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의 대표적 기동헬기인 블랙호크 등을 대체할 미 육군 차세대 헬기로 기존 헬기와는 전혀 다른 비행방식(틸트 로터)의 항공기가 선정됨에 따라 차세대 고기동 헬기를 국내개발키로 한 한국군의 선택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 미군 블랙호크 1400대 등 대체할 초대형 사업서 벨사 V-280 선정
미 육군은 지난해 12월 차세대 장거리 강습헬기(FLRAA·Future Long Range Assault Aircraft) 사업에서 벨사의 V-280 ‘밸러’(Valor)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FLRAA 사업은 1400여대에 달하는 미군 블랙호크를 비롯, 일부 아파치 공격헬기 등을 교체하는 수백억 달러에 달하는 초대형 사업이다. 블랙호크가 한국군을 비롯, 세계 여러나라에서 2600여대가 사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은 물론 세계 헬기시장의 판도를 바꿀수 있는 사업으로 주목을 받아왔다.
FLRAA 사업에선 벨-텍스트론 컨소시엄의 V-280 ‘밸러’와 시콜스키-보잉 컨소시엄의 SB-1 ‘디파이언트-X’가 치열한 경합을 벌여왔다. SB-1 ‘디파이언트-X’는 로터 2개가 정반대 방향으로 회전하는 동축 반전 방식으로 기존 일부 헬기에도 사용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V-280 ‘밸러’는 미 해병대 V-22 오스프리가 사용하는 틸트 로터 방식이어서 세기의 대결로 관심을 끌었다.
2022년12월 미 차세대 헬기로 선정된 미 벨사의 V-280 '밸러'. 틸트로터 방식으로 수직이착륙이 가능하며 최대속도가 시속 565km에 달해 블랙호크 헬기보다 2배나 빠르다. 2030년대부터 블랙호크 등을 단계적으로 대체하게 된다. /미 벨사
이번에 선정된 V-280은 기존 블랙호크보다 여러 면에서 뛰어난 성능을 갖고 있다. 우선 속도가 훨씬 빠르고 작전반경도 크게 증가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최대 속도는 시속 294㎞인 블랙호크의 2배 수준인 시속 565㎞에 달한다. DMZ(비무장지대)서 평양까지 20분이면 날아갈 수 있는 속도다. 순항속도도 시속 520㎞로 아파치 공격헬기의 최대속도(시속 365㎞)보다도 빠르다.
◇ V-280, 최대속도, 작전반경 등 성능에서 블랙호크 압도
무급유 작전반경은 블랙호크(590㎞)의 2.5배 수준인 1480㎞에 이른다. V-280의 최대 이륙중량은 약 14t으로 블랙호크(10.6t)보다 많다. 탑재중량도 내부 2t, 외부 4.5t으로 각각 1.2t, 4.1t인 블랙호크보다 늘어났다. 탑승 가능 병력도 11명에서 14명으로 증가했고, 내부 공간도 커졌다. 길이는 15.4m, 폭(로터 포함)은 24.9m, 최대이륙중량은 14t이다.
V-280은 기존 헬기와는 다른 틸트 로터(tilt rotor) 비행방식을 택했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틸트 로터는 이착륙할 때 로터 블레이드를 수직으로 세워 헬기처럼 수직으로 이착륙을 하고, 일정 고도·속도에서는 터보 프롭 항공기처럼 수평으로 눕혀 비행하는 방식이다. 헬기와 고정익 항공기의 장점을 결합해 헬기보다 속도가 훨씬 빠르다는 점에서 각광을 받았지만 구조가 복잡해 안전성에 문제가 있었다. V-22 오스프리는 여러 차례 사고로 ‘과부 제조기’란 별명을 얻기도 했고, 첫 비행서 양산까지 18년이나 걸렸다.
V-280은 이런 V-22 오스프리의 단점을 보완해 진화한 틸트 로터 방식을 채용했다. V-22는 엔진과 로터 축 전체가 회전하는 방식이지만, V-280은 엔진은 그대로 있고 로터 축만 90도로 움직이는 방식이다. 움직이는 부분을 최소화해 이착륙시 기체 안전성 등을 높였다. V-280은 또 동체와 날개 중앙에 구동축을 연결해 엔진 하나가 피격돼 멈춰도 반대쪽 엔진을 이용해 모든 로터를 돌릴 수 있도록 개량됐다.
