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메카=김경민 기자] 일반적으로 모험을 기반으로 한 게임에서는 용사나 정의의 사도가 악의 축을 물리치거나 사로잡힌 공주를 구출해 오는, 소위 권선징악 형태의 스토리가 많다. 용사가 앞으로 나아 감에 따라 수많은 악당들이 무자비하게 반갈죽(?) 당하는 것은 기본이요, 일부 게임에서는 오히려 용사 측이 학살자로 변모해 악당들을 쓸어버리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한다. 이쯤 되면 누가 악당인지 구분 짓기 힘들 정도다.
악당들이 하도 갈려나가다 보니 불쌍해 보였던 것일까, 이들을 주인공으로 한 작품들도 다수 등장했다. 대표적으로 던전의 관리자가 되어 영웅들을 무찌르는 ‘던전 키퍼’나 로그라이크 게임 ‘레전드 오브 키퍼’가 있으며, 어떻게 보면 GTA 시리즈의 주인공들도 경찰을 상대로 무쌍을 찍을 때는 악당이 될 수도 있겠다. 오늘 소개할 분더링도 그런 게임 중 하나다. 퍼즐 요소가 가미된 횡스크롤 액션 플랫포머로, 자유로운 이동에 제약을 걸어 게임 진행에 생각할 요소를 첨가한 독특한 플레이 스타일이 특징이다. 작년에 PS4와 Xbox One, 닌텐도 스위치와 스팀 같은 각종 플랫폼을 통해 출시됐지만, 최근 스토브에 입점하며 다시 필드를 뛰어다닐 준비를 마쳤다.
오로지 앞만 보고 용사를 찾아 달리는 악당
앞서 말했듯, 분더링은 악당 졸개가 되어 용사를 막는 스토리다. 툭 치면 쓰러질 것 같은 연약한 몸으로, 붙잡힌 공주를 구하러 떠난 당근 용사를 저지해야만 한다. 그래, 이것 까지는 좋다. 나보다 강한 적을 이기는 것만큼 짜릿한 쾌감을 선사하는 요소도 없다. 하지만 이 게임, 방향 전환이 마음대로 안 된다. 지금까지 악당은 이런 페널티를 안고 용사와 싸워왔던 것인가?
분더링이 가지고 있는 특징 중 하나는 오로지 조작 가능한 요소가 점프 하나 뿐이라는 점이다. 특정 물체의 도움 없이는 무조건 지형의 끝에 다다라야만 방향을 전환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위로 점프하더라도 가고자 하는 방향과 반대로 올라가게 된다면, 그 길의 끝에 기다리고 있는 장애물과 마주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손쉽게 이동하는 용사에 비해 너무나도 불리한 요소를 가지고 시작하는 셈이다.
하지만 악당이 용사를 이기기 위해서는 이정도 고통은 감내해야 하는 법이다. 다행스럽게도, 스테이지를 진행함에 앞서 시작 지점 주변의 생김새와 도움을 줄 수 있는 각종 요소들의 위치를 파악할 시간이 무제한으로 주어진다. 게다가 목숨 제한도 없기 때문에 깊이 생각하지 말고 돌격대장이 되어 몸으로 익히는 선택지도 있다. 물론 자유로운 이동이 불가능하다는 점 자체를 답답해하는 유저들 역시 존재할 수밖에 없다. 이들의 성향도 고려해 여러 갈래의 탈출구를 만들어 둔 것은 긍정적인 요소라 할 수 있다.
용사를 쫓아 가려면 배가 든든해야 한다
분더링의 당근 용사는 광합성을 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무언가를 먹지 않고도 잘만 달린다. 오히려 악당의 경우가 인간적인데, 꽃봉오리를 섭취하지 않으면 체력이 점점 줄어들다가 결국 아사해버린다. 용사를 계속해서 쫓아가야 하는 악당에게 해당 페널티는 매우 치명적인 단점일 수 밖에 없다. 그래도 놓치지 않으려면 먹어 가며 진행해야만 한다. 무엇을 하든지 배가 든든해야 하는 법이다.
