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겜ㅊㅊ]은 매주 특별한 주제에 맞춰 게이머들이 즐기기 좋은 게임을 추천하는 코너입니다.
[게임메카=김경민 기자] 요즘 K-팝이나 K-방역, K-무비 등 K가 붙은 무언가를 참 많이 들을 수 있습니다. K는 코리아의 약자로 과거엔 K-팝 등에만 제한적으로 쓰였으나, 이제는 한국적인 것 앞에 K가 안 붙으면 뭔가 허전하게 느껴질 정도죠. 저도 요즘 뭔가 이슈가 있다 하면 'K'를 붙이는 것이 습관이 되어버렸습니다. K-게임기자로서 말이죠.
여름철을 맞아 공포게임으로 눈을 돌려 보면, 어김없이 K-공포게임이 존재합니다. 서양식 사신이나 좀비, 살덩이 괴물이 아닌, 한 맺힌 K-처녀귀신이나 K-무당, K-학교괴담 등 K-영적세계를 다룬 게임 말이죠. 그렇습니다. 오늘 다룰 게임의 주제는 K-귀신입니다. 무더운 여름을 나기에는 제격이죠. 김치 한 통 옆에 놓고 BTS 음악 들으며 손흥민 TV경기 켜놓고 K-귀신들을 만나다 보면 어느새 진정한 K-게이머로서 거듭난 자신을 볼 수 있을 겁니다.
* 사람에 따라 공포스러운 이미지나 썸네일이 있을 수 있으니 주의를 요합니다!
1. 화이트데이, 처음부터 끝까지 가미된 한국적 요소
손노리가 개발한 화이트데이 시리즈는 국산 공포게임의 대명사입니다. 2001년 첫 선을 보인 후 2017년 리마스터 버전까지 오랜 기간 동안 게이머들의 사랑을 받고 있죠. 특히 학교를 돌아다니며 주인공에게 자비 없는 몽둥이 세례를 하사하는 수위 아저씨의 인기가 상당했습니다. 그저 사탕을 전달하려 했을 뿐인데 본의 아니게 학교에 갇혀 탈출을 시도하는 주인공 이희민. 그의 이야기가 다소 어이없어 보이면서도 흥미롭습니다.
화이트데이 시리즈에 나오는 귀신들은 저마다의 한국적 느낌을 뿜어내고 있습니다. 각 속성 부적이라는 토속적 요소를 관장하는 귀신에서부터 우리에게 친숙한 교복을 입은 귀신들은 작품의 무대가 한국의 학교라는 것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한을 표출하듯, 저 멀리서 들려오는 울음소리는 해당 장소로 사람을 꾀어 내는 한국 공포 이야기의 정석이기도 하죠. 게다가 이따금씩 구석에 나타났다 사라지는 머리 귀신은 하얀 소복을 입고 무덤에 서 있는 전형적인 처녀귀신이 원본이라고 합니다.
2. 관문고, 한국 학교괴담을 느껴보자
정적인 공포를 원한다면 관문고도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관문고는 귀신을 만나고 도망치는 추격전이 벌어지는 아케이드가 아닌, 스토리와 일러스트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비주얼 노벨입니다. 해당 작품 역시 학교에서 벌어지는 일을 담아냈는데요, 화이트데이가 탈출기라면 관문고는 학교와 관련된 괴담을 확인하기 위해 주인공들이 직접 숨어듭니다.
학교괴담은 한국 공포 이야기에 빠질 수 없는 필수요소 중 하나입니다. 관문고는 이를 13개의 괴담을 찾아 나서는 과정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죠. 단골 손님인 교복 입은 학생 귀신에서부터 “내 다리 내놔”로 유명한 발목 잡는 귀신 등 사람 형태의 괴담이 있는가 하면, ‘절대 올라가서는 안 되는 계단’과 같은 특정 행동을 나타내는 괴담들도 있습니다. 한국 학교에서 벌어지는 학교 괴담을 느끼고 싶다면 관문고도 좋은 선택이 될 것 같습니다.
