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메카=김경민 기자] 레프트 4 데드 시리즈(이하 레포데)를 기억하는가? 개인적으론 밸브가 터틀락 스튜디오로부터 IP를 인수한 후 출시된 2편이 가장 친숙하다. 사방에서 몰려오는 좀비를 화끈하게 처리하며 나아가는 호쾌한 액션은 기자를 포함한 많은 이들을 좀비 슬레이어로 키워냈다. 하지만 2편도 어느새 발매된 지 10년이 넘은 게임이다 보니 이제는 아는 사람만 플레이 하는, 친구들과 가끔 킬링타임이나 추억 되새김질 용으로 즐기는 게임이 돼 버렸다.
이러한 상황에서 오는 10월, 십여 년 간 협동 좀비 액션의 대표였던 레포데의 정신을 잇는 신작이 발매된다. 바로 밸브에서 독립한 터틀락 스튜디오가 제작한 백 4 블러드다. 마침 6일부터 10일까지 1차 베타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어, 들뜬 마음으로 플레이 해봤다. 하지만 이번 테스트 기간 동안 플레이 해보고 느낀 것은, 그래픽 측면을 제외하면 아쉬움이 남는 살짝 찝찝한 기분이었다.
12년 전 게임과 비교되는 세밀함
일단, 테스트 버전이니만큼 디테일 측면에서 미완성인 부분이 있을 수는 있다. 하지만 아무래도 레포데 제작진의 신작이라는 점과, 출시 전부터 정신적 후속작으로 널리 알려졌던 만큼 자연스럽게 레포데 2와 면면을 비교하게 됐다.
일단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바로 '리든(백 4 블러드의 좀비)'이다. 레포데 2가 보여주는 좀비의 생김새가 정석에 가까운 모습에서 다양성을 추구했다면, 백 4 블러드의 리든은 옷차림만 다른 대머리의 향연이었다. 마치 영화 매드맥스의 워보이들이 거의 비슷한 모습으로 우르르 달려오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 부분은 추후 업데이트를 통해 더 발을 넓힐 여지가 충분하니 넘어가자.
다만, 피격감 묘사 부분은 다소 아쉬웠다. 레포데 2의 좀비는 위력이 강한 총기에 맞으면 신체 일부가 뜯겨져 나가는 등 파괴력 있는 연출이 함께 했다. 하지만 백 4 블러드의 리든은 몸이 얼마나 단단한 것인지, 아무리 때려도 생채기 하나 나지 않았다. 심지어는 총알을 맞는 피격음조차 들리지 않아 통쾌함이 덜했다.
이에 더해, 게임의 긴박감에서도 차이가 있었다. 레포데 2에는 간판 특수 좀비 ‘위치’와 같이 항상 주시하고 경계해야 하는 개체가 있다. 능력치가 매우 높아 어지간한 숙련자가 아니라면 도망이 상책이다. 예를 들어, 갑자기 흐느끼는 소리가 들린다면 주변에 위치가 있다는 것을 의미하니 손전등을 끄고 냅다 현장을 떠나야 한다. 이렇듯, 게임 진행에 긴장감이라는 요소를 추가함으로서 몰입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했다.
