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육군이 에이태킴스 미사일을 대체하기 위해 개발중인 차세대 정밀타격 미사일 '프리즘'. 현재는 최대 사거리 500km이지만 향후 1000km까지 늘릴 예정이다.<출처: 미 육군>
지난 주말 일본 언론이 미국이 향후 6년간 273억 달러(약 30조원)를 투자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대중 미사일 봉쇄망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이는 미국의 대중 봉쇄망이 외교·경제 분야에 이어 군사분야까지 가시화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전문가들은 미국이 대중 미사일 봉쇄망에 우리나라의 참여를 공식 요청해 검토에 들어갈 경우 중국이 사드(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때보다 훨씬 강력한 반발과 압박을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데요, 오늘은 이에 대한 말씀을 드리려 합니다.
◇ 미, 오키나와-필리핀 열도선에 6년간 30조 들어 대중 미사일망 구축 추진
우선 일본 언론의 보도 내용을 살펴보지요.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 5일 주한·주일 미군을 관할하는 미 인도·태평양 사령부가 오는 10월부터 시작하는 2022 회계연도부터 대중 미사일망 구축에 273억 달러를 배정해 달라는 요망서를 미 의회에 제출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인·태 사령부는 중국이 해양 진출 전략으로 일본의 오키나와에서 필리핀을 이어서 만든 제1도련선(島鏈線·열도선)을 따라 대중 미사일망을 구축한다는 계획을 구상하고 있다고 합니다.
지난 2019년 시험발사되는 미 신형 중거리 순항미사일. 사거리 1000km로 미국은 중국을 겨냥해 괌, 일본 등 배치를 추진중이다.<출처: 미 국방부>
인·태 사령부는 관련 예산안에 “중국 억제를 향한 중요한 군사 능력에 (재정) 자원을 집중시킨다”며 “(중국의) 선제공격은 너무도 타격이 커서 실패한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 목적”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제1도련선에 대한 정밀 공격 네트워크의 구축’을 명기해 유사시 지상 배치형 미사일 등을 활용해 중국을 타격할 수 있음을 분명히 했다는데요.
일본 언론의 보도대로 미국의 대중 미사일망은 중국이 아·태 지역에서 미 항모 전단 등의 활동을 배제하려는 A2/AD(Anti-Access/Area Denial·반접근 지역거부)에 대응하는 성격이 강합니다. 중국은 1980년대부터 태평양상의 섬과 섬을 연결한 도련선을 그어 단계적으로 미 해군 등의 활동영역을 축소하려는 전략을 추진해왔습니다.
◇ 미, 중 본토 대함탄도미사일 기지 등 정밀타격 전략
그 1단계인 제1도련선은 일본(오키나와)-필리핀-말래카 해협을, 제2도련은 괌-사이판-파푸아뉴기니 근해를 연결하는 선인데요, 중국은 2020년대 초반까지 제1도련선은 물론 제2도련선도 자신들의 활동 영역에 넣어 미 항모전단의 작전이 어렵게 하려고 노력해 왔습니다.
중국은 이를 위해 ‘항모 킬러’로 불리는 DF-21·26 대함 탄도미사일과 초음속 순항미사일, DF-17 극초음속 미사일, 신형 핵추진 잠수함, 랴오닝함 등 항모 전단, 아시아 최대의 구축함인 055형 중국판 이지스함을 비롯한 신형 수상함정 등을 개발, 배치해 왔지요.
