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신검을 받은 상붕이가 20살이었던 해였다

아... 군대 가기 싫다...

차라리 계집애로 태어났으면 좋았을텐데...

씨발 왜 여자는 군대 안 가는데!!!!!!

상붕이는 세상 현실이 개탄스러웠다

(상체문신+동네부랄친구)

그렇게 군대 가기 싫냐?

개꿀보직 가는 법 알려줘?

(이 불법충 문신돼지새끼가 또 뭐라는 거야..)

너 신검 등급 고졸에 3급이지?

너도 알잖냐. 우리 지역이 개깡촌이라 20대 남자 얼마 없는 거.

내가 아는 형님한테 들어보니까 상근이라는 게 있는데 고졸 3급이면 웬만해선 그쪽으로 빠진단다.

상근이? 이거?

그거 말고 출퇴근 하는 개꿀보직 말이다

출. 퇴. 근.

형님들이 그러는데, 끝나고 술처먹기 바쁘단다

(씨발... 출.. 출퇴근??????)

그거 뭐 어떻게 하는건데?

매년 11월인가 12월에 결과 뜬다니까 어련히 기다리고 있으면 돼 ㅋㅋ

참고로 나도 고졸 3급이니까 붙으면 너랑 나랑 같이 복무하겠네?

출퇴근. 주먹깨나 쓰는 친구와 함께 복무.

상붕이 입장에서 그야말로 금상첨화였다.

그렇게 상근 발표일만 기다리며 두근거리는 나날을 보냈다.

그리고 결과는...

ㅊㅋ 님 상근임

퍄퍄퍄! 너도 상근 떴음?

ㅇㅇ 떴다

나 7월 입대고 너 8월 입대니까 잘하면 훈련소에서 만날 수도 있겠네 ㅋㅋ

(와 군생활 벌써 폈네.. 일단 얘 있으니까 선임한테 갈굼은 안 당하겠다)

오히려 군생활이 기다려질 정도로 심장이 간질거리는 상붕이.

그리고 2018년 8월.

상붕이는 39사단 입대 후 열심히 훈련소 생활에 적응하고 있었다.

(그나저나 이 새끼 왜 안 보이지? 내가 2중대고 그 자식은 1중대에 있을 거니까 지나가다 한 번쯤은 마주쳐야 하는데..)

그리고 수료식 때 휴대폰을 받자마자 친구한테 전화했다.

너 어디냐???

왜 안 보여?

배치는 받았어? 동대? 대대?

그러나 수화기 너머에서 들리는 소식은 충격이었다

중간에 나갔어 1주차때 

조교 때문에 좆같아서 못해먹겠더라

나같은 놈은 역시 군대랑 안 맞나봐

그럼 힘내라 ㅋ

야이씨발아. 이제 나 혼자 어떡하라고?

너 하나 믿고 상근 왔는데 이랬으면 해병대 갔지

※ 물론 농담이다.

하여튼 이 새낀 잡생각이 참 많네

야 내가 상근 복무 중인 형님한테 잘 말해놨으니까 걱정하지 마

무서운 형님이긴 한데, 예의만 차리면 잘 해주는 양반이야

괜히 실수했다가 다 된 밥상에 재 뿌리지 말고 처세만 잘해, 처세만 ㅇㅋ?

(이새끼 아는 형이라니까 불안한데..)

뭐... 뭐... 어떤 사람인데?

페북스타 윤희X 알지? 그 사람 직속 후배야

아 참고로 페북스타 그 인간도 상근 출신이라던데..

아무튼 경우 없는 인간은 아니니까 너만 잘하면 돼

일단은.... 오케이...

상붕이는 천만다행으로 A동대에 배치받았다

운명의 장난일까?

그 형님이라는 작자와 같은 소속이었다

그리고 상근 데뷔일

부풀어오르는 가슴께를 부여잡고 A동대의 문을 열었다

츠.. 층성! 이병 최상붕!

...그래

(씨발 안경에 문신은 처음 본다...

원래 이 바닥이 다 그런 건가? 아니면 우리 지역만 이런 건가?)

※ 알고 보니까 고졸 3급에 깡촌이니까 꼴통들만 모이는 게 당연했다. (나 포함)

(동대장) 아이고 우리 신병 왔구나 ㅋㅋㅋㅋ

그래 그래 앉아서 커피나 한잔 하자.

다행히 동대장은 인상이 푸근한 중년 아저씨

상붕이가 상상했던 고지식한 꼰대 개저씨와 딴판이었다

그런데...

뭔가 조금 이상했다.

...동대장님

밑에 가서 신병 교육 좀 하고 오겠습니다

아니.. 왕고야.

지금 시간이 9신데, 인마.

야. 나중에 해. 나중에.

...잠깐 갔다 오겠습니다.

...그래 갔다와.

놀랍게도 동대장이 왕고한테 설설 기고 있었다.

마치 약점이 잡힌 사람처럼...

상근 첫 출근날부터 상붕이는 정글의 법칙을 본 것처럼 기분이 묘했다.

그렇게 왕고와 상붕이는 동사무소 밖으로 나왔다.

...술 마시지? 한잔 하러 가자.

...예! 주시는 대로 다 먹겠습니다!

(출근하자마자 술 마시자는 건 뭐야.. 경우 없는 인간 맞구만..)

가을더위가 완연했던 2018년 9월

상붕이는 새로운 세계와 조우했다

양아치와 앰생들로 얼룩진, 상근이라는 세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