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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딴 군 수뇌부 '인사참사'! 군에 대한 무지인가, 무시인가?

BEMIL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12.15 10:53:50
조회 1902 추천 15 댓글 12
서욱 국방부장관(사진 가운데)이 12월10일 국방부에서 2021년 연말 전군 주요지휘관 회의에 참석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사진 왼쪽은 원인철 합참의장, 오른쪽은 남영신 육군참모총장이다. /국방부

정부는 지난 9일 문재인 정부의 사실상 마지막 장성 정기인사를 단행했는데요. 하반기 장성 정기인사이기 때문에 준장 진급 및 중장 이하 보직인사가 주내용이었지만 군 수뇌부 중 유일하게 해군참모총장이 교체되면서 주목을 받았습니다.

◇ 유례 없는 신임 해군참모총장 발표 지연으로 혼선 초래

국방부는 이날 인사 발표에서 “해군참모총장 인사는 장군인사 시기, 2022년 대통령 선거 및 새 정부 출범 이후 안정적인 지휘체계 및 부대관리 유지, 군사대비태세 확립을 위해 인사를 단행할 시점으로 판단했다”며 “후임자는 해군의 혁신과 발전을 도모할 우수 인재로 조만간 임명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여기서 의혹과 논란이 촉발됐습니다.

보통 참모총장 등 군 수뇌부가 교체되면 후임자도 함께 발표를 해왔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후임자 발표 없이 교체 방침만 밝힌 것입니다. 크게 논란이 되자 국방부는 이튿날 신임 해군참모총장으로 김정수(59·해사 41기) 해군참모차장(중장)을 내정했다고 발표했습니다. 김 내정자는 몇가지 점에서 눈길을 끌었는데요, 우선 ‘3연속 임기제 진급’으로는 처음으로 해군참모총장에 오르게 됐다는 점입니다. 임기제 진급은 원래 해당 계급으로 진급하지 못할 대상자를 임기(통상 2년)를 둬서 조건부로 진급시키는 제도입니다.

12월10일 신임 해군참모총장에 내정된 김정수 해군참모차장(해군중장). 김 내정자는 3연속 임기제(조건부) 진급으로 처음으로 참모총장이 된 기록을 세우게 됐다./국방부

김 내정자는 현 정부 들어 준장→소장(기획관리참모부장), 소장→중장(참모차장) 승진 때 임기제로 진급했고 결국 해군 최고 수뇌 자리에까지 오르게 된 것입니다. 원래 소장으로 전역할 뻔했는데 대장까지 된 것이지요. 과거 박용옥 전 국방차관, 차영구 전 국방부 정책실장 등 정책통이 3연속 임기제 진급으로 중장까지 진급한 적은 있지만 참모총장까지 된 건 김 내정자가 처음입니다.

◇ 신임 해군총장, 3연속 임기제 진급 첫 참모총장 기록

김 내정자는 전남 목포 출신인데요, 이번 인사로 군 수뇌부가 서욱(광주광역시) 국방부 장관, 박인호(전북 김제) 공군참모총장에 이어 해군참모총장까지 호남 출신으로 채워지게 된 것도 지역 편중 논란을 낳았습니다. 그가 해군총장 후보자들 가운데엔 가장 무난하고 합리적인 인사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습니다만 이번 해군총장 인사 과정은 군내 상식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 ‘인사참사’에 가까웠다는 지적들도 적지 않습니다.

우선 현 부석종 해군총장 교체에 대해 임기 2년(2022년4월)을 5개월 가량 남겨두고 있는데 왜 무리하게 교체했느냐는 시각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교체하지 않으면 내년 4월에 인사를 해야 하는데요, 사실 내년 4월은 3월 대선 직후이고 5월 새 정부 출범을 코앞에 앞둔 시기여서 인사하기가 더 어려운 때입니다. 즉 이번에 교체하는게 맞다는 것이지요.

