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알엑스 전신이라고 할 수 있는 인크레더블 미라클(IM)서 데뷔한 '레인오버' 김의진은 2015시즌을 앞두고 '후니' 허승훈(현 LCK 해설)과 함께 유럽으로 건나가 프나틱의 전성시대를 이끌었다. 당시 프나틱은 2015년 LEC 스프링서 우승을 차지했고, 서머서는 전승 우승 기록을 세웠다. 유럽에서 열린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은 4강까지 올랐지만 쿠 타이거즈(현 한화생명e스포츠)에 패해 탈락했다. 그래도 유럽 팀의 자존심을 지켰다.
이후 유럽을 떠난 김의진은 허승훈과 함께 북미 창단 팀인 임모탈스에 합류했다. 스프링과 서머 정규시즌서 33승 3패를 기록한 임모탈스는 정규시즌과 달리 플레이오프서는 힘을 쓰지 못했다. 이후 팀 리퀴드과 카운터 로직 게이밍(CLG)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간 김의진은 은퇴한 뒤 클라우드 나인 아카데미 팀에서 코치 생활을 시작했다.
◆ 걱정 반, 기대 반. 매드 라이온즈에 있다가 2023시즌을 앞두고 팀 리퀴드 코치로 합류한 김의진은 '마린' 장경환 감독이 스프링을 끝으로 떠나면서 서머 시즌부터 감독으로 승격됐다. 두 차례 위기를 극복한 김의진 감독은 LCS 챔피언십서 골든 가디언스를 꺾고 롤드컵 티켓을 따냈다.
"소감이라... 그냥 감사하고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잘해야겠다는 마음만 계속 든다. 그래도 재미있을 거 같고 신나고, 여러 감정이 다 있는 거 같다. 결론만 놓고 보면 걱정 반, 기대 반이다.(웃음)"
지난 '서밋' 박우태와의 인터뷰서도 질문이 나온 거지만 팀 리퀴드는 2022년 롤드컵 우승자인 '표식' 홍창현, '서밋' 박우태 등 한국(계) 5인 로스터를 구성했지만, 스프링서 10개 팀 중 8위에 그쳤다. 김의진 감독도 LCS 스프링 시즌 부진에 대해 '방향성'을 꼽았다.
"이유가 많아서 뭐라고 말하긴 그렇다. 가장 컸던 부분은 팀의 방향성이 없었다는 거다. 살짝 중구난방 느낌으로 했던 거 같다. 연습 과정서도 우리가 다 잘할 거라며 과신한 부분도 있다. 챔피언과 챔피언 조합, 운영, 모든 스타일도 우리는 할 수 있다라는 마인드로 임하다 보니 디테일적인 부분이 많이 떨어졌던 거 같다." ◆ '모 아니면 도'의 심정이었다. '김의진 호'를 출범시킨 팀 리퀴드는 서머 시즌서 두 차례 위기가 있었다. 첫 번째는 정규시즌 2주 차부터 3주 차까지, 두 번째는 챔피언십 승자조서 NRG에게 패해 패자조 1라운드부터 시작할 때였다. 팀 리퀴드는 LCS 챔피언십 패자 3라운드 골든과의 경기서는 6세트를 치르는 접전 끝에 승리하며 롤드컵 티켓을 따냈다.
"당시 패치 버전이 서머 시즌을 앞두고 준비해 오던 팀 스타일과는 다른 부분이 있었다. 저희 편을 안 들어줬다. '불편하다' 이런 느낌으로 경기를 치르다 보니 선수들의 기량까지 떨어지기 시작했다. 시즌 중반 미드가 '해리' 해리 강에서 'APA' 에인 스턴스로 교체되는 과정을 살펴보더라도 부트 캠프나 시즌 초반 우리가 잘했던 조합과 챔피언으로 게임을 하려고 했으나 조금 디테일이 떨어졌고 원하는 플레이도 잘 안 나왔다. 그러다 보니 자신 있는 조합과 챔피언까지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좀 힘들었다."
