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메카=신재연 기자] 노진아 작가의 대화형 인간로봇 ‘진화하는 신, 가이아’는 인간의 질문에 대답하고 되물으며 인간의 고유성과 로봇공학의 철학성을 보여준 독특한 설치물로 평가 받는다. 생긴 것은 불쾌한 골짜기를 자극하는 외형이지만, 찾아온 사람들이 던지는 질문에 대해 고민하고 내어놓는 대답이 내포한 메시지는 매우 철학적이기 때문이다. 인간이 되고 싶은 로봇 가이아는 사람들과 수많은 대화를 통해 희망을 더욱 구체화하는 모습을 보인다. 로봇이 던지는 답이 자아든, 프로그램이든, 인간의 흥미를 끌기에는 충분하다.
이외에도 바이센테니얼 맨, 우주소년 아톰, 어벤저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등, 로봇을 다루는 작품에는 인간이 되고 싶어하거나 인간을 닮아가는 로봇들이 곧잘 등장한다. 이런 요소는 P의 거짓에서도 만나볼 수 있는데, 게임 내 등장하는 인형들이 현대 사회의 로봇과 유사한 위치에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스토리를 진행하며 만나는 인형들의 말과 행동을 보고 있자면, 마치 가이아와 대화를 나누는 느낌을 준다.
그 중 가장 핵심적인 인형은 역시 게임의 주인공 P다. P는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거짓말이나 상황에 따른 감정표현 등으로 여러 ‘인간적’인 행동을 수행하는데, P의 거짓 속 여러 요소들은 이를 통해 P가 인간이 되어가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묘사한다. 그렇다면 게임의 핵심 콘텐츠 중 하나인 P의 인간성과 그 변화를 보여주는 P의 거짓 속 요소들은 무엇일까? 함께 알아보도록 하자.
※ 해당 콘텐츠는 P의 거짓의 스포일러를 일부 포함하고 있으므로, 원치 않으시는 분은 뒤로가기를 눌러주시길 바랍니다.
거짓말? 그냥 인형은 그런 것 못해요
P의 인간성을 높이는 방법은 다양하다. 일반적인 인형, 그러니까 현대 기준에서는 로봇이 할 수 없는 일을 해낼 때마다 인간성이 생긴다. 입력된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한 차례 자아 등의 가공을 거쳐 해내는 수수께끼에 대한 답을 내는 것이나 상황에 맞는 감정을 적합하게 표현하는 등의 행동이 그러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흥미로운 요소는 주요 NPC들, 혹은 서브 퀘스트 중 만나는 인물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하게 되는 거짓말이다. 이 스토리들은 인형과 인간의 경계를 흐리는 윤리적이거나 철학적인 질문들이 흘러나와 생각할 재미를 더한다.
거짓말의 시작은 게임의 핵심 구역인 크라트 호텔에 들어설 때다. 호텔에 들어가기 위해 플레이어는 자신이 인형인지 인간인지를 먼저 밝혀야 하는데, 여기서 인형임을 택하면 호텔에 들어설 수 없기에 1회차에서는 거짓말로써 문제를 헤쳐나가야 한다.
이후로도 여러 거짓말을 하면 그 결과로 효율적으로 인간성을 높일 수 있는 ‘음반’을 얻을 수 있다. 음반은 벨 에포크와 시대가 겹치는 아르누보 스타일 커버가 특징으로, 노래를 처음부터 끝까지 듣기만 해도 인간성을 얻을 수 있다. 호텔에 있는 축음기로 들을 수 있는 이 음반은 호텔 내에 있는 동안 UI로 제공되는 음악 플레이어를 사용해 편리하게 조작이 가능하다. 함께, 일종의 수집형 콘텐츠로도 작용해 재미를 배가시킨다.