◇ 한국군도 아파치보다 빠른 고기동헬기 개발 추진
이번에 기종이 선정된 FLRAA사업은 미 육군이 2030년대를 목표로 의욕적으로 추진중인 ‘차세대 수직이착륙기 개발’(FVL·Future Vertical Lift) 사업의 하나로 추진돼왔다. FVL 사업은 FLRAA사업과, 차세대 공격정찰 헬기(FARA·Future Attack Reconnaissance Aircraft) 사업으로 구성돼 있다. FARA 사업은 OH-58D 정찰헬기 등의 후속 기종을 선정하는 것으로 FLRAA 사업보다는 규모가 작다. 2019년 사업자로 벨, 보잉, 시콜스키 등이 선정돼 시콜스키사의 S-97 ‘레이더’ (Raider)와 벨사의 ‘벨 360 인빅터스(Invictus)’가 경합중이다.
미 육군은 FVL 사업을 통해 미래전 작전개념 변화에 맞춰 UH-60 기동헬기, AH-64 공격헬기, OH-58정찰헬기 등 각종 헬기를 미래형 슈퍼콥터(Supercopter)로 교체하고 센서, 항공 전자 장비 등 주요 장비를 공통화할 계획이다. 우선 이번에 기종으로 선정된 V-280 시제기를 1년6개월여 동안 2억3200만 달러의 예산으로 제작해 시험비행에 나선다. 내년부터 시험비행에 착수해 군의 요구조건을 모두 충족하면 양산단계에 들어가 2030년대부터 미군에 인도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우리도 차세대 고기동헬기 개발과 관련, 미 육군의 차세대 헬기 기종선정 및 파장을 예의주시하며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정부와 군 당국은 미 육군 차세대 헬기사업을 벤치마킹해 시속 450㎞ 이상의 고속으로 기동하고 각종 첨단 전자장비와 소형 무인기 등으로 무장한 차세대 헬기 개발을 추진중이다.
◇ “미 육군 차세대 헬기 개발, 생산 일부 참여 등 검토 필요”
정부는 지난 2020년12월 제132회 방위사업추진위에서 ‘중형 기동헬기 전력 중장기 발전방향(안)’을 심의 의결했다. 방사청은 당시 이에 대해 “군사적 운용을 중심으로 국내 헬기산업 발전 측면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수립했다”며 “UH-60 헬기는 수명주기 도래 시 추후 차세대 기동헬기로 전환, UH-60 특수작전기는 별도 성능개량, 국산 수리온은 양산 완료 후 성능개량을 추진키로 했다”고 밝혔었다. 현재 군에서 운용중인 UH-60 기동헬기의 수명이 다하면 차세대 기동헬기(고기동헬기)로 대체하겠다는 얘기다.
현재 군에서 운용중인 UH-60은 139대(육군 113대, 해군 8대, 공군 18대)다. 1990년대 도입된 UH-60이 노후화함에 따라 군에선 2013년 이후 성능개량 사업을 추진했지만 계속 지연됐고 사업비용이 계속 올라 1조원을 훨씬 넘게 됐다. 논란 끝에 UH-60 특수전용을 제외한 기본기 103대를 앞으로 개발될 차세대 기동헬기로 대체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차세대 기동헬기 성능은 최대속도 250노트(시속 465㎞), 이륙중량 2만8000파운드, 제자리비행 6000피트(1800m) 등의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방산업체 KAI(한국항공우주산업)에서 유럽 회사 등과 협력해 수리온 기동헬기와 LAH(소형무장헬기)를 개발했지만 이들보다 기술 수준이 훨씬 높은 차세대 기동헬기를 독자개발하는 데엔 한계가 많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군 소식통은 “우리 차세대 기동헬기 사업은 수리온 헬기의 시행착오를 교훈 삼아 미 차세대 헬기 개발 및 생산 일부 참여 등을 통해 개발 기간 및 리스크를 줄이는 방안 등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유용원의 군사세계 [원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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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용원의 군사세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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