시즌 중반 특정 포지션을 교체하는 건 모험과도 같은 일이었다. 하지만 팀 리퀴드의 선택은 성공이었다. 이후 4승 2패를 추가하며 3위로 올라선 팀 리퀴드는 10승 8패를 기록하며 챔피언십 진출을 확정 지었다. 당시 기억에 대해 김의진 감독은 '모 아니면 도'라는 심정이었다고 했다. 대학을 다니다가 프로에 들어온 지 10개월밖에 되지 않은 'APA' 에인 스턴스도 직스, 니코 등으로 활약했다. ◆ '해리'는 폼이 올라오면 쓸 수 있다. 김의진 감독은 백업으로 밀려난 '해리' 해리 강에 대해 믿음을 보였다. 김 감독은 '해리'에 대해 당시에는 개인적으로 문제가 있었지만 시간을 갖고 폼이 올라오면 언제든지 경기에 나설 수 있을 거라고 했다. '해리'도 팀 리퀴드의 롤드컵 여정을 함께하고 있다.
'APA'도 궁금했다. 2019년 아마추어팀에서 데뷔한 스턴스는 세인트루이스 마빌 대학교 소속으로 활동하다가 팀 리퀴드에 입단했고 입단 6개월 만에 1군으로 올라왔다. 현 메타에는 맞지 않지만 아우렐리온 솔 장인으로 알려져 있다.
"'재능 충'이다. LoL을 시작한 지 얼마 안됐다.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지만, 매 시즌 솔로 랭크 북미 서버 1위를 찍었다. 프로 무대 경험이 부족하며 국제 대회는 이번이 처음이다. 경험은 부족하지만 '깡'이 있다. 그리고 자신만의 뚜렷한 주관과 플레이가 있다. 다른 선수들과는 다르지만 좋은 면으로 많이 다르다. 저는 만족하고 있다." ◆ 메타 등 많은 부분이 웃어준다. 이번 롤드컵서 LCS 3번 시드로 참가하는 팀 리퀴드는 19일부터 시작되는 스위스 스테이지서 2번 시드 팀인 T1, 빌리빌리 게이밍, 프나틱을 만난다. 김의진 감독은 이번 방식이 우리로서는 득이라고 했다.
"모든 낮은 시드 팀한테는 득이 아닐까? 우리는 3번 시드로 왔고 첫 경기를 제외하면 시드에 대한 의미는 사라진다. 대진 운이 중요할 거 같다. 4번만 승리하면 8강을 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같은 의미로 4번을 패하면 탈락하기에 한 경기, 한 경기가 매우 중요해졌다. 첫 번째 경기가 단판제이기 때문에 준비를 잘해야 할 거 같다. 우리만 준비를 잘해서 승리하면 될 거 같다."
매년 롤드컵서 북미 팀의 숙제는 성적이다. 항상 부진해서 '밈(meme)'이 등장했다. 2018년 클라우드 나인이 4강에 간 이후 북미 팀은 롤드컵서 좋은 성적을 낸 적이 없다.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2020년에는 1번 시드로 참가했던 TSM이 그룹 스테이지서 최초로 6전 전패를 당했다.
"모든 북미 팀의 매년 주어지는 숙제일 거다. 사실 어디 나가서 자신 없다고 할 수 없지 않나. 항상 자신 있다고 이야기하고... 실제로도 자신 있다. 아까 말했듯이 저희 할 것만 잘 준비해서 잘 통하길 바라야 한다. 13.19 패치도 저희 팀과 잘 맞는 거 같다. 웃어주는 상황인 거 같아서 기대하고 있다."
끝으로 김의진 감독은 이번 롤드컵 목표를 8강으로 잡았다. 그는 "스위스 스테이지를 뚫으면 8강이다. 만약에 8강까지 간다면 어디든 올라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솔직히 8강에 가는 팀은 다 잘하기에 우리가 어떻게 준비하느냐가 굉장히 중요할 거 같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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