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포천소재 모 비닐 공장에 취직함
난 집이 경남 양산인데 일단 존나 멈
내가 대학 졸업하고 부사관으로 7년 있었거든
강원도 고성에 살면서 가족이랑 멀어지고 집이랑 떨어지고해서 우울중 심하게 오고 그랬단말야
최근 3달 동안 백수로 살면서 정신적으로 아주 건강해졌는데 여기 온지 3일만에 다시 도짐
도망치고 싶은 제1번 이유가 저거임
차라리 돈 덜벌더라도 집 가까운데 가고 싶은데 힘들까?
양산 부산 김해 울산까진 가능할거 같은데
근데 내가 막상 이력서에 쓸거라곤 부사관 복무한거뿐이거든
대학은 전문대 나왔고 임상병리학과 졸업함
임상병라사 안하는 이유가 나이 서른에 신입으로 뽑아주는데가 없더라
그리고 페이도 생각보다 너무 적음
그래서 공장으로 왔는데 여기도 생각만큼 많진 않음 (일하는거 대비해서)
세전 278만정도인데
3조 2교대 주주주비야야야비비 이렇게 일함
저 월급이 3개월 수습기간후 경우에 따라 인상될수도 있고 유지될수도 있다는데 그건 유지된단 소리지?
난 대강이라도 위에 압출 기사나 부장되면 얼마나 받는지 알고 싶은데 안가르쳐주더라고
이정도 받는구나 기준점이 없으니 내가 적게 받는지 많게 받는지 감도 안옴
근데 12시간(서류상 12시간인데 주간11시간 야간 13시간 일함) 일하는데 부사관 할때랑 월급이 거의 똑같거든. 이거 진짜 정상적인 월급 맞음?
그리고 처음에 안전교육 15분하고 끝나는데 원래 이럼?
또 옷같은거도 극한직업 이런데 보면 다들 유니폼 입고 있잖아. 그래서 나도 유니폼주냐 물어보니 옷 편한거 알아서 입고오라는거임. 가능하면 기능성티에 등산바지 색상은 검정이나 짙은 회색이라고함.
나 평소에 입을 반바지 티만 들고 갔는데 부랴부랴 옷 사옴. 막상 출근해보니 내가 입고 간옷 입고 쭉 일하는데 이거도 정상 맞음?
내가 일하는데는 비닐 압출실임. 하는일은
1. 비닐 압출시 사용할 원료 혼합해두기
2. 생산 비닐 교체시 철망 교체
3. 기사 보조
4. 청소
5. 지게차 사용
크게 이럼
1번 원료혼합은 보통 한세트가 25키로 포대 14개에서 15개임. 이걸 지게차로 싣고와서 뜯은뒤 혼합기에 넣고 혼합함. 그후 카트에 담긴 혼합물을 압출기쪽으로 이동 시키는데 하루에 18세트~21세트 혼합 하더라. 그때 그때 오더가 다르다보니(색상, 원료혼합비, 용량 등) 조금씩 유동적인 상황임. 지금은 우즈벡 외노자랑 둘이서해서 할만한데 얘가 열흘뒤에 자기 나라로 돌아가거든. 나 혼자 하려면 도저히 자신 없음
2. 철망교체는 압출기에서 비닐 뽑다가 비닐이 변경될시(색상이 다르거나, 원료 혼합비가 크게 차이가 있는 경우) 압출기 본체를 분해해서 철망 교체하는거임. 일단 존나 뜨겁고 기기 분해해서 안에 찌꺼기들 전부 칼로 긁어내야해서 아무리 빨리해도 10분은 걸리는것 같아. 이것도 하루에 3~4번은 하는듯
3. 기사보조는 보통 세팅된 길이만큼 비닐이 사출되어 롤로 만들어졌을때 압출기에서 비닐롤을 분리하고 거기에 정보를 씀(길이, 폭, 의뢰업체, 인쇄코팅여부). 그후 비닐롤은 다른 투명비닐로 포장한뒤 파렛트로 이동함. 그리고 압출기로 가서 새로 지관통 끼워 놓고 압출기 재조립함.
