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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게임위 수장 중 성과 확실했던, 이재홍 위원장

게임메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07.16 19: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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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년 1월 신년 기자간담회 당시 게임위 이재홍 위원장 (사진: 게임메카 촬영)

[게임메카=김미희 기자] 2018년 8월에 취임한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임위) 이재홍 위원장이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게임위 위원장 임기는 3년이며, 임기 만료일은 오는 7월 29일이다. 위원장은 연임이 가능하지만, 이에 대해 게임위 관계자는 “연임 계획은 없다”라고 답변했다. 이 위원장은 게임위 위원장이 되기 전 한국게임학회 학회장을 연임한 대표적인 학계 출신 인사로 손꼽힌다. 따라서 임기가 만료되면 다시 학계로 돌아갈 것으로 전망된다.

역대 게임위 위원장은 존재감이 희미했다. 게임물등급위원회 시절에도 마찬가지였고, 2013년에 게임물관리위원회가 된 이후에도 정책적인 부분에서 구체적인 성과를 낸 경우가 거의 없었다. 이와 비교하면 이재홍 위원장은 기존 게임위 수장 중 주목할만한 결과물을 많이 냈다. 위원장직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업계와의 마찰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피부로 변화를 느낄 수 있을만한 여러 일을 했다.

콘솔 플랫폼 3사가 모두 ‘자율심의 사업자’가 됐다

🔼 콘솔 3사가 모두 자율심의 사업자가 됐다 (사진출처: SIE/MS/닌텐도 공식 홈페이지)

가장 큰 부분은 ‘자율심의 사업자’를 대폭 늘린 것이다. 자율심의는 게임위가 아닌 사업자가 게임을 심의해서 출시할 수 있는 제도다. 2011년에 모바일에서 시작해 2017년에는 모든 플랫폼으로 범위가 넓어졌으나, 심의를 맡겠다는 사업자가 부족해 변화를 피부로 느끼기 어려웠다.

이 위원장이 취임한 2018년 기준 자율심의 사업자는 SIEK, 삼성전자, 애플코리아, 오큘러스브이알코리아, 원스토어, 카카오게임즈, 구글까지 7곳에 불과했다. 자율심의 범위 자체는 2017년에 이미 모든 플랫폼으로 넓어졌으나 심의를 맡겠다는 신규 사업자가 없어 변화를 피부로 느끼기 어려웠다. 그러나 2019년 12월 MS, 작년 12월 에픽게임즈코리아, 올해 3월 한국닌텐도가 합류했다. 주요 콘솔 플랫폼 3사가 모두 ‘자율심의 자격’을 획득했다는 점이 게이머 입장에서 크게 다가온다.

아울러 자율심의 사업자 자격을 얻은 것은 아니지만 밸브가 운영하는 스팀에도 변화가 생겼다. 스팀에 출시된 게임 중 국내 심의를 받은 게임의 경우 스팀 상점 페이지에 국내 연령등급이 표시된다. 실제로 지난 9일 스팀을 통해 발매된 몬스터 헌터 스토리즈 2: 파멸의 날개의 경우 스팀 공식 페이지에 ‘12세 이용가’라는 연령등급이 표시되어 있다. 아울러 작년에는 게임위가 밸브 측에 해외 게임사가 국내 심의를 받을 수 있는 제도를 마련했으니 이를 안내해달라는 요청을 보냈고, 자율심의 사업자 자격 획득에 대해서도 논의하며 국내 게임 심의에 있어 회색지대에 해당하는 스팀을 포섭하려는 움직임을 이어왔다.

🔼 몬스터 헌터 스토리즈 2 스팀 페이지에는 국내 연령등급 표시가 있다 (사진출처: 스팀 공식 페이지)

이처럼 자율심의 사업자가 늘어났고, 모바일을 중심으로 국내 시장에 출시되는 게임 수 자체가 대폭 증가하며 사업자들이 각 게임을 국내 기준에 맞춰서 심의했는지를 확인하는 사후관리 업무가 중요하게 떠올랐다. 이 부분에서도 2019년부터 가시적인 변화가 있었다. 2019년에 자율심의 결과를 검토하는 모니터링단은 100명에서 200명으로 늘어났으며, 작년과 올해도 동일한 규모를 유지 중이다. 같은 기간에 게임위 지원 예산도 증가세를 유지했다. 2019년에는 전년보다 32.2% 증가했고, 2020년에는 1.3%, 2021년에는 6.3% 늘었다.

