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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드라마 속 클래식 2.슈만 '어린이 정경' 중 제7곡 '트로이메라이'

mondlicht(121.131) 2020.09.22 01:00:12
조회 573 추천 8 댓글 3

트로이메라이가 수록된 슈만의 피아노 소품 모음인 '어린이 정경'이 만들어진 1838년 당시 슈만은 28세, 클라라는 19세. 클라라가 14살이던 1833년부터 이 둘은 사랑에 빠졌다곤 하나, 클라라의 아버지이자 슈만의 피아노 스승인 프리드리히 비크는 이들의 관계에 뒷목을 잡았어. 클라라가 18살이 되던 해에 슈만은 비크에게 결혼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고, 비크는 클라라를 데리고 빈으로 떠나버렸지.


'어린이 정경'은 공식적으로 누구에게 헌정된 곡은 아니야. 그렇지만 이 시기 라이프치히에 있던 로베르트 슈만과 빈에 있던 클라라 비크(미래의 클라라 슈만) 사이에 오간 편지를 보면 누가 봐도 슈만이 클라라를 떠올리며 어린이정경을 만들었다는 걸 알 수 있어.


1838년 8월 3일 슈만의 편지

'크라이슬레리아나'를 연주해봐요. 당신과 나의 삶이, 그리고 당신의 표현들이 그러하듯 이 곡들엔 격정적인 사랑이 담겼죠. 반면 '어린이 정경'은 우리의 미래처럼 부드럽고, 섬세하고, 그리고 안온합니다.


1838년 9월 1일 클라라의 편지

"Freumde Leute, fremde Lander(곡 이름)"은 정말 사랑스러워요. 도입 부분에서 특히 전율이 입니다. 누구나 독특하고 감동적인 당신의 음악에 사로잡힐거예요. 연주할 때 느낀 바로는, 우리를 아름다운 꿈 속으로 인도하는 음악이기도 하죠. 당신을 보는 내 시선도 그렇답니다. 당신을 사랑하지 않는 것은 불가능해요. 심지어 오늘처럼 무척 화가 난 날에도 말이죠.


1839년 3월 11일 슈만의 편지

'어린이 정경'을 받았나요? 우리의 매 순간과 미래를 Op.15(어린이 정경)에 담았답니다. 그럼 이제 사랑하는 마음을 가득 담아 키스를 보내주세요. 온 마음을 다해 당신을 가장 사랑하는 로베르트에게.


1839년 3월 22일 클라라의 편지

'어린이 정경'은 누구에게 헌정된 곡인가요? 우리 둘만을 위해서 쓰여진 곡이겠지요? 항상 그 곡을 머릿속에 떠올리고 있답니다. 단순하지만 너무나 마음이 따뜻해지고 참으로 포근한 곡이에요. 빨리 내일이 되어 다시 그 곡을 연주했으면 좋겠어요.


1839년 3월 24일 클라라의 편지

'어린이 정경'이 얼마나 아름다운 곡인지 설명하기가 힘들 정도예요. 당신에게 키스를 보냅니다. 어제도 오늘도 생각해요. 여기 이 시인이 내 사람이 맞는지, 이런 행복을 내가 감당할 수 있는지 말이죠. '어린이 정경'을 연주할 때마다 감동은 커져만 갑니다. 참 많은 것을 담고 있는 곡이에요. 당신의 생각들을 하나하나 이해하게 되고, 그 생각 속에서 꿈꾸고 싶어집니다.


1839년 4월 4일 슈만의 편지

어제도 오늘도 '어린이 정경'을 연주했다는 당신의 사랑스러운 편지를 받아보았습니다. 내가 그 곡을 쓰면서 얼마나 황홀했는지 상상할 수 있겠죠. 그리고 그 곡을 연주하는 당신을 떠올리노라면 또한 황홀함에 빠진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어쩌면 내가 수줍게 작곡하며 꿈꾸던 것들이 현실이 되어가고 있는 것인지 모르죠. 그래요, 나의 클라라. 우리가 항상 서로 사랑하며 행복할 것이라고 믿어요.



