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서 보잉 737 여객기 개조, KF-21 AESA 레이더 시험기로 활용
첫 국산 한국형전투기 KF-21의 핵심장비이자 ‘눈’인 AESA(능동위상배열) 레이더를 장착한 시험항공기(FTB·Flying Test Bed)가 본지에 처음으로 공개됐다. 기수(機首) 부분에 KF-21 AESA레이더가 장착돼 오리 주둥이처럼 튀어나온 독특한 형태인 시험항공기는 지난달 초 인천공항에 도착해 시험비행을 하고 있다.
KF-21 AESA 레이더 시험항공기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민간여객기 보잉 737-500을 개조해 AESA레이다와 각종 시험장비를 장착했다. 오는 2026년까지 개발될 KF-21 전투기에 AESA 레이더를 장착해 시험하기 전에 다양한 환경에서 사전 테스트를 하는 것으로 국내 무기개발에서 시험항공기를 운용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리 주둥이처럼 생긴 기수 레이돔(Radome)엔 KF-21 AESA 레이더가 장착돼 있고, 이 레이돔은 KF-21 기수와 똑같은 형태다.
오리 주둥이처럼 튀어나온 KF-21 AESA 레이더 시험항공기(FTB) 기수 모습./김창규 밀리터리 촬영 작가
◇미 록히드마틴 F-35 시험용 항공기와 유사
시험항공기는 레이더 등 각종 항공전자 장비와 소프트웨어 개발에 활용되는 것으로, 미국 등 방산 선진국들은 오래 전부터 운용해왔다. 미 록히드마틴은 F-35 스텔스기 개발에 보잉 737기를 개조한 캣버드(CATBird)를 활용했다. 캣버드에는 F-35 전투기에 장착되는 레이더와 항공전자 장비를 탑재하고 있고, 기수 부분이 KF-21 레이더 시험항공기와 매우 흡사하게 오리 주둥이처럼 튀어나와 있다.
KF-21 AESA 레이더는 KF-21의 눈에 해당하는 첨단 핵심장비다. 하늘과 땅, 바다의 표적을 실시간으로 탐지 및 추적하는 게 가능하다. 기존 기계식 레이더의 안테나는 상하좌우로 움직이는 반면, KF-21 AESA 레이더 안테나는 고정돼 있는 1000여개의 송수신 모듈이 전자 빔을 쏴 목표물을 탐지·추적한다. 기존 기계식 레이더에 비해 다수의 표적을 추적하고 동시교전을 할 수 있다는 게 강점이다. 공대공 전투 임무를 수행하면서 지상·해상 목표물까지 탐지할 수 있다.
인천공항에 도착한 KF-21 AESA레이더 시험항공기(FTB) 모습. 남아공에서 보잉 737-500 여객기를 개조해 임대한 것이다. /방위사업청
◇시험항공기 개조에 100억원 이상 들어
AESA 레이더는 무기 선진국들이 기술이전을 꺼리는 첨단장비다. 미국도 우리에게 기술이전을 거부해 국방과학연구소(ADD)와 한화시스템 등에서 KF-21 AESA 레이더 시제 1호기를 개발했고 현재 시험항공기를 통해 시험을 하고 있는 것이다.
시험항공기는 경쟁 입찰을 통해 남아공에서 보잉 737-500을 개조하는 것으로 결정돼 지난해 말까지 작업이 완료됐다. 우리나라에 들어오기 전 남아공에서 지난해 11월부터 12월까지 총 10소티(회)의 비행시험을 통해 핵심 성능인 최대 탐지거리 등 기본적인 레이더의 기능 및 성능 시험을 마쳤다. 시험항공기 사업에 참여중인 국방과학연구소 관계자는 “개조사업에는 100억원 이상의 돈이 들었고, 코로나 상황 때문에 남아공 현지 작업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한국형전투기 KF-21 시험항공기의 내부모습. 9개의 시험용 콘솔이 장착돼 각종 시험정보를 수집.분석한다. /김창규 밀리터리 촬영 작가
◇시험항공기 내부에 9개의 시험 콘솔 설치
지난달 29일 인천공항에서 처음으로 공개된 시험항공기 내부에는 총 9개의 각종 운용시험 콘솔(Console)이 설치돼 있었다. 콘솔과 항공기 뒷좌석에는 남아공 운용요원과 국내 국방과학연구소, 방위사업청, 한화시스템 관계자들이 탑승해 비행중 각종 시험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한다.
비행시험은 내년 4월까지 총 50여차례에 걸쳐 이뤄지며 62개 항목을 테스트하게 된다. 주로 공대공(空對空) 모드의 탐지·추적 기능 등을 시험하지만 땅과 바다에 대한 탐지기능과 전자전 능력 등도 시험하게 된다. 이런 과정을 통해 KF-21 AESA 레이더 개발에 따른 위험을 줄이고 개발 소프트웨어를 최적화하게 되는 것이다. 인천공항에서 한번 이륙하면 3시간 가량 서해상 공군 공중전투훈련장 구역을 비행하며 표적기를 대상으로 탐지·추적 등을 하고 있다.
◇ “시험항공기 축적 데이터 활용해 KF-21 개발 성공은 물론 세계 시장도 도전”
표적기는 미국에서 도입된 비즈니스 제트기가 활용되고 있다. 신현익 국방과학연구소 항공기레이더체계개발단장은 “비행 공역을 확보하는 게 쉽지 않은 게 가장 큰 애로사항”이라며 “한번에 3시간 이상 비행해야 해 참가자들의 피로도가 높다”고 말했다. 어성철 한화시스템 대표는 “남은 국내외 비행 시험을 통해 AESA레이다의 요구 성능을 최적화 시켜 한국형 전투기의 성공적인 개발에 기여함은 물론 글로벌 시장에 도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군 당국은 효용성 등을 감안해 이번 시험항공기는 구매가 아닌 임대(리스) 형태로 도입해 운용중이다. 방위사업청과 국방과학연구소 등은 앞으로 KF-21 개량형은 물론 각종 국산 미사일, 항공전자장비, 센서(탐지장비) 개발이 늘어날 것에 대비해 시험전용 항공기를 구매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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