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군 F-5E 전투기 추락사고로 순직한 고 심정민 소령(29·공사 64기)의 영결식이 14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공군 제10전투비행단에서 고인의 유족과 동기생, 동료 조종사 및 부대장병이 참석한 가운데 부대장(部隊葬)으로 엄수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1일 공군 F-5E 전투기 추락사고로 안타깝게 순직한 고 심정민 소령 영결식이 14일 고인의 소속 부대인 제10전투비행단에서 유족과 부대 장병들의 오열 속에 열렸는데요, 고인은 민가 피해를 막기 위해 조종간을 끝까지 잡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습니다.
◇ F-5, 10여년전 구형 사출좌석 때문에 조종사들 목숨 잃기도
아시다시피 공군은 5세대 스텔스기인 F-35를 비롯, 신형 전투기들을 속속 도입하고 있는데요, 아직도 F-5 80여대, F-4 20여대 등 100여대의 구형 전투기를 운용중입니다. 2000년 이후 F-4, F-5를 합쳐 모두 15대가 추락하고 조종사는 17명이나 순직했음에도 불구하고요. 이는 ‘전투기 적정 보유대수 430대’ 기준에 따른 것인데요, 과연 그 근거는 무엇인지, 국내외 안보환경 변화에 따른 수정 필요성은 없는 것인지에 대한 지적도 나옵니다. 오늘은 이에 대한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먼저 11년전 있었던 F-5 추락사고를 상기했으면 합니다. 지난 2010년6월 강릉 앞바다에 공군 F-5F ‘제공호’ 전투기가 추락해 조종사 2명이 순직했습니다. 당시 조종사들은 낙하산 줄에 얽혀 있거나 낙하산을 멘 상태로 발견돼 탈출을 시도했지만 숨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공군 F-5E 전투기 추락사고 이틀째인 지난 1월12일 오전 경기도 화성시 정남면 관항리 한 야산에서 군 관계자들이 사고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F-5에는 고도 600m 이상에서만 작동하는 구형 사출(射出)좌석이 장착돼 있었는데요, 당시 사고 전투기의 고도는 150~200m였습니다. 이에 따라 고도 제로(0), 속도 제로인 상태에서도 작동되는 신형 ‘제로제로’ 사출좌석을 장착하지 않아 조종사들이 소중한 목숨을 잃었다는 비판이 제기됐습니다. 제 웹사이트에서도 조종사 출신 군사마니아가 논리적으로 강도 높은 비판 글을 올려 많은 공감을 얻기도 했습니다.
◇ KF-16 한대 값으로 F-5 180여대 신형 사출좌석으로 교체
당시 F-5를 제외한 다른 전투기들엔 신형 사출좌석이 장착돼 있었습니다. 2000년 이후 그때까지 F-5는 모두 8차례 추락사고가 발생, 13명의 조종사가 순직했는데 단 한차례를 제외하곤 모두 조종사가 살아남지 못했던 것입니다. 반면 신형 사출좌석을 장착한 KF-16은 2000년 이후 7차례 추락사고가 발생했지만 한 차례를 제외하곤 모두 조종사가 생존했습니다. 비판이 고조되자 공군은 F-5 180여대 모두를 개당 2억1000만원 짜리 신형 사출좌석으로 교체했습니다.
여기에 든 돈은 460억원 가량이었습니다. KF-16 전투기 한대 값에 불과했지요. 지난 2013년9월 F-5가 또 추락했지만 조종사가 탈출해 성공하자 신형 사출좌석 덕에 살았다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당시 사건을 계기로 군 수뇌부와 공군이 신형 전투기 도입에만 급급하고 정작 소중한 조종사 생명을 소홀히 해온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됐습니다.
지난 2020년 공군 제10전투비행단에서 KF-5 전투기들이 활주로에서 이륙을 준비하고 있다. /공군
공군은 이번 사고를 설명하면서 신형 사출좌석이 장착돼 있었기 때문에 고 심소령이 얼마든지 바로 탈출할 수 있었지만 주변 민가 추락을 막기 위해 끝까지 조종간을 잡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비행기록 분석 결과 고인이 두차례 ‘이젝션(Ejection·탈출)’을 외친 뒤 10여 초 후 추락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 향후 10년 가량 F-5 등 구형 전투기 더 운용해야
공군이 처음 F-5를 도입한 것은 57년 전인 1965년입니다. 당시 F-5A/B 100여대를 도입하기 시작해 1974년에 베트남 공군이 사용하던 F-5E/F를 미군으로부터 넘겨받았지요. 1982년부터는 F-5E/F를 국내에서 조립생산해 ‘제공호’(KF-5)라고 불렀습니다. 이번에 추락한 것은 1986년 도입된 KF-5 ‘제공호’ 계열입니다.
보통 전투기 설계 수명은 30여년으로 잡는데요, 공군 F-5는 설계 수명, 즉 정년을 한참 넘겨왔지만 이를 대체할 국산전투기 KF-21(구 KF-X) 개발이 지연됨에 따라 수명연장을 추진했습니다. 기체 기골(뼈대) 보강으로 수명을 31년에서 43년으로 늘렸는데요, KF-21 120대가 오는 2026년부터 2032년까지 도입될 예정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최대 10년 가량은 F-5를 더 사용해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이에 대해 이런 의문을 제기하는 분들도 적지 않은데요, 1990년대 중반 이후 우리 공군은 5세대 스텔스전투기인 F-35(약 40대)를 비롯, 4세대 전투기인 F-15K 및 KF-16 190여대를 도입하는 등 신형 전투기들이 크게 늘어났고, 북한 공군에 비해 압도적 질적 우위도 유지하고 있는데 왜 굳이 지금도 F-5 및 F-4를 100대씩이나 운용해야 하느냐는 질문입니다. 예컨대 F-35 스텔스기는 구형 전투기보다 수배~수십배의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데도 말이지요.
◇ 전투기 적정 규모 430대 기준 논란
이에 대해 군 당국은 ‘전투기 적정 규모 430대’ 기준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하는데요, 430대라는 숫자는 북한 전투기 규모(810대)는 물론 중국·일본 등 주변국의 공군력을 감안해 2000년대 초반 산출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전면전시 북한의 대한 공군 전투기 정밀타격 임무 소요도 반영돼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과 예비역 장성들은 그 근거가 약한 것 같다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군 전력상 필요 외에 조직 유지 성격도 있는 것 아니냐는 것입니다. 한 예비역 장성은 “1990년대까지 공군이 540대 적정 전투기 기준을 갖고 있었다”며 “이는 Ο개 전투비행단이 각 비행단별로 3개 대대(1개 대대 20대 기준) 전력을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습니다.
◇ “젊은 조종사들에게 언제까지 위험 무릅쓴 희생 ‘강요’할 것인가?”
물론 현재 전투기 전력의 20여%에 달하는 구형 전투기들을 일시에 퇴역시킬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제 군 수뇌부와 군 당국도 “젊은 우리 20·30대 조종사들에게 언제까지 사고 위험이 높은 F-4, F-5의 조종간을 잡으라고 명령하고 희생을 ‘강요’할 것인가”라는 질타를 겸허하게 수용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신형 전투기 전투력 및 비중 증가 등을 감안한 전투기 적정 보유대수 문제를 포함, 근본 대책을 고민하고 결단해야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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