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정남]은 매주 이색적인 테마를 정하고, 이에 맞는 게임이나 캐릭터, 사건 등을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게임메카=류종화 기자] 똥손과 금손. 옛날엔 그림이나 조형 등 손재주가 필요한 분야에서 많이 쓰는 말이었지만, 최근 몇 년 새 게임계에서도 흔히 들을 수 있게 됐다. 컨트롤을 잘한다는 뜻이 아니라, 확률형 아이템에 도전했을 때 얼만큼이나 운이 좋은가를 판단하는 단어다. 예를 들어 1% 확률 아이템이 있을 때 100번 도전해서 성공하면 보통, 그 이상 도전해야 하면 똥손, 그 이하에서 성공하면 금손이라는 식이다.
그런데, 주변을 둘러보면 금손은 별로 없고 나 포함 대부분이 똥손이다. 확률적으로 보면 반반쯤 돼야 할 텐데, 이쯤 되면 내가 하는 게임도 ‘확률조작’이 아닌가 의심이 가기 십상이다. 현실에도 이런 속 터지는 사례들이 있다. 분명히 어느 정도 확률에 대한 내용을 인지하고 있었는데, 그보다 더 낮은 것으로 추정되는 확률에 휘둘리는 경우다. 이번 주 [순정남]은 현실 세계에서 우리들을 절망의 늪으로 빠뜨리는 머피의 확률들을 뽑아 봤다.
TOP 5. 캡슐 뽑기 ‘가챠퐁’, 대체 표지에 있는 건 언제 나와?
확률형 아이템이 처음 생겨난 일본에서는 이를 부를 때 ‘가챠’라는 표현을 쓴다. 이 단어는 캡슐형 뽑기 기계에서 나왔다. 돈을 넣고 돌릴 때 나는 ‘철커덕’ 소리를 ‘가챠’로, 캡슐이 나오는 소리를 ‘퐁’으로 표현해 흔히들 ‘가챠퐁’이라 부르는 기기 말이다. 즉, 확률형 아이템의 원류는 가챠퐁이라고 할 수 있다.
가챠퐁의 매력은 무슨 아이템이 나올 지 모르는 랜덤 요소지만, 옛날 문방구 앞에 있던 것이나 저가형 기계들을 보면 간혹 사기에 가까운 물품 구성을 보이기도 한다. 분명 기계 앞에 그려진 것은 후레쉬나 총 같은 나름 고급 장난감인데, 정작 뽑아보면 정체를 알 수 없는 고무 장난감이나 지우개, 플라스틱 메달 같은 게 나온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 기계에서 제대로 된 경품을 뽑을 확률은 1% 미만이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다. 그나마 요즘은 표지에 있는 것 위주로 나오는 뽑기가 대세니 한결 낫다.
TOP 4. 인형뽑기, 이거 천장 시스템 있는 거 맞나요?
지금은 유행이 가라앉았지만, 인형뽑기는 한때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놀이문화였다. 개인적으로 인형뽑기에 참 소질이 없었는데, 사실 다수의 인형뽑기 기계들은 일정 횟수마다 한 번씩 집게를 강하게 움켜잡도록 설계되어 있어서 계속 하다보면 인형 한두 개쯤은 뽑을 수 있다고 한다. 계속 안 뽑히면 손님들이 안 오니까 넣은 기능으로, 일종의 천장 시스템이다.
그런데, 똥손 입장에선 대체 이 천장이 있긴 한지조차 모르겠다. 실제로 몇 년 전 기자는 초밥 모양 피카츄 인형을 뽑기 위해 1만원을 넣고 12연차에 도전했지만 모두 실패했으며, 미련이 남아 5,000원을 더 넣고 6연차를 시도했으나 이 역시 허망하게 날린 기억이 있다. 대체 천장이 있긴 한 걸까? 당시는 게임 기자로서 진실을 파헤쳐 볼까 싶었지만, 취재하면 할수록 기자의 똥손 수준이 드러날 것 같아 관뒀다.
TOP 3. 럭키박스, 대체 좋은 상품 나오는 확률은 몇%야?
