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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열전] 제페토의 인형은 어떻게 ○○이 되었나?

게임조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5.15 20:31:40
조회 2568 추천 2 댓글 3
														
영화에는 주연과 조연, 다양한 등장인물이 있듯이 게임에서도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해 게이머의 몰입감을 높여줍니다. 특히, 대작이라 평가받는 게임은 영화 이상의 스토리와 캐릭터성으로 많은 게이머들에게 여전히 회자되는 대상이기도 합니다.
 
작품 밖에는 기획자, 프로그래머, 일러스트레이터 등 게임이라는 세상을 탄생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개발자들이 있습니다. 이들이 피땀 흘려 만든 게임은 게이머에게 때론 웃음을, 때론 눈물을 선사하며 일상의 피로를 잠시 잊게 만들어 줍니다.
 
때론 주인공, 때론 친구, 때론 적으로 등장하는 캐릭터부터 게임이라는 세상을 탄생시킨 개발자들까지 게임에 관련된 인물들을 새로운 시각에서 조명했습니다.
 
[편집자 주]

 
4월 1일은 만우절입니다. 악의 없는 거짓말이나 가벼운 장난을 즐기는 날이죠. 학생들은 반이나 강의실을 바꾸며 선생님들을 골리고, 기업들은 상상만 했던 재밌는 제품을 광고로 내보내기도 합니다. 만우절은 이렇게 작고 소박한 거짓말로 공부와 일로 지친 일상에 활력을 심어줍니다. 한때 즐기는 사람만 즐겼던 이벤트는 이제 전 국민이 즐기는 연례 행사가 된 것 같습니다.
 
물론 아무리 만우절이라고 해도 지나친 거짓말을 해선 안됩니다. 예를 들어 허위 신고 같은 거짓말을 하게 되면 경찰이나 소방관분들의 시간을 뺏게되고, 허위로 신고한 사람은 큰 처벌을 받게 됩니다. 또한 거짓말은 기본적으로 남을 속이는 행위인 만큼 거짓말 자체에 반감을 가지는 분들도 많죠. 만우절을 제대로 즐기고 싶다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함께 웃으면서 넘어갈 수 있는 수준의 거짓말이 되도록 신경써야 합니다.
 
​거짓말은 이렇게 때론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조미료가 되기도 하지만, 때론 다른 사람에게 큰 피해를 주는 흉기가 되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이익과 사회적 이해 관계에 따라 거짓말을 사용하기 때문에 거짓말을 인간만의 독특한 행위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동물들이 생존을 위해 사용하는 의태나 위장, 탁란 같은 거짓 행위와 다르게 인간은 의식을 가지고 거짓말을 사용하기 때문이란 것이죠. 이러한 시각에서 바라본 게임이 바로 'P의 거짓'입니다.

인간과 거짓말, P의 거짓
 
P의 거짓은 네오위즈 라운드8 스튜디오가 만든 ARPG입니다. 카를로 콜로디의 고전 피노키오를 19세기 말 유럽의 벨 에포크 시대로 재해석한 작품이죠. 거짓말을 하면 코가 길어지는 피노키오를 모티프로 삼은 만큼 P의 거짓 주인공 '제페토의 인형'도 다양한 거짓말을 하고, 거짓말을 할 때마다 점차 변합니다. 바로 인간으로 말이죠.
 
​제페토의 인형은 천재 인형사 주세페 제페토가 만든 인형입니다. 제페토가 잃어버린 아들을 떠올리며 만들었기 때문에 로봇의 흔적이 남아있는 인형들과 인간의 모습에 더 가까운 외형을 하고 있습니다. 어느 날 한 기차에서 눈을 뜬 제페토의 인형은 어떤 목소리에 따라 제페토를 찾기 위해 크라트 시로 향합니다. 크라트 시는 알 수 없는 이유로 폭주한 인형들과 전신이 화석으로 변하는 치명적인 질병 '화석병'으로 마굴이 되어버렸고, 제페토의 인형은 폭주한 인형들을 물리치면서 크라트 호텔에 도착합니다. 그리고 제페토의 인형은 첫 번째 거짓말을 하게 됩니다. 바로 자신이 '인간'이라는 거짓말을 말이죠.
 
​인형을 만든 인물들은 인형이 인간에게 위협을 가하지 않도록 '위대한 약속'이라는 제약을 만들었습니다. 모든 인형은 창조주의 명령에 복종하고, 모든 인형은 인간에게 위해를 가하지 않으며, 모든 인형은 크라트 시와 인간을 보호하고 봉사한다는 것이죠. 그리고 마지막 조항, 모든 인형은 '거짓을 부정한다'라는 조항 덕분에 인형들은 거짓말을 할 수 없습니다. 크라트 호텔은 방문객들에게 "당신은 인간인가? 인형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보안 장치가 구축되어 있었고, 거짓말을 할 수 없는 인형들은 순순히 인형으로 답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크라트 시 내에서도 몇 안 되는 인간에게 안전한 장소로 남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제페토의 인형은 자신을 인간이라고 말할 수 있어서 크라트 호텔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제페토 인형이 마주친 첫 번째 거짓말 - 너는 누구인가?
 