트로이메라이 멜로디처럼 참 달달한 편지들이지? 그런데 이런 사랑스러운 배경이 있었음에도 트로이메라이라는 곡을 들을 때면 뭔가 짠하게 아련한 느낌이 먼저 드는 것은 이 곡의 유명한 연주 영상이 주는 임팩트 때문이 아닌가 싶어.


앞서 소개했던 라흐마니노프처럼 제정 러시아가 소련이 되면서 많은 음악가들이 미국, 유럽 등 서방세계로 망명했어. 20세기 최고의 피아니스트 중 한 사람인 블라디미르 호로비츠도 그 중 한사람이었고. 라흐마니노프는 결국 다시는 고향 땅을 밟지 못하고 미국에서 죽었지만, 호로비츠는 냉전 시대가 저물어가고 있던 1986년 러시아 땅을 다시 밟게 돼. 고향을 떠난지 무려 60년만에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리사이틀을 하게 된 거지.


트로이메라이라는 곡은 큰 기교를 요하지 않지만 오히려 꿈꾸는 듯한 그 느낌과 과하지 않은 표현의 조화를 이루기가 쉽지 않은 곡이라고 생각해. 쉽게 볼 수 있는 앵콜 레퍼토리지만 막상 임팩트 있는 연주를 듣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았던 것 같아. 호로비츠는 젊어서 떠난 고향을 80 노인이 되어 밟은 애달픔과 복잡한 심정을 이 곡에 절절히 녹여냈어.






젊은 연주자가 친 버전도 하나 소개할게. 이제는 들을 수 없는, 망가지기 전의 윤디 리(쇼콩 우승자)의 연주.



+) 쓸까말까 했던 슈만 부부의 후일담

클라라의 아버지인 비크가 두 사람의 관계를 격렬히 반대하면서 무려 법원에서 송사까지 벌인 끝에, 로베르트와 클라라는 1940년 결혼했고 8남매를 낳았어. 결혼 전부터 유명한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이기도 했던 클라라는 로베르트 슈만의 든든한 음악적 동반자이기도 했지. 그렇게 쭉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다면 좋았으련만, 슈만이 앓던 정신질환은 점점 심해졌어.


그러던 중 이들 부부는 스무살의 젊은 음악가였던 요하네스 브람스를 만나게 됐어. 이미 독일 음악계에서 어느 정도 기반을 잡고 있던 슈만이 재능있는 젊은이인 브람스를 음악계에 소개하면서 슈만 부부와 브람스의 친분은 더욱 깊어졌지. 그 이듬해인 1854년 슈만의 병은 더욱 악화돼서 강에서 투신해 자살을 시도해. 다행히 지나가는 배가 건져서 목숨은 구했지만 슈만은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되지. 브람스는 졸지에 8남매를 책임져야 하는 처지가 된 클라라를 곁에서 도왔고. 그러나 결국 2년 후인 1856년 슈만은 정신병원에서 세상을 떠났어. 이때 슈만이 클라라에게 남긴 유언이 "나는 알고있다(Ich weiß)"라는데, 이게 브람스가 클라라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소리가 있으나 확실하진 않음. 참고로 슈만의 사인은 '매독(...)'임.


클라라는 본인 스스로도 실력있는 음악가였기 때문에 남편이 죽은 후에도 작곡도 하고, 음악학교의 교수로서 제자들도 길러냈어. 그 와중에 슈만과 사이에서 낳은 7남매(아이 한명은 죽었지)를 키워냈지. 드라마에도 나왔듯 브람스는 남편을 잃은 클라라가 죽을 때까지 독신으로 지내며 클라라 곁에서 친구로 남았고 클라라와 아이들을 도왔고 클라라가 죽고 1년 후 세상을 떴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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