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이나 캐릭터, 사건 등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게임메카=류종화 기자] 지난 1년 동안 게임메카 뉴스에 달린 독자 댓글을 보면 ‘오늘 만우절 아닌데’ 라는 말이 꽤 자주 나온다. 그도 그럴 것이, 현실감 없는 사건들이 워낙 많이 터졌어야지. 취재하고 보도하는 기자 입장에서도 이게 진짜인지 거짓말인지 헷갈렸는데, 읽는 독자들은 얼마나 황당했을까. 덕분에 진짜 4월 1일 만우절을 맞아 뭔가 거짓말을 하려 했지만, 저 현실들보다 거짓말 같은 이야기를 지어내기가 어려워 포기했다.
그런 이유로, 오늘은 지난 1년간 보도된 거짓말 같은 게임계 사건 TOP 5를 발표하도록 하겠다. 왠지 1년 전 게이머들에게 이 기사 보여주면 만우절 거짓말도 적당히 치라며 한 대 얻어맞을 것 같다.
TOP 5. 초초초 기대작 사이버펑크 2077과 라오어 2가 공공의 적이 되었다?
2020년 첫 날, 게임메카는 ‘2020년 게이머를 기다리는 기대작, 소개합니다‘라는 기사를 냈다. 그 중 가장 무게를 둔 게임은 역시 사이버펑크 2077과 더 라스트 오브 어스 파트 2였다. 전작인 위쳐 시리즈나 라오어 1이 워낙 높은 완성도와 서사로 호평을 받았기에, 위 두 게임에는 AAA에 A 세 개쯤 더 붙여도 될 정도의 기대가 쏠렸다. 이 둘이 2020년 게임업계를 평정하리라는 것은 기정사실이었고, 게임계에 역사로 남을 것이라는 추측까지 더해졌다.
그러나, 결과는 여러분들이 아는 것과 같았다. 라오어 2는 게임성은 좋았지만 이를 전부 묻어버릴 스토리 전개로 팬들의 반발을 샀으며, 사이버펑크 2077은 스토리는 완벽했지만 게임성 면에서 미완성된 작품을 선보여 콘솔 환불 사태까지 불렀다. 라오어 2는 반론을 비웃는 듯한 제작진의 행보로 논란에 불을 지폈고, 사이버펑크 2077은 진화하려는 각고의 노력이 거의 빛을 발하지 못한 채 해를 넘겼다. 이 두 게임이 2020년 최고 문제작 TOP 2가 된다는 것은, 1년 전만 해도 불쾌한 만우절 거짓말이었을 것이다.
TOP 4. 우마무스메 게임과 월희 리메이크가 현실로?
베이퍼웨어, 일명 신기루 상품이라는 단어가 있다. 소문만 무성하거나 실제로 제작이 발표된 작품이 수 년째 소식이 없는 경우를 뜻한다. 게임업계에선 하프라이프 3와 GTA 6가 대표적이다. 거기서 조금 더 들어가 서브컬처 게임 업계를 보면, 월희 리메이크와 우마무스메 게임이 베이퍼웨어 양대산맥이다. 월희 리메이크는 발표 후 10년 이상 별다른 소식이 없었으며, 우마무스메 역시 뒤엎기와 PD 교체를 반복하다 모바일게임으로서는 사상 초유의 ‘5년 연기’라는 기록을 세웠다.
이미 모든 희망을 버린 위 두 게임이 실제로 나온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팬들 사이에서는 ‘이거 만우절 장난인가?’라는 반응이 절로 나왔다. 그러나 거짓말이 아니었다. 우마무스메는 이미 일본에서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카카오게임즈를 통해 국내 서비스가 확정됐다. 월희 리메이크 역시 8월 26일 출시를 확정지었다. 여기에 덤으로 타이의 대모험 게임, 밀리마스와 대운동회 신작 애니메이션 소식까지 연달아 터지며 축제 분위기다.
