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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열전] 죽이지는 않되 병실을 만들, 아니 보내주마! 아캄버스의 '뱃신'

게임조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10.14 02:16:42
조회 681 추천 2 댓글 0
														
영화에는 주연과 조연, 다양한 등장인물이 있듯이 게임에서도 다양한 캐릭터가 등장해 게이머의 몰입감을 높여줍니다. 특히, 대작이라 평가받는 게임은 영화 이상의 스토리와 캐릭터성으로 많은 게이머들에게 여전히 회자되는 대상이기도 합니다.
 
작품 밖에는 기획자, 프로그래머, 일러스트레이터 등 게임이라는 세상을 탄생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개발자들이 있습니다. 이들이 피땀 흘려 만든 게임은 게이머에게 때론 웃음을, 때론 눈물을 선사하며 일상의 피로를 잠시 잊게 만들어 줍니다.
 
때론 주인공, 때론 친구, 때론 적으로 등장하는 캐릭터부터 게임이라는 세상을 탄생시킨 개발자들까지 게임에 관련된 인물들을 새로운 시각에서 조명했습니다.
 
[편집자 주]

 
그윽한 범죄자들이 한가득인 무서운 동네, 고담시의 밤을 수호하는 어둠의 기사 '배트맨'은 활동기간이 무려 85년이나 된 장수 히어로인만큼 매체에 따라, 시리즈에 따라 다양한 캐릭터 해석이 나오곤 한다.
 
기본적으로는 배트맨이라는 캐릭터를 정의한다면 '낮에는 댄디한 부자, 브루스 웨인이라는 아이덴티티를 페르소나로 활용하여 자신의 어두운 일면을 감추고 밤에는 독립독행으로 범죄자를 처단하고 다니지만 결코 죽이지는 않는다'를 전제로 한다.
 
다만 어떤 시리즈에서는 살려두면 나중에 더 큰 재앙을 몰고 올 것이라고 판단된다면 살인도 서슴치 않고, 매우 신경질적이지만 섬세하게 사건의 실체를 찾는 탐정스러움이 돋보이기도 하며 정체를 숨길 생각이 없는 것인지 배트맨 신용카드를 남발하고 다니는 얼간이스러운 면모를 보이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팬덤에서는 서로 좋아하는 배트맨의 취향을 물어본다면 굉장히 다양한 답변을 들어볼 수 있는 형편이다.
 
그런 면에서 락스테디의 게임 시리즈 '아캄버스'의 배트맨은 영화 '다크나이트 트릴로지'와 함께 원작 코믹스의 팬층에게 가장 많은 지지표를 받는 편에 속한다.
 
프리플로우 액션 게임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 만큼 배트맨이라는 캐릭터에 최적화된 전투 스타일과 초월적인 정신력을 부각하여 가장 원작의 모습에 근접한 '히어로의 귀감' 그 자체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뼈를 다 박살내더라도 일단 살려는 드리니 좋았쓰
 
아캄버스 배트맨은 행적이 심히 먼치킨스러운 것으로 유명하다.
 
​초대작인 아캄 어사일럼에서는 조커의 계략으로 아캄 수용소의 범죄자들이 한꺼번에 풀려나서 난동을 부렸지만 이를 정리하는데 소요된 시간이 게임 내 시간으로 치면 채 하루가 되지 않으며, 속편에서도 약물에 취하고 공포 가스를 마시는 등 온갖 너프를 당하는 것은 물론 육체적으로나 기술적으로나 자신보다 우위에 있는 슈퍼 빌런들을 상대하게 된다.
 
​하지만 결국엔 이를 모조리 제압하는 활약상을 보여주는 것을 보면 '그는 신이야!' 소리가 절로 나올만한 수준이다.
 


아캄버스에서 심심찮게 등장하는 목조르기 찬스, 가장 많이 피폭당하는건 역시 조커다

물론, 직접 게임을 플레이해본다면 모든 범죄자들을 모조리 때려눕히고 감방으로 보내는 결말과는 별개로 과정 자체가 결코 순조로운 편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아캄버스는 프리 플로우 시스템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통상적인 액션 장르 게임들과는 달리 특정 상황에서 특정 조작을 입력하는 '정답'을 행하는 것이 중요한 인터랙티브 무비의 연장선에 있기 때문에 적의 뒤를 잡아 하나씩 조르고 파운딩하며 자빠뜨리는 것이 주된 공격 방식이기 때문이다. 
 
