고 준비할 필요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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