스테이지를 시작하기 전까지는 맵 초반부의 구조를 대충 파악할 수 있지만, 시작하는 순간부터 보이지 않는 타이머가 돌아간다고 생각하면 된다. 일정 시간 동안 맵에 존재하는 꽃봉오리를 먹지 않으면 체력이 줄어들기 시작하고, 게이지가 바닥나는 순간 게임 오버다. 게임을 진행하면서 특정 구간에 오랜 시간을 쏟는 것을 방지하는 일종의 난이도 조절 기능으로, 꽃봉오리의 수가 제한돼 있기 때문에 최대한 빠르게 출구로 향해 용사를 쫓아갈 방법을 찾아야만 한다. 보이지 않는 제한시간이 갑자기 머리 위에 나타났을 때의 긴박감을 즐기는 유저들에게는 마음에 들 수도 있지만, 순간적으로 여유가 없어지는 것에 혼란을 느낄 수도 있다는 점에서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다.
용사만 멋을 부리는 것은 아니다
게임의 스포트라이트를 직격으로 받는 존재는 대부분이 용사지만, 특유의 매력으로 인기를 끄는 악당들도 많다. 물리적 승리도 중요하지만 정신적 승리 역시 무시할 수 없다. 우리는 악당으로 게임을 진행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멋을 부려 용사의 기를 죽일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분더링에서는 특정 스테이지마다 존재하는 수집요소로 외형을 꾸밀 수 있는 아바타를 얻을 수 있게 디자인됐다.
빠르게 스테이지를 클리어하고 넘어갈 수도 있지만, 게임에 존재하는 숨은 요소를 전부 클리어해야 직성이 풀리는 유저도 존재한다. 게임을 진행하다 보면 정상적인 진행으로는 지나갈 일이 없거나 지형에 가려 숨겨진 곳에 보물 상자가 있는 경우가 많다. 해당 상자에서 각종 장식품을 얻어 악당을 꾸밀 수 있다. 장비를 통해 강해져 용사를 이기는 것은 악당의 자존심이 용납하지 않기 때문인 것인지, 능력치가 오르는 등 게임 진행에 추가적인 이점은 없다. 따라서 수집욕이 없는 유저도 편한 마음으로 스테이지를 넘길 수 있으며, 수집을 좋아하는 유저들은 아바타를 통해 악당을 꾸며 눈으로 보는 재미를 추가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동시에 단점이 될 수도 있다. 많은 게임들은 수집 요소를 통해 특정 능력을 해금하거나 더 좋은 장비를 제공하는 등 유저들의 수집 욕구를 자극하기 위해 노력한다. 반면, 분더링은 수집 요소에 대한 동기부여가 부족하다. 그 이유는 아바타가 단순히 외형 하나만 변할 뿐, 게임 플레이나 스토리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에 굳이 수집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물론 다양한 아바타가 준비돼 있고, 부위별 조합에 따라 개성 있고 귀여운 나만의 조합을 만들 수 있기는 하지만 필수 콘텐츠로 여길 정도의 비중은 아니다. 많은 유저들이 분더링의 숨겨진 요소까지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쉽게 즐길 수 있어 좋지만, 그래서 아쉽다
퍼즐 요소가 가미됐지만 해당 요소를 즐기지 않는 사람들도 쉽게 진행할 수 있도록 디자인된 것은 분명한 이점이다. 하지만 그렇다는 것은 퍼즐의 난이도가 어렵지 않은 편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깊이 있는 생각을 요구하는 게임을 찾는 사람들에게는 다소 불만족스러울 수도 있다. 그리고 핵심 콘텐츠 중 하나인 수집 요소에 대한 동기부여가 부족해 많은 유저들이 단순 클리어만 하고 넘어간다는 점은 아쉽다. 그럼에도 점프 기반의 쉬운 조작과 특색 있는 스토리, 귀여운 도트 그래픽이 가져다 주는 재미와 몰입도 하나는 확실하다.
최근 스토브에 입점해 75% 할인된 가격에 판매 중이니, 악당으로 용사를 저지하는 하극상(?)을 벌이고 싶은 유저라면 한번쯤 구매해 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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