이게 대부분이고 위에 철망교체후에 새로 비닐을 뽑는경우 2층 또는 3층(압출기 기종마다 높이가 다름)에 올라가서 받은뒤 비닐 다시 내려주는걸 함. 생각보다 높은데 발 딛을곳은 적어서 좀 무섭더라
4. 청소는 원료가 작고 동그랗다보니 바닥에 은근 많이 떨어짐. 그래서 수시로 청소해야함. 그리고 비닐 뽑을때도 이런 저런 이유로 폐비닐이 자주 나오는데 그거 나오면 바로 치워줘야함
5. 지게차 조작은 나 여기오고 처음 몰아봄. 그나마 3일째라 이제 조금 조작에 익숙해짐.
아침에 출근하면 원료 재고 보고 모자랄경우 밖에 쌓아놓은데서 필요한 원료 파렛트를 지게차로 가져와야함. 오늘 내가 혼자 해봤는데 이거만 40분 걸림.
그리고 아까 1번 원료 혼합할때 원료 포대가 파렛트에 쌓여 있을거 아냐. 높은데 있는거 꺼낼땐 지게차에 빈 파렛트끼우고 거기에 올라가서 내리고함. 혼합기에 넣을때도 지게차 파렛트를 위로 올린뒤에 거기에 타고 올라가서 쏟아 부음. 근데 이게 위로 올려놓은 파렛트에 타는게 많이 흔들리기도하고 불안정해서 무서움. 그리고 생각보다 높아
그리고 쉬는시간이 없거든. 중간중간 눈치껏 쉬면 된다는데 해보니까 원료 혼합기 넣어놓고 좀 쉬려면 철망 교체. 또 좀 쉬려면 기사보조 이런식이라 거의 2-3시간에 한 3분 쉬는것 같음.
그리고 점심도 우린 식당에서 안먹고 기계앞으로 배달 오거든. 빈 책상에 비닐깔고 거기서 먹음. 점심시간이 따로 있는건 아니고 정리 되는대로 와서 밥먹고 밥먹다가도 비닐 다됐다고 사이렌울리면 가서 처리하고오고 이런식임.
원래 중소기업 공장은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 없음?
나 진짜 많은거 안바람. 물론 내가 가진 스펙이 없어서 대기업 공장 같은데는 절대 못가더라도
주간만하고 일요일은 보장 되고(토요일은 안쉬어도 어쩔수 없음) 집 가까운데서 월급 실수형 한 170이상만 받아도 행복하게 살수 있을거 같거든
이런 공장은 찾기 힘드냐? 육체적으로 힘들거나 한건 상관 없음
여기 공장오니까 처음에 중국 아재가 몇살이에요? 묻더라고 30살이라 하니 젊은 사람이 이런일 왜해요? 묻더라
그리고 보는 사람마다 한국 사람은 오면 3개월 버티는 사람을 본적 없다
나보고 열심히 해서 기록을 세워봐라
일주일도 못버티고 나가는 사람도 허다하다
막 이런 이야기하는데 나도 도망 쳐야하냐?
근데 내가 근로계약서 쓸때 항목중에 퇴직하려면 한달전에 허가를 득한뒤 퇴직가능 뭐 이런식으로 적혀있었단말야. 나 만약 퇴직하고 싶다 말했는데 언제까지만 참아봐 하면 어쩌지? 난 솔직히 진짜 당장 그만두고 싶은데 방법 없냐?
계약서쓰고 이런건 전부 이사랑 이야기했는데 이사한테 그만둔다 하면 될까?
그리고 진짜 퇴직하면 내가 며칠동안 일한거 돈은 받을수 있음?
진짜 생산직 처음해봐서 뭐가 정상인지도 모르겠다
그냥 퇴근하고 신세한탄겸 고민되서 글써봤다
긴글 읽어줘서 고맙고 질문에 꼭 대답 안해줘도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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