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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우가 만난 사람] 박령우, "왜 스타2는 끝나지 않을까 생각해 봤다"

데일리e스포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2.12 12:44:12
조회 5316 추천 12 댓글 24

최근까지 스타크래프트2(이하 스타2) 대회는 '잊혀진 대회'로 평가받았다. 한국 e스포츠가 리그 오브 레전드(LoL) 중심으로 재편됐고, 스타크래프트:브루드워(스타1)부터 계속됐던 프로리그도 사라지면서 게임단들이 해체를 선언했다. 그러면서 신인 선수의 유입도 끊겼다.

신인 선수의 유입이 끊기면서 기존 선수 외 군대를 갔다가 전역한 노장 선수들이 복귀하는 사례가 늘어났다. 반면 해외에서는 유망주 선수들이 많이 등장했는데 '레이너' 리카르도 로미티는 지난 2018년 인텔 익스트림 마스터즈(IEM) 평창서 '스칼렛' 샤샤 호스틴 이후 4년 만에 IEM에서 우승을 차지한 해외 선수가 됐다.

이후 '세랄' 요나 소탈라, '올리베이라' 리페이난이 연거푸 우승을 거머쥐며 한국 선수는 스타2에서 밀려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최근 해외 게임단들이 한국 스타2 선수를 찾는 사례가 늘어났다. 도타2 팀만 3번 해체한 클라우드 나인(C9)이 '구미호' 고병재를 영입하자 해설자인 '데무슬림' 벤자민 베이커가 SNS에서 의아한 반응을 보인 건 유명 일화. 팀 리퀴드는 '코어' 김도욱을 데리고 가는 등 현재도 많은 해외 팀이 한국인 스타2 선수를 영입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 제의 받았을 때 많이 놀랐다
탈론e스포츠는 최근 '다크' 박령우의 영입을 공식 발표했다. 탈론이 스타2 선수를 영입한 건 'GogojOey' 궉춘옌 이후 처음이다. 2012년 슬레이어스에서 데뷔한 박령우는 SK텔레콤 T1(현 T1)으로 이적한 뒤 팀의 핵심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스타2 리그가 사라지면서 중국 게임단인 드래곤 피닉스 게이밍(DPG)과 DKZ 게이밍서 활동한 그는 탈론e스포츠의 제안을 수락했다.

"처음에 제안을 받았을 때 많이 놀랐다. 왜 스타2는 끝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해봤다. 막상 들어와서 보니까 많은 분이 관심 가져주고 관계자 분들도 챙겨줘서 감동받았다. 솔직히 말하면 스타2 씬이 완전히 끝으로 가지 않았나, 진짜 없어질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했는데 제안이 와서 좀 놀랐다."

스타2 프로리그가 사라진 뒤 많은 선수는 중국 게임단으로 적을 옮겼다. 당시 중국은 스타2 열풍이 불면서 많은 게임단이 만들어졌는데 프로리그가 진행되기도 했다.(그 당시 유일한 스타2 한국 게임단이었던 진에어 그린윙스도 참가했다.) 대우도 괜찮은 것으로 알려진 중국 팀을 떠난 박령우는 왜 탈론을 선택했을까.

"제가 있던 팀도 엄청 좋고 대우도 잘해줬다. 이번에도 좋은 제안을 해줬는데 내가 그냥 나왔다. 계속 똑같은 삶이 반복되는 거 같아서 마지막에는 좀 바꿔보고 싶어 탈론을 선택했다."

◆ 꾸준한 연습
2012년 데뷔한 박령우는 스타2에서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선수로 활동 중이다. 2022년 드림핵 발렌시아 이후 우승은 없지만 매번 최소 8강에 드는 등 꾸준한 성적을 기록 중이다. 박령우는 이유에 대해 '꾸준한 연습'이라고 설명했다.

"그냥 말할 수 있는 건 '꾸준한 연습'이다'. 연습 덕분에 한 번에 넘어지거나 그런 거 없이 꾸준하게 성적이 나왔던 거 같다. 사실 어린 선수가 들어왔으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었을 거다. 2016년과 2017년 심적으로 힘들었다. 팀들이 해체하고 난 뒤 스타2의 미래가 보이지 않더라. 진짜 앞으로 뭘 해야 할지 생각도 했었다. 그래도 내려가다가 다시 올라가고, 올라가다 다시 내려가는 게 스타2 씬의 숙명인 거 같다."

박령우는 인터뷰 도중 신도림 시절을 언급했다. MBC 게임 폐국 이후 스타2 프로리그는 강남 넥슨 아레나가 만들어지기 전까지 신도림 인텔 e스포츠 스타디움에서 열렸다.

"신도림에서 할 때도 스타2가 사라질 줄 알았는데 넥슨 아레나로 가면서 잘됐다. 이후 다시 내려가고... 또 어떻게 생명이 연장돼 다시 올라온 느낌이다. 진지하게 미래를 고민하기도 했으나 그냥 '할 수 있는 만큼 하자'라는 생각으로 했던 거 같다."

◆ 최후의 WCS 우승자
2012년 WCS(World Championship Series) 체제로 시작된 스타2 리그는 2019년을 끝으로 EPT(ESL 프로 투어) 체제로 재편됐다. 4개 지역으로 나뉜 EPT는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릴 예정인 e스포츠 월드컵 글로벌 파이널에서 최종 우승자를 가리게 된다. 박령우는 지난 2019년 11월 WCS 글로벌 파이널서 '레이너' 리카르도 로미티를 4대1로 꺾고 우승을 차지하며 '최후의 WCS 우승자'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다.

"내가 다 파괴하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웃음) 우승하면 대회가 없어지는 그런 느낌이다. 뭔가 씁쓸하면서도 좋은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그래도 검색하면 무조건 제가 마지막 우승자라고 나오지 않나. 대회가 없어져서 씁쓸하긴 한데 그래도 우승한 게 어디냐는 느낌인 거 같다."

박령우는 올해를 끝으로 군 입대가 예정되어 있다. 사실 e스포츠 씬에서 선수가 군대를 가면 은퇴라는 이미지가 강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스타2에서는 '동래구' 박수호, '히어로' 김준호, '클래식' 김도우 등 군 전역 이후 선수로 복귀한 사례가 많다.

"군대 가기 전에 스타2 씬이 없어질 줄 알았다. 지금 보니까 있을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기에 스타2 씬에서 희망적인 부분이 보이는 거 같다. 현역으로 갔다 온 선수들이 대단한 거 같다. 기량을 올리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6개월~1년 정도 헤매더라도 기량이 올라오는 데 앞에서도 말했지만 새롭게 들어오는 선수가 없다 보니 (기량이) 맞춰지는 거 같다. 결국에는 한계치가 있다 보니 젊은 선수들이 있었으면 복귀는 힘들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박령우의 2024시즌 목표는 모든 대회서 우승하는 거다. IEM 카토비체서는 4강서 '세랄'에게 1대3으로 패해 탈락했으나 남은 대회는 많다. 그는 "진짜 올해가 마지막이기에 참가하는 대회 다 우승하고 깔끔하게 군대에 가겠다"라며 웃음을 지어 보였다.



김용우 기자 (kenzi@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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