미국이 추진중인 대중 미사일 봉쇄망 개념도. 오키나와, 필리핀 등을 연결하는 제1도련선(열도선)을 따라 구축될 예정이다.<출처: 조선일보 DB>
미국은 이에 맞서 중국 본토에 배치된 DF-21·26 대함 탄도미사일 등 미사일 기지, 레이더 기지, 지휘소, 랴오닝함을 비롯한 항모 전단 등을 정밀타격하려는 전략을 수립해왔습니다. 미국은 제2도련선까지의 중국 진출을 용납할 수 없기 때문에 일본 언론이 보도했듯이 오키나와, 필리핀 등 제1도련선을 따라 중국에 대한 정밀타격 네트워크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입니다. 미국의 대중 정밀타격 네트워크는 지상발사 미사일 등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미 미사일망의 핵, 중거리 탄도.순항미사일과 ‘프리즘' 차세대 미사일
대중 봉쇄를 위한 미국의 대표적인 신형 지상발사 미사일은 중거리 순항·탄도 미사일과 ‘프리즘’(PrSM·Precision Strike Missile) 정밀타격 미사일 등이 있는데요, 중거리 순항 및 탄도미사일은 지난 2019년 미국이 INF(중거리핵전력) 조약에서 탈퇴한 직후 시험발사를 하는 등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사거리는 1000㎞ 이상으로 오키나와와 필리핀 등에서 중국 본토 해안을 타격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프리즘(PrSM) 미사일은 말 그대로 차세대 정밀타격 미사일인데요, 현재 미 지상군의 대표적 전술 탄도미사일인 에이태킴스(최대 사거리 300㎞)를 대체하기 2년 뒤인 2023년을 목표로 개발중인 무기입니다. 에이태킴스보다 긴 500㎞의 사거리를 갖고 있지만 향후 1000㎞까지 사거리를 늘릴 계획입니다.
미 FA-18 전투기에서 발사되는 LRASM 장거리 공대함 스텔스 순항미사일. 중국 항모전단 등을 겨냥해 괌, 주일미군 기지 등에 배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출처: 미 해군>
지상 목표물뿐 아니라 중국 항모전단 등 함정도 공격할 수 있도록 개량될 예정인데요, 그럴 경우 오키나와 등 주일미군 기지나 필리핀 등지에서 항모 전단 등 중국 수상함정들을 타격할 수 있게 됩니다.
일각에선 프리즘 미사일이 주일미군 기지는 물론 주한미군에도 배치될 수 있다고 보고 있는데요, 그 이유는 현재 주한미군에 에이태킴스 탄도미사일이 100발 이상 배치돼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이 주한미군의 미사일 전력 성능개량을 명분으로 프리즘 미사일을 배치한다면 평택 기지에서 서해상의 중국 항모 전단은 물론 베이징(사거리 1000㎞ 기준)까지 타격할 수 있게 됩니다.
◇ 미, 한국에 미사일망 참여 단계적 압박할 듯
이밖에 지대지 미사일은 아니지만 B-1 등 폭격기와 FA-18 등 전투기에서 발사할 수 있는 LRASM 스텔스 장거리 공대함 순항미사일(최대 사거리 560㎞ 이상)과 재즘-ER 장거리 공대지 미사일(최대 사거리 930㎞)도 대표적인 중국 타격용 미사일로 꼽힙니다. 이들은 중국 항모 전단 등 함정들 또는 지상 목표물을 3m 이내의 정확도로 정밀타격할 수 있습니다.
이제 우리의 관심사는 미국이 우리에게도 이 대중 미사일 봉쇄망 참여를 요청할 것인지, 미국이 공식 요청한다면 이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은 무엇이고 중국이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 등인데요, 우선 전문가들은 이달 중순 미 국방·국무 장관의 한·일 방문때 대중 미사일 방어망 참여 문제가 가시화할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특히 참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일본의 경우가 그렇습니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미국의 참여를 부담스러워하는 문재인 정부 입장을 미국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좀더 시간을 갖고 단계적인 압박을 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입니다. 미국의 요청으로 신형 미사일 한반도 배치가 검토될 경우 중국은 우리 정부가 공언한 ‘3불(不) 약속’ 등을 내세워 강력 반발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입니다.
◇ 중, 사드 훨씬 능가하는 수준의 강력 반발 가능성
3불 약속은 중국의 사드 압박에 대해 문재인 정부가 미국 MD(미사일방어) 참여, 사드 추가배치, 한미일 군사동맹 등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한 것인데요, 중국은 이에 따라 사드배치 때를 훨씬 능가하는 강도의 반발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지요.
미·중 양강 사이에 끼어있는 우리의 고민은 단지 대중 미사일망뿐 아닙니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이 주도하는 ‘쿼드’(미·일·인도·호주 4개국 동맹 협의체) 참여문제 등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양쪽 눈치를 보면서 어정쩡한 태도롤 보이다 만신창이가 되기 전에 우리의 확고한 원칙을 정하고 당당한 자세로 정공법을 취해야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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