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26일 설악산 다녀왔습니다

등산 경험 없는 3인큐라 걱정했는데 일단 살아 돌아와 글 쓰고 있네요

여행지 고민중 흘러나온 설악산이란 키워드에 다같이 눈이 돌아 산행을 결심했네요

막상 갈라니 쫄려서 부모님한테 등짝 맞으며 등산복이랑 아이젠, 등산스틱 등 풀세팅을 맞췄더랬죠

코스는 오색-대청봉-희운각(1박)-소공원 으로 계획하고 출발했습니다

오색에서 내려서 편의점을 잠시 들렸다 입산하러 올라가는데 그때부터 아차 싶더군요

이젠 무를 수도 없는지라 파이팅 외치며 출발했습니다

입산 마감시간인 11시에 거의 턱걸이로 입산했습니다

운이 좋은건지 날씨가 따뜻했는데 오색의 경사와 겹쳐 등이 금방 젖더군요

쉴 때마다 젖은 반팔을 갈아입고 가방에 묶어 말리면서 올라갔습니다

디티 4장 챙겨가길 잘했더군요

산행 3시간 부턴 대퇴사두에 쥐가 올라와 자주 쉬면서 올라갔습니다

올라가면서 만난 아주머니가 대청봉은 바람이 너무 불어서 서있을 수도 없다고 하셨는데 안믿었습니다

바람이 세봐야 얼마나 세다고 하면서 올라가는데 주위에 나무가 없어지면서 바람이 확 강해지더군요

돌풍 소리가 무서울 정도로 들이 닥쳤지만 쉴 자리도 없을 뿐더러 바람 때문에 쉴 수도 없겠다 싶어 계속 올라갔습니다 

태풍과는 또 다른 바람에 정신이 나가는 줄 알았습니다

태풍은 비가 섞여 물리적인 느낌이 있었는데 순수하게 강한 바람을 처맞으니까 새롭더군요

돌 뿌리 하나씩 부여잡고 엉금엉금 기어가 사진 찍었습니다

재정비고 뭐고 바람에게 정상에서 쫓겨났습니다

다리에 쥐가 계속 나지만 바람이 너무 강해 악으로 깡으로 중청까지 내려와 재정비 했습니다

초콜릿 까먹으면서 다리 좀 풀고 희운각으로 향했습니다

4시 반정도에 소청과 희운각 갈림길이 나왔습니다

희운각 대피소를 에약했지만 다리에 쥐가 계속 올라오는 상태로 무리했다간 비상용으로 챙긴 생존담요를 꺼내야 할 것 같아서 소청으로 꺾었습니다

소청에 도착해서 실례를 무릅쓰고 사정을 설명했지만 비상시에만 변경이 가능하기에 희운각으로 돌아가라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원칙이 그러니 어쩔 수 없구나라며 체념하고 있었는데 같이 올라오신 아저씨가 되려 저희를 변호해 주셨습니다

다리에 쥐가 나 쉴 때마다 마주치며 응원해주시던 분이기에 정말 감사했습니다

덕분에 대피소를 옮겨 소청에서 쉴 수 있었습니다

핫앤쿡에 전식 까먹으니까 훈련 나간거 같아서 재밌었습니다

시장이 반찬이라고 햇반만 깡으로 먹어도 맛있더군요

다음날 하산은 푹쉬고 8시에 출발했습니다

풀컨디션인데도 희운각까지 1시간이 넘게 걸리길래 강행 했으면 조난이었겠더라고요

질문글 쓸 때 누가 코스 바꾸라고 하셨는데 덕분에 소청으로 꺾을 수 있었던거 같습니다

(물론 소청 예약 잡는게 최선이었겠지만 등산이 처음이라..)

하산은 전반적으로 힘들지 않았습니다

얼음이 언 곳이 종종있어 조심히 가야하는건 있었지만 등산할때와 달리 주변에 풍경이 좋아서 정신적으로 쾌적했습니다

등산 4시간 반 하산 5시간 반 정도 걸린거 같네요

겁나서 짐 꼼꼼히 챙겨 간 덕에 살아 돌아올 수 있던거 같네요

개강 전에 재밌는 경험한거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