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머들은 이렇게 말한다. ‘지겨운 게임은 어차피 30분을 하나 30시간을 하나 지겹다’라고.
수많은 게임이 출시되는 요즘, 단 30분이라도 게이머들의 소중한 시간을 지키기 위해 게임조선이 나섰다. 장르 불문 게임 첫인상 확인 프로젝트, ‘30분해드리뷰’
게임조선이 여러분의 30분을 아껴드리겠습니다.
[편집자 주]
30분 분량은?: 거주 구획 2레벨 달성
중세 도시 건설 경영 시뮬레이션 '매너 로드'가 많은 게이머 사이에서 화제가 되었습니다. 앞서 해보기 출시 전 이미 300만 명이 찜하고, 출시 이틀 만에 100만 명이 구매하며 관심을 모았던 이 게임은 놀랍게도 폴란드 개발자 그렉 스틱젠 혼자 개발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1인 개발이라 화제가 된 것일까요? 앞서 해보기로 출시된 초반부를 플레이하며 어떤 게임인지 하나씩 살펴봅시다.
게임을 시작하면 게이머는 자신의 초상화와 문장을 선택하게 됩니다. 그리고 대형 마을 정착지 레벨에 도달해야 하는 '번영의 시작', 모든 지역을 점령해야 하는 '평화 회복', 약탈자의 공격에서 살아남아 대형 마을 정착지 레벨에 도달해야 하는 '칼날 위 발악' 세 가지 시나리오 중 하나를 골라 본격적으로 게임 속 세상에 들어가게 됩니다.
그리고 많은 게이머는 다음 상황에서 당황하게 될 것입니다.
1인 개발 중세 도시 건설 경영 시뮬레이션 매너 로드
중세풍 초상화와 영지를 대표하는 문장, 벌써 중세뽕이 살살 차오른다
시나리오는 셋이지만, 난이도나 조건을 조절해 다른 느낌으로 즐길 수 있다.
초상화와 문장, 시나리오를 고른 후 게이머를 반기는 것은 노숙자 천막과 승리 조건, 그리고 생존을 위해 식량과 연료, 지붕이 필요하고, 비축물은 상단에서 확인할 수 있다는 메시지뿐입니다. 식량과 연료, 지붕은 어떻게 마련하는지, 비축물은 무슨 정보를 담고 있고 왜 알아야 하는지 더 이상의 도움말은 없습니다. 당황하는 사이에 상단에는 빨간색 아이콘으로 물자가 노출되었고, 주민들이 노숙 중이라는 알람이 표시되지만, 역시나 이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려주지 않습니다. 마치 게임을 하려고 했는데 중세 노숙자들 사이에 떨어진 전생 소설의 주인공이 된 기분이 들죠.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여기저기 눌러보면 그제야 숨어있던 도움말과 메시지가 하나 둘 표시되기 시작합니다. 건설 경영 시뮬레이션인 만큼 주민들이 요구하거나 생존에 필요한 건물들을 지으며 본격적으로 게임을 시작하게 됩니다. 물론 필요한 건물을 게이머가 하나씩 찾아가면서 말이죠.
일련의 흐름은 이번 기사에서 다루는 30분 이후에도 거의 그대로 이어집니다. 게이머에게 주어지는 정보는 적고, 평소에 건설 경영 시뮬레이션을 접해보지 못한 게이머에겐 굉장히 불친절하게 느껴지는 요소들이 계속되죠. 이쯤 되면 이 게임을 하는 게이머도, 이 기사를 보는 여러분도 이 게임을 대체 왜 하는지, 대체 왜 인기 있는지 의문이 드실 겁니다.
...이게 끝?
어... 그래서 거주 구획은 뭐고 자격은 뭔데요
음... 이걸 하나하나 찾아야 하나?
이 게임, 소위 '뽕'이라고 표현하는 몰입감이 장난 아닙니다.