3. 더 코마 시리즈, 학교물에 민간신앙이 일부 더해졌다
한국 인디 게임사 데베스프레소 게임즈(Devespresso Games)의 호러 어드벤처 시리즈, 코마는 플레이어가 직접 맵을 탐색하며 아이템을 수집해야 하는 공포 게임입니다. 귀신의 무서움도 무서움이지만, 맵이 난해해 수색하는 것이 힘든 편이죠. ‘눈 떠보니 이세계’라는 진행 방식을 채용했으며, 변해버린 ‘코마’라는 세계에서 학교의 비밀을 하나 둘 풀어가는 스토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한국 배경 고등학교에서 교복 입은 학생이나 교사가 주 적으로 등장하는 코마 시리즈에서는 영혼이 몸에 깃드는 현상인 빙의를 하는 귀신이나, 무당이 등장해 굿판과 관련된 대사를 하는 등 한국 토속 신앙과 관련된 요소가 추가돼 있습니다. 그리고 게임을 진행하며 얻을 수 있는 아이템들 역시 학교 매점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는 것들이기에 한국 느낌을 더하죠. 이를 포함해, 맵 여기저기서 볼 수 있는 교복과 한국식 표기가 한국이라는 요소를 부각시킵니다.
4. 아라하: 이은도의 저주, 곤지암 게임 버전
폐쇄된 정신병원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 곤지암을 보셨나요? 지금 소개할 게임도 비슷한 설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작년 출시돼 그래픽에서 놀라고 높은 난이도에 다시 한 번 놀랐다는 아라하: 이은도의 저주는 한 소년이 10년 전에 장례를 치른 누나의 흔적을 찾기 위해 정신병원으로 향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를 담은 생존 호러게임입니다. 단순히 공포만을 주는 게임이 아닌, 각종 퍼즐을 풀고 추리해 가며 진행해야 하기에 신경 쓸 요소가 많죠.
아라하: 이은도의 저주는 무속신앙과 오컬트적 요소를 결합한 것이 특징입니다. 병원 밖에 무당이 굿을 진행하는 법당과 야산에 있는 공동묘지가 등장해 동양적인 무서움을 더하죠. 귀신들은 특출나게 한국 느낌을 풍기지는 않지만, 병원 외부의 토속적 환경과 내부에서 세밀하게 표현한 한국식 정신병원의 환경이 주인공을 괴롭히는 귀신들의 모습을 한층 한국적으로 보이게 합니다. 한마디로, 한국형 요소가 귀신을 돋보이게 만드는 게임입니다.
5. 노베나 디아볼로스, 구미호를 조심해
미스터리 어드벤처에 오컬트적 요소를 가미한 게임인 노베나 디아볼로스는 바깥 세상과 단절된 마을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의 용의자를 추리하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용의자로 지목된 5명의 여성 중 한 명만이 살인과 관련 없는 인간이고, 나머지 네 명은 주인공을 죽이려는 귀신이라는 설정을 가지고 있죠. 플레이 할 때마다 사건의 범인과 관련 추리요소들이 변화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각 여성을 공략하는 미연시에 가까운 게임입니다.
노베나 디아볼로스에 등장하는 5명의 귀신은 각각의 특성을 가지고 있는데요, 그 중 구미호라는 캐릭터를 부여 받은 등장인물이 있습니다. 남자를 홀리는 매혹적인 요소와 아홉 개의 꼬리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 게임에서도 부각되죠. 반대로 사람의 간을 빼먹는다는 설정 역시 존재해, 어찌 보면 해당 장르에 가장 적합한 캐릭터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참고로 해당 게임에서는 구미호 외에도 각종 귀신들이 등장하니, 다양한 종류의 귀신을 맛보고 싶다면 즐겨봐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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