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최근 첫 개최한 무기전시회에서 ‘소형(미니)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외에도 기동 탄두를 장착해 정확도가 크게 높아진 것으로 보이는 ‘현무 2급(級) 족집게 타격’ 미사일과 이스라엘제 스파이크급 단거리 미사일 등을 처음으로 공개한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이 대북 제재와 경제난에도 불구하고 우리(남한)를 직접 겨냥한 정밀타격 미사일 능력을 크게 향상시키고 있는 평가가 나온다.
◇현무-2C처럼 조종날개 단 북 신형미사일 첫 등장
17일 군 당국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1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3대혁명전시관에서 개막한 국방발전전람회 ‘자위-2021′에서 미사일 앞부분(1단)에 4개의 조종날개를 장착한 신형 미사일을 처음으로 전시했다. 이는 우리나라 현무-2C(최대 사거리 800㎞)를 비롯, 미국 퍼싱-2, 중국 DF-15B 등과 비슷한 형태였다.
2021년10월 처음으로 개최된 북한 국방발전전람회에 전시된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들. 맨 오른쪽이 이번에 처음으로 공개된 소형 SLBM이다. /연합뉴스
이런 형태의 기동 탄두(MARV) 미사일은 탄두부 조종날개를 통해 마지막 단계에서 방향을 바꿔 미사일 방어체계를 교란하고 정확도도 크게 높일 수 있다. 앞으로 북한의 감시정찰 수단이 확보되면 미 항공모함 등을 타격할 수 있는 대함탄도미사일로도 발전할 수 있다. 이 신형 미사일의 시험발사는 아직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전시회에서 북한이 이 미사일 앞에 설치한 설명 간판을 보면 화염이 치솟는 장면이 나와 미사일 엔진 시험을 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우리보다 정확도 크게 떨어졌던 북한 탄도미사일들
그동안 북한의 스커드·노동 탄도미사일은 정확도가 450m~1㎞에 달해 미사일이라고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정확도가 낮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북한이 최근 개발한 KN-23 ‘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은 정확도가 스커드·노동보다 높아진 것으로 파악됐다. 북한이 지난 2017년 시험발사한 KN-17 미사일은 탄두부에 보조 날개를 달아 450㎞ 거리에서 7m의 정확도를 기록했다고 북한은 주장해왔다.
북한 2021 국방발전전람회에 첫 등장한 기동탄두 장착 추정 신형 미사일. 탄두부에 조종날개를 달아 정확도가 높고 요격 회피 능력을 갖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한국국방안보포럼
반면 한국군 현무-2 미사일은 300~500㎞ 거리에서 3~5m 수준의 정확도를 가진 것으로 알려져 북한 탄도미사일보다 정확도면에서 훨씬 우수한 것으로 평가돼왔다. 지난달 4~5t을 훨씬 능가하는 초강력 탄두를 단 현무 미사일이 350km를 날아가 3m의 정확도로 목표물에 탄착하기도 했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이 이번에 첫 전시한 신형 미사일은 우리 현무-2급에 버금갈 정도의 정확도를 갖고 있을 가능성이 있어 예의주시중”이라고 말했다.
◇해병대가 서북도서 배치한 ‘스파이크’ 비슷한 북 미사일도 등장
북한은 단거리 정밀타격 미사일인 이스라엘제 ‘스파이크 미사일’과 형상이 비슷한 미사일을 전시하는 한편, 발사하는 장면도 공개했다. ‘북한판 스파이크’는 지난해 10월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경장갑차에 탑재한 것이 식별됐는데 이번에 함정에서 발사하는 장면도 공개했다. 적 전차 공격용을 함정 타격용으로 개량한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스파이크는 우리 해병대도 북한 해안포 등 타격용으로 이스라엘에서 도입해 보유하고 있다. 최대 20㎞ 떨어진 표적을 정밀타격할 수 있다.
2021년10월 북한 국방발전전람회에서 첫 공개된 '북한판 스파이트' 대전차 및 단거리 대함미사일. 해병대가 보유중인 이스라엘제 스파이크 미사일과 비슷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국방안보포럼
이번 전시회에 첫 등장한 ‘소형 SLBM’도 군 당국이 주시하고 있는 북한군 신무기다. 북한은 이 미사일을 구형 북극성-1형 및 최신형 북극성-5형 SLBM과 함께 전시했다. 지난 1월 열병식에서 첫 등장한 북극성-5형 SLBM(직경 1.8m)은 물론 북극성-1형(직경 1.1m)보다 작은 크기다. 크기와 형상을 감안하면 KN-23 ‘북한판 이스칸데르’ 또는 ‘북한판 에이태킴스’ 미사일을 SLBM으로 개량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북 ‘소형 SLBM’ 우리 후방지역서 뒤통수 칠 가능성 우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책임분석관은 “북 신형 SLBM은 직경 1m 미만으로 형상은 KN-23 및 북한판 에이태킴스와 유사하다”며 “이들 미사일을 SLBM용으로 개량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북한이 신형 잠수함에 북극성-5형보다 여러 발을 탑재할 수 있는 남한 겨냥용 소형 SLBM을 개발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신형 소형 SLBM의 직경은 북극성-5형의 절반 수준이다. 소형 SLBM의 사거리는 수백㎞ 수준으로 추정돼 북 잠수함이 동해 남부 해상이나 남해상으로 침투한 뒤 발사해 우리 후방지역에서 뒤통수를 치는 전략 타격무기로 개발하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021년10월 첫 개최된 북한 국방발전전람회에 화성-15.17형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과 극초음속 미사일 등이 전시돼 있다. 화성-12형 중거미사일 발사대에 실려 있는 극초음속 미사일의 크기가 예상보다 큰 것으로 나타났다./연합뉴스
이밖에 지난달 28일 첫 시험 발사한 화성-8형 극초음속 미사일, 지난 1일 첫 공개한 신형 대공 미사일, 지난달 시험 발사한 ‘북한판 토마호크’ 장거리 순항미사일, 지난해 10월 열병식에 첫 등장한 ‘괴물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17형도 전시회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김정은은 지난 1월 당 8차대회 보고를 통해 다탄두 ICBM, 핵추진 잠수함, 정찰위성 등 신무기 개발을 공언한 뒤 실제로 속속 선보이고 있어 북한의 신무기 시험 발사 및 공개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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