​혹자는 그래도 주인공인데 게임적 허용으로 무쌍을 찍는 것이 낫지 않느냐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하지만, 아캄버스의 뱃신은 히어로긴 해도 초월적으로 강한 '슈퍼'한 히어로는 아니기 때문에 정면에서 몰려오는 모든 적을 날리는 것은 어울리지 않으며 오히려 어둠 속에서 은밀하게 범죄자들을 사냥하고 다니는 면모가 진짜 배트맨스럽다고 지지표를 보내는 이들이 대다수다. 
 
​아캄버스 특유의 다소 경직된 플레이 스타일이 오히려 배트맨이라는 캐릭터에 걸맞게 '조용히 그리고 지능적으로 범죄자들을 공략하며 죽이지 않고 단숨에 제압한다'는 성격과 개연성을 지키는 탁월한 선택이 된 셈이다.
 


범죄자는 영 좋지 못한 곳에 타격을 입어 하반신을 못 쓰게 됐으니, 백병원으로....
 
심지어 플레이하는 입장에서 다이나믹한 조작이 필요하지 않을 뿐, 액션 자체는 눈이 충분히 즐거울 수 있도록 다채로운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적의 어지간한 공격은 괜찮아 튕겨냈다고 말하는 듯 무시하는 터프함으로 사나이다움을 과시하는 것은 물론 복싱, 유도, 무에타이, 합기도, 가라데, 쿵푸와 같이 온갖 무술의 모습을 보여주는 화려한 움직임 덕분에 악당을 하나씩 제낄때마다 십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는 듯한 쾌감을 느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아캄버스의 배트맨을 마음에 들어하는 팬들은 흔들림 없는 강인함을 그 매력포인트로 꼽고 있다. 배트맨이라는 캐릭터는 늘 자아의 충돌과 고뇌를 항상 안고 있어 원래부터 어두운 모습을 자주 보여주고 있지만, 아캄버스의 배트맨은 그 어떤 시리즈보다 주변 사람들이 다치거나 망가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지극히 인간스러운 면모 때문에 스스로를 고독하게 만드는 아이러니를 겪고 있다.
 
​그럼에도 필요하다면 절대 주저하지 않고 타협하지 않으며 무릎 꿇지 않으며 모든 악당들을 끝내 때려 눕혀 전부 아캄 수용소로 보내고 있다. 그를 약화시키기 위해 온갖 약물 그리고 두려움을 유발하는 공포 가스를 때려 박아도 이를 끝내 극복해내는 모습을 보면 카타르시스까지 느껴질 정도다.
 
​게임 내 묘사가 인간 흉기라고는 해도 원래 스펙만 따지면 배트맨은 육체를 개조했거나 슈퍼 파워를 가진 다른 캐릭터보다 분명 부족한 부분이 있는 캐릭터지만 그 초월적인 정신력만큼은 정말로 신의 반열에 들어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포 가스의 영향으로 저런 정신이 나갈 거 같은 상황에 처해도 자력으로 이겨낸다
 
물론 '뱃신'이라는 별명은 DC코믹스 내에서 온갖 이슈에 등장하여 푸시를 받고 육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완전한 히어로인 배트맨을 찬양하는 동시에 작위적으로 완성된 사기 캐릭터라는 양면성을 비판하기 위해 붙은 칭호긴 하다.
 
​하지만 아캄버스의 팬들에게는 의미 없는 소리다. 그는 오늘도 지금 이 시간도 파이어 펀치...가 아니라 뱃신 펀치로 빌런들을 참교육하고 병실로 보내는 진짜 뱃신님 그 자체기 때문이다.
 
​참고로 아캄버스를 제작한 락스테디 스튜디오의 '수어사이드 스쿼드:킬 더 저스티스 리그'에서 등장하여 추하게 털리고 사망한 배트맨은 아캄버스의 뱃신과 동일한 인물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하자. 만약 제작사에서 동일 인물이라고 한다면 트럭 시위를 각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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