결코 빠른 대응이라 평가할 수는 없으나 꼭 필요했던 일도 성사됐다. 지난 2019년 9월 3일에 비영리게임에 대한 심의가 면제된 것이다. 이 문제가 화제에 오른 계기 자체는 그해 2월에 주전자닷컴을 비롯한 자작 플래시게임에 대해 게임위가 ‘게임을 서비스하기 위해서는 심의를 받아야 한다’고 통보했고, 이로 인해 프로도 아닌 학생들이 취미로 만든 게임까지 일일이 심의를 받아야겠냐는 지적이 일어난 것이다.

🔼 주전자닷컴 자작게임 서비스 중단 공지 (사진출처: 주전자닷컴 공식 페이지)

당시 게임위는 자작 플래시게임도 심의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으나 한 달 뒤인 3월에 비영리게임에는 심의 수수료를 받지 않기로 했으며, 문체부와 논의해 심의 자체를 면제하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 밝혔다. 그로부터 6개월 뒤에 ‘비영리게임 심의 면제’를 담은 게임법 시행령이 시행됐다. 제도 개선의 계기라 할 수 있는 플래시게임은 작년 12월에 어도비가 서비스를 중단하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으나 비영리게임에 심의 부담이 사라진 것은 개인 및 동호회 단위 게임 제작에 긍정적인 부분이라 말할 수 있다.

온라인게임 결제한도 폐지와 오락실 신용카드 결제 허용

🔼 등급분류 규정 개정 전(상)과 후(하) 비교 자료, 배팅성 게임을 제외한 게임에 대해 '성인 월 구매한도액'을 적는 부분이 없어졌다 (자료출처: 게임위 공식 홈페이지)

게임업계에서도 주목할만한 규제 개선이 있었다. 가장 큰 부분은 2019년 5월에 발표된 온라인게임 결제한도 폐지다. 성인에 대한 온라인게임 결제한도는 기존에도 게임법에는 없었고 게임을 심의하는 과정에서 규제 아닌 규제로 자리하고 있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게임위가 게임을 심의할 때 게임사로부터 받는 ‘게임물 내용정보 기술서’에 월 결제한도를 적는 부분이 있고, 이를 적지 않으면 연령등급을 내주지 않았다. 게임업계에서는 이를 규제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결제한도 폐지를 처음으로 거론한 것은 문체부 박양우 전 장관이었다. 박양우 전 장관은 2019년 5월 9일에 진행된 게임업계 간담회를 통해 ‘온라인게임 결제한도 개선’을 언급했다. 이후 게임위에서는 위원회 회의를 통해 성인 이용자에 대한 월 결제한도 금액을 적는 부분을 삭제하자고 의결했고, 이 내용을 그해 5월 30일에 공식 홈페이지에 게시하며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온라인게임 결제한도는 2019년 7월 1일에 없어졌다.

이어서 주목할 부분은 오락실 게임을 즐길 때 신용카드로 결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기존에 게임위는 신용카드 단말기가 붙은 아케이드 게임에 등급을 내주지 않았다. 신용카드를 악용한 환전 및 사행성 우려가 있다는 이유였다. 사행적인 운영을 막아야 하는 것은 맞지만, 현금 자체를 들고 다니지 않는 사람도 적지 않은 시대에 맞지 않는 낡은 규제였다.

이에 대해 게임위는 2017년에 ‘오락실 신용카드 결제 허용’을 언급한 바 있으나 당시에는 결과물을 내지 못했다. 그런데 그로부터 2년 뒤인 2019년 7월 1일부터 청소년이 이용할 수 있는 전체이용가 오락실 게임에 신용카드 결제가 허용됐다. 오락실을 운영하는 업주와 자주 이용하는 게이머 입장에서 현금 결제에 대한 불편함이 사라진 것이다. 비록 사업적 이유와 코로나19 등으로 아직 널리 상용화되진 않았지만, 케묵은 규제를 없앴다는 것은 분명 긍정적인 부분이다.

이를 토대로 보면 이재홍 위원장은 게임업계와 게이머가 ‘정책이 시대에 맞춰 달라지고 있음’을 체감할 수 있는 여러 결과물을 냈다. 특히 자율심의는 시장에 유통되는 주요 플랫폼을 포섭할 수 있을 정도로 범위를 크게 넓혔다. 이재홍 위원장은 29일 임기를 마친다. 뒤를 이을 차기 위원장 역시 결과로 말하는 위원장으로 평가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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