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메카=김형종 기자] 일반적으로 ‘주사위’라는 사물은 TRPG나 CRPG에서 게임을 진행하는 보조 도구로 활용된다. 캐릭터의 이동속도를 칸으로 표시하거나, 성공과 실패 확률을 정한다는 점에서 ‘운’을 상징하는 기물이기도 하다. 그만큼 주사위만으로 게임을 구성하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그런데 여기 주사위와 공간 만으로 퍼즐을 구현한 게임이 있다. 타이틀명부터 주사위를 강조하는 ‘다이스 코드(Dice Code)’로, 스토브 인디에 10개 스테이지로 구성된 체험판을 출시했다. 본 기자는 지난 8월 부산인디커넥페스티벌에서 처음 게임을 발견했고, 주사위와 공간을 활용해 어렵지만 독특하고 창의적인 퍼즐을 구성한 점에 놀랐다. 이에 루비나이트 배상현 팀장(이하 배 팀장)과 인터뷰를 통해 게임 설계와 방향성에 대해 들어볼 수 있었다.
주사위가 중심이 되는 독특한 퍼즐게임
다이스 코드는 주사위를 활용한 독특한 퍼즐, 미궁 탈출게임이다. 플레이어는 작은 공간과 주사위를 토대로 퍼즐을 풀어야 한다. 독특한 점은, 일반적인 퍼즐이나 미궁장르 웹게임들과 달리 ‘질문’부터 추리해야 한다는 점이다. 첫 스테이지를 예로 들면, 방 오른쪽에는 답을 입력하는 1부터 6까지 칸이 나온다. 플레이어는 각 숫자에 주사위 눈금 하나를 넣을 수 있다. 답을 입력하는 공간은 있는데, 무엇을 넣어야 하는지는 알려주지 않은 상황. 플레이어는 주사위 눈금, 입력해야 하는 숫자 등을 통해 각 숫자와 같은 주사위 눈금을 넣어야 한다는 것을 추리해야 한다.
반면 다음 스테이지부터는 사정이 바뀐다. 주사위 눈금은 점이 아닌 1부터 6까지 아라비아 숫자며, 정면의 벽에는 거대한 원이 보인다. 이어 오른쪽에는 공간에는 소수점을 표현하는 듯한 점과 6개의 답을 입력하는 슬롯이 보인다. 플레이어는 화면 전체, 주사위 눈금, 주사위 움직임 등을 통해 질문을 유추한 뒤 답안을 채워야 한다.
이렇듯 규칙은 매우 간단하지만, 오히려 그만큼 상당히 높은 퍼즐 난도를 가지고 있다. 다수의 퍼즐은 첫 눈에 해법이 연상되지 않으며, 비단 화면에 보이는 시각적인 상징이나 효과뿐만 아니라 소리, 주사위 움직임 등도 해답과 연관이 있다.
또 주사위 굴리는 소리와 움직임이 섬세하게 구현되어 몰입감을 높인 것도 특징이다. 배 팀장은 “게임을 처음 설계할 때 가장 먼저 구현한 것이 주사위를 굴리는 기능”이라며, “면에 부딪히는 속도와 각도에 따라 소리 진폭과 계형이 변하도록 설계하는 등 주사위만 굴려도 게임이 재미있도록 각별히 신경 썼다”라고 전했다.
다소 독특한 구성과 게임 방식인데, 이런 다이스 코드를 개발한 루비나이트는 어떤 팀일까?
혼자서 개발 중인 팀 루비나이트와 다이스 코드
팀 루비나이트는 울산과학기술원 산하 인디게임 개발 동아리에서 출발했다. 지난 2021년 1인 개발로 시작했고 이후 많은 팀원들이 참여와 이탈을 반복했으며, 2023년에는 ‘RBK 체스 퍼즐’이라는 퍼즐게임을 출시한 바 있다. 현재 개발 중인 다이스 코드는 배 팀장 혼자서 만들고 있다.
배 팀장은 독특하게도 전업이 아닌 취미로 게임을 개발 중이라고 전했다. 어릴적부터 게임에 관심이 많았지만 부모님은 컴퓨터나 게임과 거리를 두는 교육 방침을 유지했고, 이에 낙서장으로 보드게임 등을 만들며 꿈을 키웠다. 이후 고등학교 시절 유니티 엔진을 처음 접하고, 게임을 개발하고자 하는 욕망이 폭발했다고.
다만 게임 개발을 취미로, 혼자서 만드는 것은 상당히 힘든 일이었다고 배 팀장은 회고했다. 아트, 모델링, 애니메이션, 사운드 등 모두 처음 접하는 영역이었고, 특히 게임 하나를 완성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것을 느꼈다고. 1인 개발에 쉬운 일은 없었고, 게임 개발 동아리, 예술 동아리, 인문학 동아리 등을 전전하며 각종 분야에서 서로 다름 사람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배 팀장은 전했다.
