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ㅇㅇ입니다.

일단 저희 회사에 지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근데 이걸 읽고 계시다는 건 떨어졌다는 뜻이겠죠?

네, 축하드립니다. ㅇㅇ님께서는 이번에도 대기업의 문턱을 넘지 못하셨습니다.

솔직히 요즘 한국에서 취업이 이렇게까지 어려운 이유가 뭔지 아십니까?

간단합니다. 대기업이 없어요.

미국은 대기업이 전체 일자리의 58%, 일본, 영국, 프랑스도 40% 넘는데, 한국은요? 14%.

그나마 있는 대기업 자리도 낙하산이니 뭐니 하면서 줄어들고 있죠.

그러니 다들 대기업 가겠다고 난리인데, 문제는 다들 대기업 가고 싶어 하는데 자리가 없다는 것.

결국 대기업 공채는 한 자리 두고 수백, 수천 명이 피 터지게 싸우는 전쟁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럼, 중소기업이라도 가야 하냐고요? ㅋㅋㅋ

네, 현실적으로 중소기업도 갈 사람만 갑니다.

대기업 가려고 몇 년씩 취준하다 “아, 그냥 적당히 타협하자” 하고 가는 거죠.

그렇다고 중소기업이 연봉이 높냐? 복지가 좋냐? 회사가 멀쩡하냐? 아니요.

낮은 월급, 무의미한 야근, 수직적인 조직 문화, 공짜 노동이 난무하는 곳에서 “배울 게 많아요” 같은 소리나 듣다가 지쳐서 나오게 됩니다.

결국 현실은 뭐다?

대기업 못 가면 취업 못 하거나, 중소기업 가서 멘탈 갈리는 게 한국 청년들의 운명이다.

ㅇㅇ님도 지금 그 과정의 일부를 밟고 계시는 겁니다.

한번 떨어진 걸로 실망하지 마세요. 어차피 앞으로 더 많이 떨어질 거니까요.

그게 한국 취업의 기본 룰입니다.

그럼 여기서 질문.

ㅇㅇ님은 취업을 목표로 하십니까, 생존을 목표로 하십니까?

취업이 목표면 계속 지원하시면 되고요, 생존이 목표면 그냥 적당히 현실과 타협하시죠.

어차피 한국에서는 청년들이 알아서 기어오르든, 기어내려가든 신경 안 씁니다.

그게 우리 경제의 기본 구조니까요.

아무튼, 이번에는 저희와 인연이 닿지 않았습니다.

다음에 또 지원하실지는 모르겠지만, 그때는 스펙 좀 더 빡세게 갈아서 오시길 바랍니다.

(물론, 그때도 합격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그럼 남은 취업 서바이벌 잘하시고, 건강 유의하시길 바랍니다.

멘탈 관리도 필수입니다. 앞으로도 더 많은 불합격 메일을 받게 될 수도 있으니까요.

감사합니다. 

ㅇㅇ 인사담당자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