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90년 격동의 시대를 거친 게이머라면 수많은 명작을 남긴 '뉴월드 컴퓨팅'이라는 회사를 기억할 것이다.
90년대 말까지만 해도 '뉴월드 컴퓨팅'의 게임은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었는데, 그도 그럴 것이 이 회사에서 출시한 게임이 '아미맨', '마이트앤매직', '히어로즈오브마이트앤매직' 등 지금도 80~90년대 명작으로 꼽히는 게임들이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뉴월드 컴퓨팅'의 또 다른 역작이 1990년에 처음 발매된 '킹스바운티'였다. 국내에서는 '왕의 하사품'이라는 타이틀로 알려진 이 게임은 '히어로즈마이트앤매직'의 몬스터를 활용한 전투 시스템을 먼저 정착시킨 작품으로, 국내에서는 지난 2009년에 출시된 '킹스 바운티 더 레전드'가 비공식 한글 패치를 통해 상당한 인지도를 쌓기도 했다.
이렇듯 알음알음 명맥을 이어가던 '킹스바운티'가 무려 31년 만의 정식 넘버링 후속작으로 게이머들 앞에 다시 나섰다. 바로 지난 8월 24일 정식 발매된 킹스바운티2가 그 주인공이다.
이 게임의 시스템은 크게 스토리 파트와 전투 파트로 나뉜다. 마을을 돌아다니며, 퀘스트를 받고 스토리를 진행하다 보면 전투가 진행되고, 보상을 얻거나 다음 스토리로 이어지는 식이다.
게임의 시스템도 상당히 다채롭다. 먼저 메인 캐릭터의 경우 킹스바운티 전통을 이어가듯 '성기사', '마법사', '전사'로 구분된다.
먼저 '성기사'는 보호 마법 및 방어력을 지니고 있으며, 병사 수를 결정하는 리더십을 가장 빠르게 올릴 수 있다. 또 '전사'는 유닛에게 공격력, 방어력을 추가해주는 능력치를 다수 보유하고 있고, 무엇보다 기본 공격력이 상당히 강화되기 때문에 전투를 다이나믹하게 진행할 수 있다.
'마법사'의 경우 유닛 자체에 부여하는 추가 능력치는 두 직업보다 낮지만, 강력한 마법을 모두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후반으로 갈수록 더욱 강해지는 캐릭터다.
사실 킹스바운티2는 마법이 상당히 중요한데, 일반 대미지를 주는 것 이외에 약화, 방어&공격력 버프 등 다양한 속성 및 특수 효과를 줄 수 있기 때문. 이에 후반부 마법 능력을 강화한 마법사 유닛은 같은 등급의 유닛을 그야말로 씹어먹을 수 있으므로 초보자라면 마법사로 게임을 진행하는 것을 추천한다.
이 캐릭터는 별도의 장비를 착용할 수 있는데, 장비에 따라 유닛의 능력치를 높여줄 수 있으므로 캐릭터를 고려하여 장비를 착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전투 시스템은 과거에 유행했던 턴제 시뮬레이션의 모습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킹스바운티2에서 등장하는 유닛은 총 70종에 이르는데, 각 유닛은 질서, 혼돈, 정령 등 별도의 특성을 지니고 있다.
다만 전투에 나설 때는 이 유닛 특성을 잘 구분해야 하는데, 만약 질서와 혼돈 특성 유닛이 서로 섞여 있으면 사기가 떨어져 공격을 못 하거나 능력치가 감소하는 식으로 자칫 전투의 효율성이 더 떨어진다. 따라서 강력한 유닛을 얻었더라도 특성을 고려해서 유닛을 배치하는 것이 좋다.
이 유닛은 레벨이 높아질수록 특수 능력과 능력치도 높아진다. 전작이 특정 장소에 방문해 재화를 투입하여 등급을 높이는 식이었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전투를 반복해 경험치를 높이는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각 캐릭터의 특성과 현재 유닛 구성을 고려해 반복 전투를 진행하는 것이 유리하다.
이렇게 유닛 선택을 끝낸 후 진행되는 전투는 매우 흥미로웠다. "너도 한 방, 나도 한 방" 식의 턴제와 함께 배치에 따라 우수수 죽어 나가는 유닛 등 판단 하나하나에 전투가 상당히 다르게 흘러가 전략적인 요소가 상당히 돋보인 모습이었다.
물론, 킹스바운티2의 전투 난도가 상당히 높아 손해를 최소화하려고 반복 전투를 할 때도 있고, 생각보다 유닛 특수 능력이 병종에 따라 들쑥날쑥하여 쓰는 유닛만 쓰이는 일도 있었지만, 전통적인 전략 시뮬레이션을 선호하는 게이머라면 충분히 납득할 만한 수준이었다.
이렇듯 다양한 유닛 구성과 31년 숙성된 전투 시스템과 게이머의 전략에 따라 전투 결과가 완전히 바뀌는 전략성 등 전투와 시스템 부분에서는 상당한 완성도를 보여주었으나, 그 외적인 부분은 좋은 평가를 내리기 힘들었다.
가장 심각한 것은 그래픽으로, 유닛의 퀄리티는 좋으나 캐릭터와 배경 오브젝트, 스토리 컷신 등의 퀄리티는 냉정히 말해 2010년 이전 게임이라고 해도 믿을 만한 수준이다.
더욱이 스토리에 따라 다양한 분기로 나뉘는 게임성을 가지고 있음에도 대사는 나오지만, 입이 움직이지 않거나 어디를 보는지 모를 시선 처리를 보노라면 게임의 몰입이 깨질 정도였다.
또, 퀘스트를 일일이 직접 이동해서 해결해야 하지만, 캐릭터 이동이 상당히 느리다. 특히, 느린 이동 모션은 둘째 치고라도 마을에 샛길이 없어서 한 번 길을 잘못 들면 완전히 반대로 돌아가야 하는 구조로 되어 있어 전투보다 퀘스트 이동하는 시간이 더 길 정도로 ‘킹스바운티2’의 이동은 정말 심각한 수준으로 느리다.
이러한 모습은 단순한 단점을 넘어 게임 진행을 방해하는 수준이었다. 개인적으로는 한번 방문한 마을의 경우 빠른 이동을 할 수 있는 구간을 늘려 퀘스트를 더 빠르게 해결하도록 하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운 부분이었다.
이처럼 킹스바운티2는 이제는 흔적을 찾아보기도 힘든 서양식 턴제 시뮬레이션의 재미를 전면에 내세웠지만, 2021년 게임이 맞나 싶은 그래픽과 진행을 방해할 수준의 느린 이동 속도 등 편의성 부분에서는 다소 아쉬운 모습을 보인 게임이었다.
물론, 과거 서양식 턴제 시뮬레이션에 대한 추억을 가진 이들이나 ‘뉴월드 컴퓨팅’의 향수를 지닌 이들이라면 한번 즐겨볼만한 재미를 지닌 게임인 것은 분명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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