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책벌레의 고통은 노동자들의 피땀어린 애환에 비할 길이 없다고 한다.

그래서 세상에서 공부가 제일 쉽다고들 하지.

하지만 이건 공부를 진정 해보지 않은 사람들의 신포도질에 불과하다.

마치 이런것이다. 일본어는 1급 따기 쉽다며~ 변시도 개판이라며~ 이렇게 뭐든 쉽게 까내리지만 정작 본인은 시도조차 안해본 그런 부류의 발언.

나는 개인적으로 세상의 어떤 노동을 가지고 와도 공부의 그것에는 비견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돌뢰즈의 소진인간론에 따르면, 인간은 낮에 노동하고 밤에 휴식을 취함으로써 무의식적으로 다음날 다시 하기 싫은 노동에 복귀할 힘을 얻는다고 했다.

직장인은 어떤 방식으로던 본인의 스트레스를 조절할 기회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공부하는 사람은 그렇지 못하다.

공부할 때 제일 힘든게 뭔지 아는가?

아침부터 잠들기 전까지 공부생각밖에 안하는 것이다.

이게 제일 고통스럽다. 공부의 내용이 어떻고 저쩧고는 중요하지 않다.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에도, 밥을 먹는 순간에도, 똥을 싸는 순간에도, 잠자리에 드는 순간에도 공부와 미래 걱정을 뗄 수가 없다.

왜냐하면 성공하지 못하면 인생 낙오자가 되니까.

직장인들 한번 생각해보라.

본인들은 아침에 일어나서도 회사 일생각, 밥먹으면서도 회사 일생각, 똥싸면서도 회사 일생각, 잠자리에 들면서도 회사 일생각을 마치 안하면 인생이 끝나는 사람처럼 하는가?

직장 일 똑바로 안하면 당장 인생이 망하고 누가 칼들고 쫒아오는것같은 부담감을 느끼는가?

점심에 밥먹으면서도 이거 일 다 못끝내면 내 인생은 개털이라 라는 마인드로 사는가?

솔직히 가슴에 손을 얹고, 아니잖아. 만약 직장이 이런식이면 누가 직장에 다니겠어.

하지만 공부는 이렇다.

다시 말하지만 공부에서 가장 힘든건 공부의 내용과 양이 아니다.

내 의식이 살아있는 모든 숨쉬는 그 순간들에 있어 공부 생각만 하는게 제일 힘든거다.

누구하고도 공유할 수도 없고, 공감받을수도 없고, 본인 혼자서 공부라는 감옥에 가둬놓고 계속 채찍질을 하는 것이다.

아무리 월급이 짜고 정년 못채우고 나온다고 한들, 난 주변인들이 공부한다고 하면 일단 뜯어 말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