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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아조씨 첫 체육관의 추억, 그리고 이후

숲고양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12.19 14:08:37
조회 443 추천 21 댓글 15



1. 처음 가 본 직장 근처 체육관

당시 내가 30대 초반 정도였고 관장님은 40대 중반이셨음
어렸을 땐 좀 허세끼 양끼있었겠다 싶은 얼굴에 키 작고 슬림하게 몸매 관리 잘 된 분

이 때 복싱장 두개를 운영중이셨고
내가 다녔던 복싱장은 진짜 망하는 분위기였음
근데 의외로 이것 때문에 내가 복싱을 마음 속에 계속 품게 된 계기가 됨

처음에 복싱 시작할 때 관장님한테
"저 잘 못해도 열심히 할 자신은 있어요"
라고 하고 시작했는데
처음에 관장님이 보면서 성질을 많이 내셨어.. 왜 그렇게 몸을 못쓰냐 하면서...

심지어 하루는 미트 잡아주다가 흥분해서 미트로 내 머리 때리심ㅋㅋㅋㅋ
아니 그래도 나도 어엿한 사회생활 하는 직장인인데 순간적인 상황에 서로 벙쪄서 잠시 정적

'내가 뭐라하니까 니가 쫄아서 잘 못하는 것 같다 혼자서 계속 연습해봐' 하고 멋쩍은 표정으로 자리로 돌아가심
(오래된 TV있는 관장실? 있었고 거기서 앉아서 TV 자주보심ㅋㅋ)

그리고 진짜 주중 하루도 안빼놓고 매일 두시간씩 연습했다

몇개월이 흐르는 동안 복싱장에 왔던 다른 직장인들은 하나 둘 씩 사라지더라
그리고 오랫동안 다니던 관원들도 점점 뜨문뜨문 하더니
결국엔 나 혼자 복싱장에 있는 날도 많아졌고
나는 혼자서 체육관을 다 쓸 수 있다는 기분에 더 재밌게 했어
처음에 복싱에 관심이 생기면서 검색하다가 방목형 안좋다는 말 들었었는데
나는 오히려 좋았어 혼자 이것저것 연습해보고 하니까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관장님과 친해졌고
나중엔 관장님이 아예
'숲고양아~ 새로 오는 사람 있으면 나한테 전화 좀 해줘~'
이렇게 나한테 체육관을 맡기고 놀러가시기도 하고ㅋㅋㅋㅋㅋ

어느 날인가 내가 섀복 후 샌드백 치는 걸 보더니
'너는 샌드백 칠 때 특히 잘하는구나? 이제 나랑 스파링 해도 되겠는데?'
라고 하면서 많이 늘었다고 칭찬해주셔서 자신감도 생겼지

관장님이 술을 좋아하셔서 나랑 술도 몇 번 마셨는데
관장님은 맨날 싼 것만 먹어서 내가 산다고 하고 더 비싼 거 먹기도 하고 뭔가 묘한 재미가 있었다
내가 봤을 땐 나이를 먹었지만 귀여운 구석이 있는 사람이었다
남들은 이렇게 안가르친다면서 자기만의 방식이 있다고 하면서 자부심도 꽤 있으셨어
그것과 다르게 게으른 부분이 있어서 체육관 청소도 잘 안돼있었고ㅋㅋ

관장님 후배가 와서
'아니 관장님은 왜 안해요~ 블로그 이런 것 좀 해요 요즘엔 그런 거 다 해야된다니까?'
하는데..
'아는데 에이 난 그런 거 귀찮아서 못하겠어'
하고 실제로 블로그, 인스타, 페이스북 다 하시긴 하시는데
처음에만 잠깐하고 페이스북은 결국 자기 등산가고 술마시고 하는 거나 올리시니까 될 리가 있나
그러다 너무 안벌려서 못하겠다고 하나만 운영하겠다면서 떠나심