백 4 블러드에서도 어느 정도의 긴장감은 조성됐으나, 신경을 곤두세울 정도의 몰입감을 주지는 못했다. 날렵한 개체는 체력이 매우 낮고, 이들을 제외하곤 덩치 크고 느린 리든이 고작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크고 느리면 세다’라는 공식을 따르듯, 대미지가 센 리든의 경우 거리를 벌리며 총만 쏴도 비교적 손쉽게 제압이 가능했다. 이는 10월 정식 출시 때 바뀔 수도 있겠으나, 지난 알파에서 베타 테스트로 넘어오며 이러한 부분들이 대부분 고쳐지지 않았던 것을 고려하면 전체적인 난이도를 조정해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해 의도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다양한 플레이 방향을 제시한 것은 장점
그렇다고 백 4 블러드가 레포데 2에 비해 단점만 있는 작품은 아니다. 곳곳에서 분명 재미를 위해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 우선 플레이어블 캐릭터마다 전용 특성과 패시브 스킬, 팀 버프를 가지고 있다. 게임의 난이도를 올리거나 후반부 챕터를 공략할 때, 이를 고려해 팀의 콘셉트와 플레이 방식, 특정 챕터를 공략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할 수 있다. 쉽게 말해 단순히 캐릭터를 고르는 것뿐 아니라, 플레이에 다양성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매 게임마다 다른 방식의 플레이를 유도하는 카드 시스템도 존재한다. 이는 플레이어가 자신에게 유리하게 조정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게임 플레이에 불리한 상황을 부여하기도 한다. 전자는 덱 시스템으로, 다양한 능력을 가진 카드로 덱을 구성하고 매 라운드마다 한 장씩 뽑아 캐릭터를 강화시키는 기능이다. 이를 캐릭터의 특성에 맞게 바꿔가며 원하는 방향으로의 특화가 가능하다. 체력 회복 관련 카드를 섞어 의무병이 될 수도 있고, 공격 관련 기능을 추가해 돌격대장이 될 수도 있다. 일방향적 플레이를 강제하지 않는다는 점은 분명 장점이다.
후자는 커럽션 카드로, 매 스테이지마다 랜덤으로 원활한 게임 플레이를 방해하는 요소가 추가된다. 맵 전체에 자욱한 안개를 깔아 빠른 진행을 억제시키고 조심스러운 진행을 요구하는 판이 있는가 하면, 리든을 강화시키거나 변이체를 등장시켜 색다른 재미를 추가하기도 한다. 특히 레포데 2에서 근접무기로 좀비를 쓸고 다녔던 전적이 있는 플레이어라면 더 어려운 도전 과제가 생긴 셈이다. 결국 시나리오의 수는 정해져 있기에 같은 챕터를 지속적으로 플레이하다 보면 지루함을 느낄 수 있는데, 이를 어느 정도 해소시켜 주기 위해 노력한 점이 엿보인다.
현재 대결 모드는 무정부지대
플레이어가 리든을 직접 조작할 수 있는 대결 모드 또한 소소한 재미다. 자신이 처치해 오던 특수 개체를 직접 조작하며 청소부(백 4 블러드의 생존자)들을 최대한 빠르게 죽여야 하는 리든팀, 그리고 이들의 공세에서 최대한 오래 버텨야 하는 청소부팀으로 나뉘어 더 오래 생존한 팀이 승리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단, 베타 테스트 기간이라 그런지 도중에 탈주하는 유저가 상당히 많다. 그 이유는 리든을 플레이 하는 것에만 관심이 있는 플레이어가 대다수기 때문이다. 최대 8명이 즐기는 모드인 만큼 다른 유저에게 피해가 갈 수 있는 행동은 지양해야 마땅하나, 현재 이에 대한 제재나 페널티 부여가 없다. 게임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는 부분이므로 정식 출시 때는 적정 수준의 처벌이 부여돼야 할 것이다.
아직 늦지 않았다
베타테스트 기간 동안 플레이 해보고 느낀 백 4 블러드는 현재 시점에선 레포데 2의 인기를 이어가기에는 부족한 게임이었다. 앞서 열거한 문제 외에도 멍청한 AI나 나사 빠진 의사소통 시스템, 각종 버그와 전체적인 게임성 대비 비싼 게임 가격 등 여러 문제가 산재해 있다.
개인적으로 출시를 2달 앞둔 시점에서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시간이 촉박해 보인다. 하지만, 노 맨즈 스카이의 사례와 같이 지속적인 업데이트와 개선 노력으로 ‘갓겜’으로 거듭날 여지는 충분하다. 레포데라는 이름 석 자만으로도 기대감을 품는 플레이어들이 많은 만큼, 정식 출시 때는 더 완성된 모습으로 돌아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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