인간처럼 생각해서 인간처럼 행동하기
비단 거짓말 외에도, 풍부한 상호작용으로 인간성을 익힐 수 있다. 상호작용의 핵심은 바로 감정표현인데, 이는 특정 행동을 수행하거나 서브 퀘스트에서 습득할 수 있다. 멀티플레이가 없는 게임에서 감정표현의 필요성은 다소 떨어져보이나, 맵 곳곳에 위치한 여러 장소에서 장소의 의미에 적합한 행동을 취하면 인간성을 얻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대성당의 특정 위치에서 기도를 하면 인간성을 획득하는 등이다. 행동을 취하는 장소는 감정표현 속 설명과 게임 내 묘사를 통해 수수께끼를 풀 듯 맞춰나가야 하는데, 이 또한 나름의 재미가 있다.
물론 진짜 ‘수수께끼’도 준비돼 있다. 플레이어는 맵 곳곳에 위치한 전화기에 벨이 울리면 풀 수 있는 수수께끼는 다양한 질문들로 생각하는 재미를 준다. 수수께끼는 P가 벨이 울리는 전화를 받아야만 풀 수 있기 때문에 낯선 벨소리가 들린다면 우선 해당 방향을 찾아가보는 것이 좋다. 수수께끼를 풀면 인간성을 획득하면서 특수한 장비를 얻고 설정을 알 수 있는 방으로 들어갈 수 있는 트리니티 열쇠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수수께끼로는 우리가 흔히 아는 ‘아침에는 네 발, 점심에는 두 발, 저녁에는 세 발’이라는 질문 외에도 여러 흥미로운 수수께끼를 만나볼 수 있다. 이 질문들은 깊은 생각을 요구하지 않고, 생각을 조금 비틀기만 해도 빠르게 답을 내릴 수 있는 쉬운 질문들로 구성돼 있어, 고의로 오답을 선택하지 않는 한 인간성을 습득하는 일에 어려움이 없다.
인간성이 인간을 만든다
이렇게 여러 콘텐츠를 통해 인간성이 점차 피어나면, P는 어느새 인형의 모습이 아닌 인간에 가까운 모습을 선보인다. 겉보기에는 머리카락 외에 큰 차이가 없지만, 피격하거나 이동 시 신음 등 인간적인 반응으로 흥미를 끈다.
아울러 P의 거짓말에 따라 필드 속 다양한 요소들도 변화한다. 가장 큰 변화를 보이는 것은 우선 행동을 취할 때마다 변화하는 텍스트다. 인간성을 얻을 때마다 화면에는 특수한 텍스트를 만나볼 수 있는데, 이는 초기 ‘태엽이 움직인다’는 코멘트로 시작해, 점차 변화하며 이윽고 ‘심장이 움직인다’라는 텍스트로 변화한다. 이는 P가 기계에서 인간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장치다.
호텔에 있는 피아노를 연주할 때도 P의 인간성에 따라 주법이 달라진다. 처음에는 음을 몇 음계 짚어 누르는 것에 그치지만, 인간에 가까워질수록 점차 자연스러운 연주를 해내게 된다. 호텔의 마스코트 고양이 스프링은 P가 인형일 때 하악질을 하면서 P를 위협하지만, 인간이 되고 난 이후에는 P의 손에 머리를 비비며 사랑스러운 모습을 선보인다.
아울러 코가 길어진다는 원전의 모습도 게임 내에서 만나볼 수 있다. 다만 이 요소는 캐릭터가 아닌 의문의 초상화로부터 파악할 수 있다. 중반부 보스를 잡고 난 뒤 맵 곳곳을 뒤지다 보면 P는 의문의 초상화를 찾게 되는데, 플레이어가 이 초상화를 호텔로 가져갈 경우 거짓말에 따른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코가 길어지는 대상은 바로 이 초상화이기 때문이다.
호텔에 걸린 초상화는 P가 지금까지 한 거짓말, 혹은 앞으로 하는 거짓말에 따라 길이가 길어진다. 끝에 금색 이파리를 달고 있는 이 나무 코는 끝까지 자랄 경우 금색으로 빛나게 된다. 이렇게 금빛으로 길어진 코를 꺾으면 준수한 성능의 무기로 바꿀 수 있다고 하는데, 상당히 준수한 성능의 무기이므로 스토리를 밀면서 얻게 된다면 사용해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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