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랬나요. 라고 물어보면 아무 대답도 돌아오지 않아 당신이 비겁자라는 사실을 꺠닳았어요.

같이 죽자고 할떄 그럴껄. 가스 호스를 단호하게 잘라내던 당신의 결단력에 쫄아버리지 않았더라면 일가족 같은 단어가 헤드라인에 올랐을텐데.

살아남지 않아도 그만인데. 죽을지도 모른다와, 살려주세요 소리를 여러 번 했던 나로써도 도무지 적응되지 않은건 공포더군요.

당신이 죽는다면, 그런 가정을 해놓고 여러가지 상상을 했어요. 묘비에 오줌싸기 영정사진 발로차기 똥 봉지 투척하기 친척한테.

내가 알고있는 비밀을 그들의 2세에 털어놓기. 가령예를 들어 사실 너희 어머니가 어떤 사람인 줄 아니 ? 이야기 하기.

예의가 먼저라고 했죠. 어른한테 그러는거 아니야.

어른들은 애 한테 그러는거 아닌데. 꼭 말하고 그 낯짝들에 침을 뱉거나 존나 패버리거나 했어야하는데.

지나갔으니까 아쉬워 하지마. 실 끊긴 연 같은거라고 생각해. 멀리멀리 날아가다가, 내가 도무지 붙잡을 수 없는 어딘가에 툭 떨어진 연들같은거라고.

그래야 내 맘이 편하다고 말해주는이는 혀와 손을 잘라내겠다는 내게 질려 떠나갔어요.

난 미워요. 술이 가까운것도 실패가 익숙한것도 그림자가 편한것도 우묵한 어둠에, 날 밀어넣고 나서야 곤한 숨이 쉬어지는것도.

전부다 싫어서 내 것 아니라고 말 하고 싶어요. 틀림없는 내 것이라 아무도 찾을 수 없는 마음 속 가장 깊은곳에. 낡은궤짝에 넣어두고 성문을 닫을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