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해병대가 최근 MV-22 ‘오스프리’ 수직이착륙기와 CH-53E ‘슈퍼 스탤리언’ 대형 헬기 40대를 동원해 ‘엘리펀트 워크(Elephant Walk·코끼리 걷기)’로 불리는 최대 순간 출격 훈련을 실시한 영상이 공개됐다. 엘리펀트 워크는 코끼리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걷는 모습처럼 항공기들이 활주로에서 일렬로 늘어서 위용을 과시한 뒤 최단 시간 내에 줄줄이 이륙하는 훈련이다. 상대방에 대한 무력시위 수단으로 종종 활용된다.
CH-53E는 미군 최대의 헬기로, MV-22 수직이착륙기 및 CH-53E 40대는 웬만한 군사강국의 해병대 항공 전력을 능가하는 수준이다. MV-22와 각종 헬기는 물론 F-35B 스텔스기도 보유한 미 해병대 항공대는 세계 해병대 중 최대, 최강의 항공전력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무력 시위는 최근 대만해협과 남중국해 등에서 미·중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실시돼 미국이 중국 등을 겨냥해 군사력을 과시한 것으로 분석된다.
미 국방부는 “지난 13~14일 미 캘리포니아 미라마 해병대 항공기지에서 해병대 제3비행단 예하 16항공전대 소속 MV-22 및 CH-53E가 참가한 가운데 최대 순간 출격훈련을 실시했다”며 영상을 공개했다. 영상에서 기지 활주로에 2열로 늘어선 12대의 MV-22 뒤로 22대의 CH-53E가 늘어서 있어 이들 항공기 행렬이 끝이 보이지 않는 듯한 장면을 연출했다. 이 영상을 본 네티즌들은 “‘천조국' 미국만이 보여줄 수 있는 능력””중국과 북한 보고 있나” 등의 댓글을 달았다.
MV-22 ‘오스프리’는 지난 2007년 이후 미군에 병력수송용, 특수작전용 등으로 도입되고 있다. 병력 24~32명, 화물 9t을 수송할 수 있다. 길이 17.5m, 높이 6.73m, 로터 직경 11.6m다. 순항속도 시속 446㎞, 최대속도 시속 463㎞로 전투행동 반경은 722㎞, 최대 항속거리는 3590㎞에 달한다. 2018년 대규모 한미연합훈련이 중단되기 이전에는 한미 연합 상륙훈련 때 미 상륙모함에 실려 한반도에도 종종 출동했었다.
일본 자위대도 해외 국가로는 처음으로 MV-22 도입을 진행하고 있다. 유사시 센카쿠 열도 등에서 중국과의 분쟁에 대비한 것이다. 중국이 이들 도서를 점령할 경우 MV-22 등에 탑승한 미·일 해병대가 연합 도서탈환 작전을 벌이게 된다.
CH-53E ‘슈퍼 스탤리언’은 현재 미군이 운용중인 헬기 중 가장 크고 강력하다. 길이 30.2m, 로터 직경 24m, 높이 8.46m로 최대 속도는 시속 315㎞다. 37~55명의 병력이나 13t의 화물을 수송할 수 있다. 최대 항속거리는 1833㎞다. 1980년대 초반부터 도입된 노후 기종이어서 최근 개량형 CH-53K가 미 해병대에 도입되고 있다.
이번에 훈련을 실시한 미 해병대 제3비행단은 아·태 지역을 담당하고 있어 중국 등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최근 미·일·호주·인도 등 이른바 쿼드(Quad) 4개국의 중국 견제 연합훈련이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미 태평양 공군사령부는 이달 중 괌 일대에서 실시될 ‘태평양 아이언 2021’ 훈련에 F-22 스텔스 전투기 25대를 투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세계 최강의 스텔스 전투기로 꼽히는 F-22를 25대나 인도태평양 지역에 대거 투입한 것은 유례를 찾기 힘든 일로 미국의 중국 견제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미 공군의 ‘엘리펀트 워크’ 훈련도 지난 수년간 중국과 북한 등을 겨냥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주일 미공군과 일본 항공자위대는 지난해 6월 미사와 공군기지에서 31대의 각종 군용기를 동원해 첫 미·일 연합 엘리펀트 워크 훈련을 실시했다. 당시 훈련에는 일본 항공자위대의 F-35A 스텔스 12대, 미 공군 F-16 전투기 12대, 미 해군 EA-18G 전자전기와 P-8 ‘포세이돈’ 해상초계기, 미 공군 MC-130 특수전수송기 2대 등이 투입됐다.
지난해 4월엔 괌 앤더슨 공군기지에서 B-52 전략폭격기를 비롯, 10여대의 폭격기·공중급유기·무인정찰기들이 엘리펀트 워크를 실시했다. 당시 훈련엔 B-52 폭격기 5대와 KC-135 공중급유기 6대, 해군의 MH-60S 헬기, 공군의 RQ-4 글로벌 호크 장거리 고고도 무인 전략정찰기 등이 동원됐다.
한·미 양국군도 북한을 겨냥해 대규모 엘리펀트 워크를 실시한 적이 있다. 지난 2012년 우리 공군 38전투비행전대와 미 공군 8전투비행단은 군산 기지에서 KF-16, F-16 등 양국 전투기 60여대가 참여한 가운데 엘리펀트 워크 훈련인 ‘한·미 연합 전시 최대무장 장착훈련’을 처음으로 실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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