치밀하고 참신한 미궁게임 방식의 설계
배 팀장은 다이스 코드가 2010년대 유행한 웹 미궁게임과 보드게임 ‘요트(Yacht)’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밝혔다. 주변을 확인하고 문제와 답을 찾아 스테이지를 수행하는 것은 미궁게임, 주사위를 굴려 필요한 눈금을 얻어내는 것에서는 요트와 유사하다.
다소 제한된 공간을 활용한 퍼즐게임인 만큼, 질문과 답을 낼 때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했다고 배 팀장은 말했다. 크게 중요한 원칙은 둘로, 완전히 새로운 퍼즐일 것, 그리고 억지라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구상할 것이다. 특히 후자는 기존 미궁게임에서 지나치게 어려운 배경지식, 일반적으로는 떠올리기 어려운 풀이 방식을 피해 ‘불가능하게 느끼지 않는’ 퍼즐을 구현하기 위해서다.
핵심 재미요소는 예상과 확인이다. 배 팀장은 ”새로운 퍼즐을 만났을 때 플레이어는 단서를 해석하고 풀이 방법과 해답을 예상하게 된다”라며, “그 예상이 맞았을 때 지적인 쾌감이 극대화된다”고 밝혔다. 또한 그렇기 때문에 모든 퍼즐이 ‘예상 가능한’ 것이 되지 않도록 노력했다고 전했다.
구현된 퍼즐은 다양한 곳에서 참고했다. 배 팀장은 기존 미궁장르게임, 방탈출게임, TV 프로그램 등에 나온 퍼즐을 다이스 코드에 맞는 방식으로 구현하고자 노력했다. 특히 어려웠던 부분은 한 스테이지를 만들고 나면, 다음 스테이지는 또 다른 방식으로 구현해야 한다는 점이었다고. 위기였던 순간은 스테이지를 8개 완성했을 때로, 다음 스테이지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아 고생했다고 말했다.
함께할 때 더 재미있는 퍼즐게임
위와 같은 과정을 통해 출시된 다이스 코드 체험판은 비교적 높은 난도와 독창적인 방식의 퍼즐로 구상됐다. 대부분 경우 어려운 영어 실력이나 전문적인 지식은 요구하지 않는다. 배 팀장은 “중학생 정도의 지식만 갖춰졌다면 최대한 답을 낼 수 있도록 고민했다”라며, “주 타겟층은 10대에서 30대 사이 미궁게임을 좋아하는 플레이어며, 영어를 기반으로 한 퍼즐이 많아 해외 게이머들도 즐겨주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하지만 사전 지식이 필요하지 않다고 해서 스테이지가 결코 쉽게 해결되지는 않는다. 한 스테이지는 비단 화면뿐만 아니라 소리도 파악해야 했고, 주사위가 날아다니거나 굴릴 수 있는 범위가 제한된 퍼즐도 존재한다. 또한 매 스테이지가 새롭게 느껴질 수 있도록 순서와 배치에도 특별히 신경써, 이전의 풀이법이나 고정관념에 사로잡히면 해결하기 어려운 스테이지도 준비됐다.
물론 너무 어렵기만 하면 안되는 만큼, 힌트도 있다. 하지만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경우에는 힌트가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배 팀장은 "게임의 가장 큰 한계이자 문제 중 하나가 바로 힌트"라며, "초기 추리부터 잘못됐거나, 단서를 놓쳐 매몰될 수도 있어 방향을 가다듬도록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문제는 사람마다 어려운 부분이 다르다는 점이다. 현재는 답안이나 추리 진행도에 따른 서로 다른 힌트 시스템을 구현하고자 노력 중이지만, 아직 완성되지는 않았다고.
지적 흥미를 북돋는 게임성과 사람마다 서로 다른 배경지식과 난도 등이 특징인 만큼, 배 팀장은 혼자 플레이하기 보다는 다수가 함께 게임을 즐겨달라고 전했다. 배 팀장은 "사람마다 집중하는 요소, 시야, 단서 해석 방식, 배경 지식이 다르다"라며, "먼저 방향성을 잡은 플레이어가 이를 설명해주고 '너 정말 똑똑하다'는 말을 듣는 것 역시 의도된 재미 요소다"라고 말했다.
20개의 퍼즐 구현을 목표로 개발 중인 '다이스 코드'
공개된 다이스 코드 체험판에는 약 10개의 스테이지가 구현됐으며, 최종적으로는 20개 스테이지가 출시될 예정이다. 또한 미궁 장르를 차용한 만큼, 숨겨진 스테이지 등 비밀 요소들도 담을 계획이다. 공개된 체험판외 10개 스테이지의 콘셉트는 거의 완성됐으며, 구현 중이라고 배 팀장은 말했다.
게임은 연말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이다. 배 팀장은 “취미로 개발 중인만큼 계획을 확답 드리기는 어렵지만, 12월 중에 출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며, “게임은 여러 사람과 플레이할 때 재미가 크게 증폭되고, 또 서로 다른 단서를 발견할 수도 있는 만큼 다양한 연령대의 분들이 함께 플레이해주셨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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