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메카=서형걸 기자] 설날 하면 ‘민족의 명절’이라는 수식어와 ‘떡국’ 같은 대표음식도 떠오르지만, 뭐니뭐니해도 세뱃돈이 제일이다. 게이머들의 지갑이 평소보다 두둑해지면 자연히 게임을 구매하러 가게 되고, 덕분에 매년 게임매장은 ‘설날 특수’를 기대한다.
사실, 올해에는 코로나19 여파로 친척들이 한자리에 모이기 어려워졌기에 이런 설날 특수가 비교적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또한 신형 콘솔인 PS5와 Xbox 시리즈 X/S는 아직 보급 단계고, PS4나 Xbox One 쪽에도 기대작이 나오지 않았다. 그러나, 35살 생일을 맞은 슈퍼 마리오가 설날 특수를 책임졌다. 설날 당일에 정식 발매된 슈퍼 마리오 3D 월드+퓨리 월드는 기나긴 신작 가뭄에 메말라 있던 게임매장에 내린 단비 같은 존재였다.
베테랑 배관공 마리오 씨(35세, 버섯시)의 점프점프
슈퍼 마리오 3D 월드+퓨리 월드는 설 당일인 2월 12일 정식 발매됐다. 다운로드 버전은 출시 당일 닌텐도 온라인 스토어에서 구매할 수 있었지만, 오프라인 매장에서 구해야 하는 패키지 버전의 경우 대부분의 매장이 설 당일 휴무였기에 13~14일부터 구매가 가능했다.
기자는 설 연휴 막바지인 지난 2월 13일, 슈퍼 마리오 3D 월드+퓨리 월드 패키지 버전 구매 행렬 현장취재를 위해 용산 아이파크몰에 위치한 대원샵을 방문했다. 매장 오픈 시간인 11시를 살짝 넘긴 시점에 도착해 다소 이른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는 오산이었다. 매장 입구는 이미 많은 손님들로 붐볐으며, 3~4명에 이르는 직원들 역시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게임 출시와 동시에 발매된 닌텐도 스위치 마리오 에디션을 수령하려 온 예약구매자도 종종 보였다.
물론 가족단위 손님이 많은 해당 매장 특성 상, 특정 게임 타이틀 구매 목적으로 방문하는 손님은 많지 않았다. 매장을 둘러보다 마음에 드는 게임을 구매하거나, 닌텐도 스위치를 처음 장만하는 사람, 나들이 삼아 가족끼리 백화점을 방문했다가 아이의 성화에 못 이겨 매장에 발을 들이는 사람이 많았기에 슈퍼 마리오 3D 월드+퓨리 월드만의 인기인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이에 월말에 다시 한번 매장을 찾았는데, 관계자에게 들은 슈퍼 마리오의 인기는 상상 이상이었다.
대원샵 관계자는 “슈퍼 마리오 3D 월드+퓨리 월드는 출시 당일부터 지금(2월 25일)까지 매장에서 가장 잘 팔린 제품이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대원샵 게임 패키지 주간 판매량 순위에서도 모여봐요 동물의 숲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구매 연령대도 매우 다양했는데, 슈퍼 마리오에 대한 짙은 향수를 느끼는 30대 이상 게이머도 있었지만 어린이와 커플 손님들의 손길이 훨씬 더 많았다고 한다. 35세 배관공 마리오 씨는 요즘 아이들에게도 여전히 '초통령' 이었다.
참고로 닌텐도 스위치 슈퍼 마리오 에디션은 월말에 방문했을 때 품절됐다. 다만, 이는 슈퍼 마리오에 대한 높은 인지도만이 원인은 아니었다. 대원샵 관계자는 “일반판과 동일한 가격에 파우치를 비롯한 추가 구성품이 있기에 닌텐도 스위치에 입문하려는 손님들이 가성비에 이끌려 구매한 경우가 만만치 않았다”고 설명했다.
매장마다 체감이 달랐던 설날 특수
슈퍼 마리오 3D 월드+퓨리 월드가 맹활약했지만, 일부 매장을 제외하곤 전반적인 매출 호전은 없었다. 이는 매장 특성에 기인하는 바가 큰데, 백화점이 아닌 전자제품 상가에 위치한 게임매장들은 설날 특수가 기대했던 것보다 아쉬웠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국제전자센터에 위치한 놀이터 관계자는 “슈퍼 마리오 3D 월드+퓨리 월드, 그리고 슈퍼 마리오 신형 아미보가 큰 인기를 끌었다. 닌텐도 스위치 슈퍼 마리오 에디션 역시 품절됐다”며 대원샵과 마찬가지로 슈퍼 마리오의 활약상을 전했다. 그러나 그 외에 기대할만한 신작인 목장이야기: 올리브 타운과 희망의 대지, 브레이블리 디폴트 2 등의 출시가 월말에 몰려 있었던 데다가, 코로나19 여파도 있어 설날 직후 방문객은 많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설날 특수를 기대한 상인들이 많았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해 실망했다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아무래도 백화점은 가족단위 나들이 손님이 꾸준히 방문하고, 이 중 많은 수가 게임매장을 들렸다가 게임 패키지 한, 두 개쯤 구매하고 돌아가는 경우가 상당하다. 이에 반해 국제전자센터를 비롯한 전문 상가는 ‘게임 구매’ 하나만을 목적으로 발품을 파는 손님들이 다수인데, 최근 기대할만한 신작이 없다 보니 자연스레 발걸음이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많은 수의 매장에서 슈퍼 마리오 3D 월드+퓨리 월드는 매출 하락을 방어하는 마지노선 역할을 수행했다고 볼 수 있다.
플레이스테이션을 주로 취급하는 매장들은 설날 특수라 콕 집어 말할 수 있는 상황은 없었다. 출시 당일 반짝 인기가 있었던 리틀 나이트메어 2를 제외하면 기대할 만한 신작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저지 아이즈 PS5버전, 길티기어 스트라이브, 니어 레플리칸트 ver.1.22474487139... 등 예약판매를 시작한 게임에 대한 호응이 괜찮은데다가 11월부터 매월 초마다 열린 PS5 예약판매 역시 품절행진을 이어가 울상까지는 아니었다.
특이한 점은 PS5 예약판매가 월초 뿐 아니라 월말에도 진행됐다는 것이다. 물량 부족 해소의 전조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는데, 이와 관련해 게임몰 관계자는 “PS5 예약판매 시 초반에는 1분도 채 되지 않아 품절이 떴다면, 최근에는 2~3분 정도로 시간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어쩌면 가까운 시일 내에 치열한 경쟁 없이도 PS5를 구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게 하는 부분이다.
작년과 정반대 분위기의 올해 3월
작년 3월은 2020년 최고 흥행 타이틀인 ‘모여봐요 동물의 숲’을 필두로 다양한 기대작이 게이머들의 지갑을 저격하며 게임매장이 ‘대박’을 경험했던 시기였다. 그에 비하면 올해 3월은 다소 초라하다. 그나마 많은 헌터들의 마음을 두근거리게 하는 닌텐도 스위치 게임 ‘몬스터 헌터: 라이즈’와 소닉의 아버지 나카 유지가 만든 ‘밸런 원더랜드’가 기대를 걸 만 하지만, 두 게임 모두 월말에 나온다. 결국 게임매장은 3월 보릿고개를 견뎌내며 4월이 오기만을 기다릴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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