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르는 어느덧 황혼이 질 시간임을 느꼈다.
루머처럼 그의 뒤를 좆아 올라온 소리없는 공포.

한결같이 만년 3위길드였던 우리길드
"나 다른게임좀 하고올게"
맘에없는 소릴 했지만 뒤를 돌자마자 여기까지 온 길이 보였다.
보려고 본것은 아니었지만 일단은 보이니 눈물이 앞을 가렸다.

하지만 시간은 흐르고 흘러 태양은 야속하게도 눈물처럼 계속 쉼 없이 떨어져가고 있었다.
"이제 곧 잘 시간이야 얘들아. 내일은 다른 태양이 떠오르게 될거란다."

태양을 다시 잡아 올릴 수 만있다면...
손을 뻗자 분명 다시잡힐것만 같은데... 분명 눈앞에 있는데...

존자령을 든 자, 최상위 포식자, 무한을 담은자, 모든걸 포용하는자.
그 공포앞에선 왜 이렇게 초라해져만 가고 자신과 비교되는걸까?

"빌어먹을 새끼들 너희들만 안갔어도"
주유와 제리가 스쳐가고 이어서 요쨩과 몽글 그리고 댕바의 가족들이 생각나자 괜시리 달에서 온 자들만 봐도 화가 치밀었다.
잘못한것이라도 있었다면 붙잡고 참회하며 억세게 붙잡았으리라.
하지만 잘못한것이 없어 더 억울했다.
분명 존자령 소집버튼에 손가락을 얹고 있는 사람도 있을거라는 의심이 들었다

'얘들아 다시 돌아와줘 부탁이야!'라는 말을 왜 제때 하지 못했을까.

논검대회 승리의 기쁨도 앞으로 다가올 새벽 앞에 왜인지 모를 불안함만 느껴졌다.
'내일이면... 난... 역전당할거야... 왜 자꾸 이대로 박수칠때 떠나자는 생각이 드는걸까?' 불안한 예감은 늘 들어맞곤 했다.

백야는 정말로 황혼이 오지 않는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