문제는 내가 6개월 더 끊어놨었는데.. 어떡하냐고 하니까 대충 이 정도면 되겠지 하는 정도 환불해주고 가심 ㅋㅋㅋㅋㅋ
그리고 마지막으로 술 마시는데
'숲고양아~ 너는 살쪄도 체형이 그 뭐냐.. 가루지기? 그런 체형이야 그니까 여기 없어져도 운동 계속 해라~'
하고 가셨다

근데 이 때 진짜 열심히 해서
체중이 80Kg에서 62Kg 까지 빠졌었어 그 후 5년 뒤 90Kg 찍었지만 (참고로 키작음)

여튼 여기서 기초적인 건 다 배운 것 같다
핸드랩 감는 법부터 가르쳐주시는데 뭔가 후진 감성?이면서 정통복싱 느낌 나서 더 재미를 붙일 수 있었던 것 같아

이 때 미트 치다가 체력 완전히 다 방전돼서 미트 끝나고 나도 모르게 누운 적이 있음
아무 얘기 안해도 관장님이 다 안다는 듯이 누워있으라고 하는데 색다른 경험이어서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무언갈 뛰어 넘은 듯한 느낌이 몇번 들면서
당시 나의 체력은 군대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그리고 후에 알게 됐지만 물가 상승률 감안한다 하더라도 이 체육관이 가장 쌌다



2. 프로 관장, 프로 코치 체육관

이후 이사를 하게 됐고 집에서 10분 거리에 체육관이 있다는 걸 알게 됨
관장님은 나랑 나이 비슷하고 아시아 챔피언 출신이었고
코치는 그보다는 좀 어려보였음

전에 복싱 6개월 정도 해봤다니까 기본적인 거 알려주시는데
사실 꽤 쉬었고 몸무게도 80Kg으로 회복한 터라 몸이 예전처럼 움직이지 않았음
뭔가 처음 복싱을 했을 때보다 열정도 없었고
무엇보다 삶에 들여야하는 시간이 많이 늘었기 때문에
일주일에 두세번 나가는 게 전부였다

여기엔 잘하는 사람들도 좀 있었고 그 사람들 하는 거 곁눈질로 구경해가면서
비슷하게 따라도 해보고 하는 재미가 있었음

관장님한테 들었던 얘기는
‘체력 좋으신데요? 일단은 그렇게 주먹 많이 내보는 것도 좋아요’
였음

근데 뭔가 뭔가.. 어차피 직장인 취미로 하는 사람이니까
막 그렇게 뭐라 하지 않는? 적당히 받아주고 적당히 가르쳐주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아무리취미라고 해도 더 진지하게 배우는 것이 재밌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됐음

그리고 얼마 안가 다시 연애를 하게 되고
결혼을 하게 되면서 자연스레 복싱은 안하게 되었음



3. 아파트 단지 내 체육관

결혼, 이사 후
문득 복싱이 다시 하고 싶어졌음
그리고 와이프도 같이 하면 좋겠다 싶어서
집 근처 복싱장들을 알아보다가 두 군데로 좁혀졌음
한 군데는 힙한 느낌의 젊은 사람들이 가는 느낌의 체육관
한 곳은 아파트 단지 내의 나이 50 가까이 되어보이는 분이 관장님인 곳이었음

그리고 당시에 더 정통복싱 느낌이 나는 곳은 아파트 단지의 복싱장이라고 생각했고
그렇게 와이프와 같이 시작을 했다

와이프 복싱하는 거 보는데 넘 귀여웠음
그런데 그러다 아내가 무릎이 나갔어
그래도 나보단 3살 어리고 몸무게도 반밖에 안되는 아내가
무릎이 나가다니…

물론, 그 후 회복 했지만
당시 직장 스트레스가 많았던 아내가 점점 게을러지는 바람에
결국 혼자함

그런데 관장님 스타일이 나랑 안맞았음
복싱 깨작해놓고 뭔 스타일이 있겠냐만..
나는 인파이터 스타일이었고, 관장님은 아웃복서 스타일이었는데
관장님은 내 스타일을 별로 안좋아하셨던 것 같음
그래서 계속 천천히 하라고 하셨고
나이도 있으니 다치면 안된다고 하심..

