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8일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7차 2일차 회의에서 핵무력 정책과 관련한 법령을 채택했다고 9일 보도했다. 사진은 최고인민회의에서 시정연설을 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뉴스1
북한은 지난 9일 핵사용을 법제화한 새 핵관련 법령인 이른바 ‘핵무력정책법’을 공개했는데요, 핵전(核戰)은 물론 비핵전(非核戰) 상황에서도 북한이 필요할 경우 언제든지 선제 핵타격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법제화했다는 점이 특징이고 우리 입장에선 위기의식과 경각심을 가져야할 대목입니다. 그런데도 아직까지 한·미 양국군은 전술핵을 포함해 북한의 핵공격을 상정한 훈련을 실시하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 선제 핵타격 등 북 핵무기 사용 5대 조건 공개
먼저 북한이 이번에 공개한 핵무력정책법의 특징을 살펴보지요. 북 핵무력정책법은 우선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핵무기와 관련한 모든 결정권을 가진다”(3조 2항)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핵무력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무위원장의 유일적 지휘에 복종한다”(3조 1항)고 명시해 핵무기 관련 모든 결정권은 오직 김정은에게만 있다는 걸 법으로 명시했습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건 핵무기 사용 5대 조건을 처음으로 상세히 공개한 제6조인데요, 5대 조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①북한에 대한 핵무기 또는 기타 대량살육무기(대량살상무기) 공격이 감행됐거나 임박했다고 판단되는 경우 ②국가지도부나 국가 핵무력지휘기구에 대한 적대세력의 핵 및 비핵공격이 감행됐거나 임박했다고 판단되는 경우 ③국가의 중요전략적 대상들에 대한 치명적인 군사적 공격이 감행됐거나 임박했다고 판단되는 경우 ④유사시 전쟁의 확대와 장기화를 막고 전쟁의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한 작전상 필요가 불가피하게 제기되는 경우 ⑤기타 국가의 존립과 인민의 생명안전에 파국적인 위기를 초래하는 사태가 발생해 핵무기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상황이 조성되는 경우 등입니다.
전술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진 KN-23 '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이 동해상 표적(섬)에 명중하는 모습. /뉴스1
여기서 ‘임박됐다고 판단되는 경우’가 많은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데요, 이는 실제 한·미 양국군의 타격이 실행되지 않았어도 북한이 임박했다고 판단하면 언제든지 선제 핵타격을 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선제타격을 포함하는 킬체인을 비롯, KAMD(한국형 미사일방어), KMPR(한국형 대량응징보복) 등 한국형 3축 체계를 겨냥하는 측면도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 북, 한미 양국군 비핵공격에도 선제 핵타격 가능 명시
제2항은 김정은 등 북한 지휘부에 대해 우리 특전사 특임여단(일명 참수작전부대) 등이 제거작전 움직임을 보이기만 해도 선제 핵타격을 할 수 있다고 명시한 것입니다. 이는 유사시 김정은 등 북 지휘부에 대한 ‘참수작전’은 꿈도 꾸지 말라고 엄포를 놓은 셈입니다. ‘전쟁의 확대와 장기화를 막고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한~’ ‘국가의 존립과 인민의 생명안전에 파국적인 위기를 초래하는 사태~’ 운운한 대목도 상당히 포괄적이고 자의적인 해석이 가능한 부분이어서 우려되는 부분입니다.
법령은 또 “국가 핵무력에 대한 지휘통제체계가 적대세력의 공격으로 위험에 처하는 경우 사전에 결정된 작전 방안에 따라 도발원점과 지휘부를 비롯한 적대세력을 괴멸시키기 위한 핵타격이 자동적으로 즉시에 단행된다”고 밝혀 유사시 한·미 양국군이 비핵 공격을 하더라도 핵으로 반격에 나서도록 이미 작전계획을 수립해뒀음을 시사했습니다.
2017년 북한의 ICBM 발사 등에 대응해 한국군 현무-2 탄도미사일들이 발사되고 있다. 현무-2 미사일은 유사시 킬 체인과 대응응징보복 등 한국형 3축 체계의 핵심 전력이다. /합동참모본부
이와 함께 ‘비핵국가’라도 ‘다른 핵무기 보유국과 야합하여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반대하는 침략이나 공격행위에 가담’(5조 2항)하는 경우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는데요, 이는 한미 확장억제와 한·미,미·일 연합훈련 등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 “핵보유국 중 가장 급진적이고 공세적인 핵전략”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우려를 표명하며 적극적인 대책을 주문하고 있습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북한의 핵무력정책법은) 핵보유국 중 가장 급진적이고 공세적인 핵전략을 표출한 것”이라며 “‘비핵화협상 절대 불가’를 선언하면서 하더라도 미국과 핵군축 협상을 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북한은 이번에 외부의 비핵무기 공격에도 핵무기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명문화하고 있어 한반도에서 우발적 군사충돌 발생시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며 “김정은의 셈법을 바꾸기 위해선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을 통한 남북 핵 균형의 달성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정 센터장은 이어 “미국의 확장억제나 ‘찢어진 핵우산’에 계속 의존한다면 한국의 안보는 더 심각한 위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이와 함께 이제는 북한의 핵 불사용을 전제로 한 한·미 양국군 연합훈련 시나리오를 시급히 수정해 전술핵을 비롯, 북한이 핵공격을 해왔을 때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에 대한 훈련을 서둘러야 할 때가 됐다는 지적도 설득력 있게 제기됩니다. 그동안 한·미 양국군은 ‘작전계획 5015′에 따라 대규모 연합훈련을 실시해 왔는데요, 작계 5015는 북한의 핵공격을 상정하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다보니 전술핵을 비롯, 북한의 핵공격 시나리오는 훈련에 없었는데요, 심지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한미 연합훈련의 정상화’를 기치로 내걸고 지난달 말 실시한 연합훈련에서도 북한의 핵공격 시나리오는 없었다고 합니다.
◇ 한.미, 북 핵공격 상정 훈련 미실시...핵공격 대응 훈련 서둘러야
군 당국은 올해말쯤까지 북한의 핵공격 시나리오를 포함하는 새로운 한미 연합작전계획이 완성되면 내년쯤부터 북 핵공격을 상정한 훈련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하는데요, 새 작계 완성에는 예상보다 많은 시간이 걸릴 수 있는 만큼 작계 완성 전이라도 북 핵공격 상정 훈련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실제 작계와 별개로 훈련 작계를 따로 만들어 훈련을 실시할 수 있기 때문에 대통령실 안보라인과 군 수뇌부는 절박감과 위기의식을 갖고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입니다.
출처: 유용원의 군사세계 [원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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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용원의 군사세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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