부석종 해군참모총장이 11월11일 경남 진해군항에서 열린 제76주년 해군창설 기념식에 참석해 기념사를 하고 있다. 부 총장은 임기를 5개월여 남겨두고 올 후반기 정기인사에서 물러나게 됐다. /해군

그런데 그 교체 과정이 참사에 가까웠다는 겁니다. 아시다시피 참모총장 등 군 수뇌부 인사는 국방장관의 제청으로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임명합니다. 그 과정에서 청와대 민정 등에서 검증 과정을 거치지요. 참모총장을 교체할 때가 되면 보통 장성 인사를 3~4주 가량 앞두고 단행이 됩니다. 신임 참모총장이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번 해군총장 인사는 장성 진급 인사에 앞서 이뤄지기는 커녕 그 다음날 단행됐습니다.

◇ 신임 공군총장 발표 직후 임명 보류해 파문 일기도

군 관계자들은 최소한 장성 진급인사 때 신임 해군총장도 같이 발표됐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하루 시차를 둠으로써 온갖 알력설과 함께 서욱 국방장관에게도 상처를 남겼다는 것입니다. 한 예비역 장교는 “서 장관은 청와대에 해군총장 인사를 시차를 두고 발표했을 경우의 부작용에 대해 강하게 직언을 했어야 했다”고 말했습니다. 또다른 관계자는 “아예 장성 진급인사를 하루 늦춰 해군총장 인사와 같이 발표할 수도 있었을텐데 왜 시차를 둬 평지풍파를 일으켰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현정부 들어 군 수뇌부 인사와 관련해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 벌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 6월말 박인호 신임 공군총장 임명 때도 공식 발표를 해놓고 갑자기 임명을 보류해 큰 파문을 초래했습니다. 국방부는 지난 6월29일 박 총장 인선을 발표하면서 6월29일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정식 임명될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날 국무회의에 박 총장 임명 안건이 상정되지 않아 온갖 억측과 의혹을 낳았던 것입니다. 사상 초유의 일이었습니다. 박 총장은 이틀 뒤 국무회의 의결과 대통령 재가를 거쳐 정식으로 임명됐지만 지휘권에 상처를 입게 됐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20년9월 청와대에서 군 장성 진급 및 보직 신고식을 마친 후 서욱 국방부 장관 등 신고자들과 함께 환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뉴시스

저는 지난 11월9일 뉴스레터 “군 장성인사가 만만해 보이시나요?”를 통해 군 정기인사(매년 4월과 10월) 시기의 중요성 등을 말씀드렸었는데요, 결국 우려했던대로 인사 시기도 늦어지고 이런 사달이 난 것입니다. 현정부는 기회 있을 때마다 직업군인에 존중, 호국보훈의 중요성을 강조해왔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군 통수권자로는 처음으로 이순진 합참의장 전역식에 참석한 것 등이 그런 사례로 꼽힙니다.

◇ 차기 정부는 군 인사 풍토부터 바로잡아야

하지만 정부에서 내세우는 만큼 군심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게 중론입니다. 왜 이렇게 됐는지 청와대 등 정부 핵심 관계자들과 군 수뇌부는 깊이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 이유 중의 하나가 바로 이런 군인사 문제라고 봅니다. 어떤 분은 “현정부가 군에 대해서 무지해서 그런건지, 아니면 무시하고 길들이기 차원에서 그런건지 모르겠다”고 하시더군요. 문제는 후자로 생각하는 군 관계자들이 많다는 점입니다.

정부의 한 관계자가 사석에서 “군 정기인사를 매년 한번에 하지 왜 번거롭게 두차례로 나눠 하느냐”고 말해 아연실색했다는 군 관계자 전언도 있습니다. 내년 5월 출범할 차기 정부는 군 정기인사 시기부터 정상화하고 군 개혁과는 별개로 군의 권위와 특성을 존중하는 인사 풍토부터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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