생각해주시는 건 고마운데
문제는 재미가 없었음

그렇게 깨작깨작 하다가
신혼집으로 이사 하면서 작별



4. 현재 동네 체육관

이후 수년이 지났다
나는 아이의 아빠가 되어있었다
그리고 몸무게 90Kg을 찍었다
임신은 아내가 했는데 먹을 건 내가 더 먹었어..
나름 코어 운동을 하고 살아서 90Kg 치고는 배가 안나온 편이긴 했는데
그래도 불은 게 너무 많아서 입을 수 있는 옷이 없었당

이렇게 돼지 아빠로 살 순 없어
라는 마음을 먹고 75Kg 까지는 빼자! 라고 마음 먹고
안하던 런닝을 시작했다
하루에 5~15Km씩 뛰다가
뜬금없이 코로나 걸려서 때려치고 다시 하다가 이약속 저약속 술자리 나가다 때려치고
반복하다 연말이 되었다

몸무게는 그래도 82Kg까지 줄어있었다

그러던 중 산책하다 발견했다
동네에 태권도장이 하나 사라졌었는데, 어느새 그 곳에 붙어있는 복싱체육관 간판!

다시 복싱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샘솟았다
그리고 아내와 함께 들어갔다 (물론 아내는 구경만 하러 감)

관비가.. 너무 비쌌다
처음 갔던 체육관에 비하면 거의 두배 차이였지만
어차피 할 생각이었어서 잠시 고민하는 척만 하고 3개월 결제

처음에 복싱에 열정적이었던 시절의 6개월을 빼면 안한 거나 다름없다는 생각에
복싱 6개월 정도 배웠다고 관장님한테 얘기하고 시작
그리고 처음 복싱 했을 때가 2016년이었으니까..
아예 못한다 치고 처음 배우는 사람처럼 배우겠다고 했다 틀린 말도 아니고

그래도 몸이 어느 정도 기억을 해서
진도를 빠르게 나감
직장 문제로 주 3회 밖에 못나가고
이제 일주일 했는데 훅 위빙 하고 있음

그래도 누구보다도 열심히 할 자신은 있는데
시간이 귀해진 것이 아쉬울 따름
하지만 딸내미에게 들이는 시간이 아까운 것은 아니다


관장님은 25살
아기 같다

코치님은 더 어려..
진짜 아기 같다…

이 나이 먹고 그 나이 보면
귀여웡
그냥 귀여워

그런데 관장님은 나이보다 훨씬 노련함
나는 저 나이 때 안그랬던 것 같은데 사람 대하는 것도 그렇고
가르치는 것도 노련하다

첫날 미트치고 샌드백까지 치고 나서 땀 범벅이 되어있는데
'이렇게 불태우시면 살 금방 빠지시겠는데요?’ 라고 한다
그래서
‘제 나이에는 이렇게 해도 먹으면 안빠져요ㅋㅋ’ 하고 왔음


코치님은 그냥 귀여워.. 그리고 열정이 느껴진다
내가 샌드백 치고 있는데 코치님이 옆에서 더 알려주고 싶다라는 게 보이는데
새삼 고맙더라

‘옛날에 했다고 하셨는데 진짜 잘하시는데요?
그리고 인파이터 스타일이잖아요? 그럼 이럴 땐 이렇게…’

사실 이 때 안것임
아 내가 인파이터 스타일이구나

아기 코치님이
나이먹은 나한테 잘한다
해주는 게 너무 고맙다

잘해봤자 얼마나 잘하겠냐
난 그저 8년째 늅뉴비인 것을…
그래도 친창해주니 힘이 난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 운동하고 싶다


언제까지 이 열정이 살아있을진 모르겠지만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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