건설 경영 시뮬레이션을 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시간과 거리의 효율성을 따져가며 계획 도시를 만들게 되는데 이는 매너 로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매너 로드는 건물을 지을 때 곧은 바둑판 모양이 아니라 조금씩 각도가 어긋나고, 길도 삐뚤빼뚤 제멋대로 지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런 무질서함이 중세와 합쳐지니 게임 플레이의 풍미를 더해주는 '분위기'로 탈바꿈합니다. 마치 붓으로 물감을 대충 끄적여도 그림이 되는 것처럼 오와 열을 엄격하게 맞추지 않고 대충 건물 몇 가지 던져 놓으면 그럴듯한 중세 마을이 탄생하는 것이죠.
그리고 내가 만든 마을을 직접 다녀보는 '방문 모드'는 게이머에게 뽕을 치사량으로 주입합니다. 내가 만든 마을에서 주민들이 생활하는 모습, 마을과 자연이 어우러지는 모습, 중세 마을을 거니는 감성은 다른 게임에서 쉽게 느끼기 힘든 벅찬 감동을 선사합니다. 불친절한 게임에 시큰둥해서 건물을 몇 가지 던졌는데 감성 넘치는 중세 마을이 되니 기가 막히고, 눈이 휘둥그레지게 되죠. 이 뽕에 중독되면 그 자리에서 몇 시간 동안 매너 로드를 잡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이게 뭔가 싶어서 아무거나 막 눌렀는데
하ㅋㅋㅋㅋ 참ㅋㅋㅋㅋ 이거 그럴싸합니다?
주민들을 하나하나 지켜보는 일이 이렇게 재밌을줄 몰랐다
거의 모든 건축을 드래그 앤 드롭만으로 할 수 있으니 마을엔 건물 부지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납니다. 건물이 올라가지 않으면 뭐가 부족한지 살펴보고 그걸 찾아보는 과정은 여전히 불친절하지만, '이 건물이 지어졌을 때 내 마을이 또 어떻게 변할까?'라는 기대감에 열심히 방법을 찾아보게 됩니다. 불친절했던 게임은 어느새 내 영민, 내 영지를 위한 소중한 보금자리가 되었고, 그렇게 매너 로드는 게이머들에게 스며들고 있습니다.
이 똥땅을 어떻게든 살려보겠다
무기는 어디서 만들지? 내 영지 지켜야하는데! 빨리 찾아봐야지!
다만, 불편함이나 불친절함은 몰입감으로 상쇄할 수 있지만, 콘텐츠 부족이나 미완성 콘텐츠는 여전히 거슬리는 부분입니다. 특히 앞서 해보기 단계라서 개발 트리처럼 반 이상 잠겨있는 콘텐츠나 후반부로 갈수록 늘어지는 플레이, 비좁은 지역 크기는 계속 아쉬움을 느끼게 만들었습니다. 어느 정도 앞으로의 개발 방향성을 알 수 있는 부분이지만, 앞서 해보기라는 이름으로 콘텐츠 부족을 가리거나 앞서 해보기도 출시라는 이유로 콘텐츠 업데이트 속도가 느려지는 일을 경계해야 할 것입니다. 앞서 해보기 구매자는 고객인 동시에 투자자라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게임 초반부의 불친절함, 건설 경영 시뮬레이션 특유의 진입 장벽, 그리고 앞서 해보기로 인한 콘텐츠 부족 등 매너 로드가 가야할 길은 아직 멀고 험난합니다. 하지만 다른 건설 경영 시뮬레이션에서 느끼기 어려운 매너 로드만의 감성, 내가 중세 영주가 되어 영민들을 돌보고 영지를 운영하면서 얻는 보람은 이 모든 것을 감수하고 다시 게임에 몰입하게 만들었습니다. 아마 이런 감성이 취향에 들어맞는 게이머라면 미래로 가는 새로운 타임머신이 될 것입니다.
개발 트리만 봐도 반 이상 잠겨있다
아쉬운 점은 많지만, 항상 "이 감성 못 잃어!"를 외치며 영지로 돌아가게 된다
[성수안 기자 nakir@chosun.com] [gamecho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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