연말이 되면 쇼핑몰이나 백화점 등지에서 럭키박스라는 것을 판매한다. 일본에서 최초로 유행한 것 같은데, 몇 년 전부터 국내에서도 붐이 일었다. 럭키박스란 불투명한 상자나 봉투 안에 해당 매장 물품(혹은 값비싼 외부 상품)이 무작위로 들어 있는 것으로, 운이 좋으면 싼 값에 꽤 비싼 상품을 손에 넣을 수 있다. 여기에 많은 수의 럭키박스는 기본적으로 판매가격 이상의 물품이 들어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도 장점이다.
그러나, 간혹 매장의 재고털이에 이용당하는 듯한 느낌도 든다. 예를 들면 드럭스토어에서 3만원짜리 럭키박스를 사니 가장 인기가 없는 이상한 향 마스크팩만 잔뜩 들어있다거나, 크리스마스에 팔고 남은 것 같은 이벤트용 상품이 신년맞이 박스로 재활용 돼 있는 등이다. 표기된 가격만 보면 본전 이상이라고는 하는데, 실제 이 가격을 주고 사라면 글쎄… 실제로 전 게임메카 기자인 I모 군은 올해 초 전자제품 럭키박스를 다수 구매했는데 좋은 상품은 하나도 없고 같은 마우스만 여러 개 나왔다고 한다. 일부 럭키박스는 심각하게 확률 조작을 의심해 봐야 할 필요가 있겠다.
TOP 2. 문구점 메달/제비뽑기, 그 곳은 어린이 도박장이었다
옛날 문구점은 흡사 도박장과도 같았다. 스태플러로 고정된 종이를 뽑아 상품을 받는 제비뽑기부터, 100원 동전을 집어넣으면 ‘짱깸뽀!’라는 소리가 나며 뽑기 종이나 메달이 우수수 튀어나오는 빠칭코 기계까지. 간혹 여기에 용돈을 다 털어넣고 싸구려 엿만 잔뜩 받아가는 친구들도 있었다. 참고로 제비뽑기는 1등 상품이 3~4만원짜리 휴대용 게임기나 고급 RC카였고, 메달 게임기는 운만 좋으면 100원으로 메달 20개(문방구에서 개당 100원에 사용 가능)를 뽑을 수 있었다.
그러나, 절대 나에게 저런 행운이 오진 않았다. 지금 생각하면 기본적인 확률공개조차 되지 않았다. 통설에 따르면 제비뽑기의 경우 한 판 전체에 1등 제비가 한 장도 없는 경우도 있다고 하며, 메달 게임기는 확률을 점주 맘대로 설정해 놓을 수 있었다고 한다. 지금 같았으면 말도 안 되는 일이지만, 이런 게임들은 2000년대 중반 단속 강화로 사라졌고 이제는 동네 문방구도 구경하기 어려운 시대가 되었기에 추억 속에서 미화될 뿐이다.
TOP 1. 기상청 “오늘 비 올 확률은 90%입니다(안 옴)”
아마도 현실에서 가장 많은 이들이 느끼는 확률의 불합리함은 기상청 날씨예보가 아닐까 싶다. 오늘 비 올 확률이 10%라고 해서 우산을 안 가져가면 십중팔구 비가 쏟아지고, 오후에 80% 확률로 비가 온대서 거추장스러운 큰 우산을 들고 나가면 거짓말처럼 날씨가 맑다. 역으로 적은 확률에 걸어봐도 결과는 항상 같다. 이쯤 되면 기상청에서 나를 정탐하고 있다가 날씨를 조작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다.
기상청에서는 이에 대해 우리들도 날씨 맞추기가 힘들다며 하소연을 하지만, 2020년 기준 4년간 ‘비가 온다고 예보했을 때 실제로 비가 온 수치’인 강수유무적중률이 44.7%에 그쳤다는 비판은 피해가지 못한다. 아무튼, 기상청의 확률공개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선 주변에 비만 오면 관절이 쑤시거나 하는 인간 예보계 한 명쯤 알고 지내는 것이 더 확실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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