크라트 호텔에 당도한 제페토의 인형은 마침내 제페토와 만나게 됩니다. 제페토의 말에 따르면 '인형의 왕'이라는 인형 때문에 크라트 시의 인형들이 폭주하게 된 상태였으며, 제페토의 인형은 크라트 시의 사태를 막기 위해 인형의 왕을 찾아 나섭니다. 그리고 크라트 시와 화석병, 제페토와 인형, 마누스와 소피아 등 이 모든 사건에 얽힌 진실을 알게 되죠.
 
​이후에도 제페토의 인형은 수많은 거짓말을 합니다. 마치 인간처럼 자신의 이익에 따라, 혹은 다른 사람과 관계를 위해서 말이죠. 예를 들어 아기를 찾으며 슬피 우는 여인에게 망가진 아기 인형을 주면서 귀여운 아기라며 거짓말로 안심시켜줄 수 있고, 반대로 냉정하게 아기 인형이라고 진실을 말할 수도 있죠. 안전한 장소를 물어보는 사람에겐 거짓말로 인형들로 가득 찬 엘리시온 거리를 소개해 주거나 솔직하게 정말로 안전한 크라트 호텔로 안내해 줄 수도 있습니다. 제페토의 인형은 이렇게 인간들의 다양한 물음, 특히 냉혹한 진실과 선의의 거짓말을 고민하게 만드는 질문에 대답하면서 점차 다른 존재로 변모해 갑니다.
 
​제페토의 인형의 변화는 다양한 장치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거짓말을 하면 할수록 제페토의 인형의 외형은 머리가 어깨까지 자라나고 나이를 먹은 것처럼 흰색으로 변하며, 강한 공격이나 구르기 같은 큰 동작을 할 땐 거친 숨소리를 들려줍니다. 마치 사람처럼 말이죠. 또한 제페토의 인형의 그림자는 점점 코가 길어지며, 그와 꼭 닮은 소년의 초상화의 코 부분에선 점점 막대기가 자라납니다. 그리고 그 막대기가 끝까지 자라나면 '황금의 거짓말'이라는 무기가 되죠. 마치 거짓말을 일삼다 개심하고 마지막엔 인간이 된 피노키오처럼 말입니다.

인간이 된 피노키오처럼 제페토의 인형도 거짓말을 통해 다른 존재로 변모한다
 
인간과 거짓말이라는 주제는 종반으로 갈수록 더욱 존재감을 느러냅니다.
 
​제페토의 인형은 인형의 왕을 처치하고, 화석병을 고치는 연금술사의 치료제를 얻기 위해 대박람회장으로 향하고, 그곳에서 이 모든 사태의 원흉이자 인형들의 동력인 에르고를 모아 신이 되어 거짓 없는 세상을 만들려고 했던 시몬 마누스를 만납니다. 태어났을 때부터 타인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던 시몬 마누스는 그로 인해 부모에게도 버림받고 많은 상처를 입어 배신당하지 않는 진실된 세상을 만들려고 했죠. 인형이지만 타인을 배려하는 거짓말을 했던 제페토의 인형의 상대는 아이러니하게도 거짓말에 고통받아 극단적인 진실을 추구한 나머지 인간의 모습마저 잃게된 인간이었습니다.
 
​시몬 마누스와 일전을 마친 뒤, 제페토의 인형 앞에 제페토가 나타납니다. 제페토는 잃어버린 아들을 되찾기 위해 제페토의 인형을 만들었고, 시몬 마누스와 손잡고 크라트 시 사태를 일으킨 것입니다. 제페토가 알려준 진실은 제페토의 인형뿐만 아니라 화면 너머 게이머까지 속이는 가장 큰 거짓말로 볼 수 있겠습니다. 이후 제페토의 인형은 선택에 따라 제페토의 아들이 다시 살아나기 위한 도구로 사용되거나 제페토의 인형이 독립적인 존재로 살아가게 됩니다.
 
​극단적인 진실만 추구한 시몬 마누스와 자신만의 목적을 위해 모든 이를 속인 주세페 제페토는 진실과 거짓말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진실도 거짓말도 상황과 의도에 따라 상대를 상처 입히는 무기가 될 수도 있는 사실을 확실하게 보여줬습니다. 단순히 제페토의 인형이 거짓말을 하는 행위 덕분에 인간이 된 것이 아니라 인간성을 가지고 다른 사람들을 대했기 때문에 시몬 마누스나 주세페 제페도와 달리 더 인간 다울 수 있다는 반증이기도 합니다.
 
​제페토의 인형의 행적은 여러 생각할 거리를 던져줍니다. 첫 거짓말로 돌아가면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인형이라서 인간으로 답할 수 있었던 것인지, 혹은 화면 밖 게이머의 인간성을 묻는 메타적인 질문인지 생각해 보게 만들죠. 제페토의 인형의 행적과 인간성, 그리고 인간다운 거짓말에 맞춰 P의 거짓을 플레이한다면 좀 더 다양한 측면에서 스토리를 즐겨보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인형과 인간, 게이머의 행적을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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