TOP 3. 중국 모욕 못 참겠다며 1주일 만에 서비스 종료 결정한 게임이 있다?
게임 내에 한복 아이템을 냈다가, 한복이 중국 전통의상이라는 중국 유저들의 무근본 항의를 받아들여 해당 아이템을 삭제하고, 이에 대해 국내 게이머들이 항의하자 ‘중국에 대한 모욕이 우리의 한계를 넘었다’라며 1주일 만에 국내 서비스 종료를 공지한 중국 게임이 있다? 에이, 아무리 소설이라도 너무 막장이다. 아무리 만우절이라도 저런 허황된 거짓말을 하면 욕 먹는다.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다. 중국 게임 전체에 대한 이미지 악화와 더불어 국내 게임업계에 반중 정서까지 확산시킨 샤이닝니키다. 물론 회사 입장을 아주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정부 방침에 따라 풍전등화인 중국 기업 입장에서 자국 여론을 거스르면서까지 해외 서비스를 유지할 수는 없었겠지. 그러니까 중국 정부에 납작 엎드려 문화적 동북공정에 이바지한 기업이라는 도장도 달게 받길 바란다. 지금 와서 만우절 스킨을 쓰고 봐도 참 어이가 없는 사건이었다.
TOP 2. 귀살의 검은 귀멸의 칼날과 연관성이 없는 작품이다?
일본 다이쇼 시대를 연상시키는 복식, 사람을 잡아먹는 괴물에게 가족을 잃고 복수를 위해 나선 얼굴에 흉터가 있는 소년 주인공, 머리에 뿔이 달린 여동생 느낌의 캐릭터… 아무리 봐도 일본 만화 귀멸의 칼날인데, 이 설정과 그림체까지 똑같이 베낀 게임이 무려 국내 개발사의 손에 의해 탄생했다. 이름까지 흡사한 ‘귀살의 검’이다.
이에 대해 논란이 제기되자, 제작사는 “오니와 싸우는 세계관과 캐릭터들의 일본식 복장 때문에 유사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지만, 귀살의 검은 귀멸의 칼날과 연관성이 없는 작품이며 표절도 아니다”라는 설득력 없는 설득을 했다. 당연히 불에 기름을 끼얹은 꼴이 됐고, 결과는 모두 알다시피 5일 만에 서비스 종료로 끝났다. 뻔뻔한 반응부터 광속 서비스 종료까지 너무 순식간에 이뤄졌기에, 한 달 정도 늦은 만우절 프로젝트가 아닌가 싶은 생각까지 들었다.
TOP 1. 게이머들이 게임 말고 트럭에 과금을 하기 시작했다?
게이머들이 게임이 아닌 다른 곳에 돈을 쓰기 시작했다. 뜬금없이 트럭에 말이다. 처음 이 소식을 들었을 땐 유로 트럭 시뮬레이터라도 시작한 것인가 싶었는데, 그게 아니라 트럭 시위였다. 유저 참여 유도나 장기전이 어려운 집회식 시위보다 효과적이었고, 게시판과 전화응대에 귀를 막던 게임사들도 당장 건물 앞을 돌아다니는 트럭에는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는 억압받던 유저 목소리 확대로 퍼져,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전체적인 재검토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다만, 뭐든 그렇지만 트럭이 유행하면서 웃지 못 할 일들도 종종 생기고 있다. 일부 게임에선 트럭 시위 총대를 빙자한 사기꾼이 나타나기도 하고, 시위를 두고 유저 간 파벌이 생기기도 하고, 뭔가 이상하면 일단 트럭부터 보내고 보자는 ‘트럭만능설’까지 퍼져나가고 있다. 그 와중에 항의 트럭이 아닌 응원의 ‘커피 트럭’을 (마음만)받은 회사도 있었다. 뭐 아무튼, 일각에선 게임보다 트럭에 돈 쓰는게 더 재밌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는데, 이런 상황을 만들어낸 게임업계 자체가 하나의 큰 만우절 거짓말 같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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