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메카=류종화 기자] 지난 23일 국내 정식 출시된 모바일 SLG 인피니티 킹덤은 얼핏 흔하다고 생각될 수 있는 전략 영지전에 세계 각국 역사와 신화, 창작물 속 인물들을 '영령' 형태로 접합시켜 차별화를 꾀한 게임이다. 대표 이미지에서도 프랑스의 잔 다르크와 로마의 카이사르, 아마존의 히폴리테가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을 통해 이러한 콘셉트를 강조했다.
이러한 역사와 신화적 인물들은 잘만 사용하면 안정적인 흥행 키워드가 될 수 있다. 물론 올해 초 '초차원여친' 이순신 모에화 논란처럼 파격적 재해석을 섣불리 가할 경우 특정 인물이 속한 문화권으로부터 반발을 살 수도 있지만, 인피니티 킹덤은 비교적 고증을 충실히 지키면서 현대적 센스를 섞어 논란에서 멀리 벗어났다. 과연 인피니티 킹덤 속 한국 위인, 나아가 주변 국가들의 위인들은 어떤 식으로 구현됐을까?
번개 같은 활솜씨, 고려 제일의 명궁 이성계
이성계 하면 흔히들 조선 왕조 개국자로서 널리 알려져 있다. 실제로 90년대 이전까지 사극들을 보면 이성계의 제왕적 면모가 강조돼 왔다. 그러나 이성계는 고려 시대 홍건족, 여진족, 원나라, 나하추, 왜구까지 전국을 오가며 전투를 벌인 무장으로, 그 모든 전투에서 승전한 사기급 명장이었다. 이러한 무장으로서의 이성계가 잘 드러난 드라마가 2014년 KBS에서 방영된 정도전으로, 유동근이 열연한 이성계는 북부 사투리를 구사하는 무인에 가깝게 묘사됐다.
인피니티 킹덤은 이런 무인 이성계에 초점을 맞췄다. 그는 흔히 조선 태조 하면 떠오르는 왕의 복장이 아닌, 흉갑을 차고 활을 들고 전립을 쓴 무장으로서 등장한다. 이성계를 모르는 외국 유저들은 설명을 보지 않으면 이 인물이 왕인지 모를 정도로 본격적인 무인의 모습이다. 실제로 인피니티 킹덤의 이성계는 번개 속성의 궁병이자, '무신강림'이라는 위력적인 스킬을 기본 장착하고 있다.
앞서 소개했듯 이성계의 무기는 활이다. 실제로 이성계는 말년에도 함흥차사라는 사자성어를 만들어 낼 정도의 명궁으로 기록돼 있는데, 신궁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였다고 한다. 실제로 태조실록에 실려 있는 이성계의 활솜씨 묘사를 보면 보통 활보가 두 배 이상 강한 활을 당겨 배 한 척 만한 화살을 쏜다던지, 아버지인 이자춘이 이성계의 활을 보고 "이건 사람이 쏠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라고 평했다는 기록들이 남아 있을 정도다. 인피니티 킹덤의 이성계 역시 등장부터 거대한 활을 쏘며 등장해 "마지막 한 발은 네놈 얼굴에 맞추겠다", "삼한제일검이라 해도, 내 활은 다를 것이요" 라는 대사를 읊는다.
다만, 의아한 부분도 있다. 고려 시대 무장이자 조선의 건국 시조인 이성계가 게임 내에서 "수 양제는 다시는 우리 고구려를 침략할 수 없을 것이다"라는 대사를 하는 것이다. 이성계의 시대적 배경을 감안하면 '우리 고구려'라는 말은 맞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이성계가 고구려를 계승한 고려의 무장으로서 이러한 역사관을 지니긴 했겠지만 말이다. 이해가 잘 가지 않다 자세히 살펴보니 해당 대사를 외칠 때 음성은 "화살이 과녁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활 쏘는 이가 과녁으로 화살을 보내는 것이오!"라고 출력된다. 아마도 같은 한국 영웅인 을지문덕 대사가 오류로 인해 잘못 표시된 것이 아닌가 싶다.
세계 역사상 최대 전공 기록한 장군, 을지문덕
고구려 장수 을지문덕은 수 양제의 두 차례 침공을 막아낸 전쟁 영웅이다. 당시 수나라는 중국을 통일하며 국력이 극에 달했고, 1, 2차 침공에 전투병과 보급을 합쳐 300만 대군이라는 유례 없는 대군을 동원했다. 그러나 을지문덕은 수 차례 회전을 통해 야전 병력을 거의 전멸시키다시피 하며 수나라에 대패를 안겼으며, 이로 인해 수나라는 세가 기울어 멸망에까지 이르렀다. 아마도 전공 규모만으로 치면 전세계에서 을지문덕만한 공을 세운 사람이 없을 것이다.
인피니티 킹덤에서 을지문덕은 이성계와 함께 한국 영령으로 등장한다. 등급은 이성계의 에픽보다 한 단계 낮은 유니크 등급인데, 전투 공적은 이성계가 더 적겠지만 하나의 나라를 개국한 것이 반영되지 않았나 싶다. 등장하면서 "살수, 이 곳이 수나라 병사들의 무덤이 될 것이다!"라고 외치는데, 이 때문인지 속성은 물이다. 참고로 앞서 이성계 대사인 "수 양제는 다시는 우리 고구려를 침략할 수 없을 것이다"도 을지문덕의 개별 대사로 음성까지 입혀져 나온다.
다만, 을지문덕의 갑옷 복색은 다소 재해석이 많이 가해진 것으로 보인다. 흘지문덕의 갑옷을 자세히 보면 징 같은 문양이 박힌 두정갑으로 보인다. 흔히 이순신 장군이 입은 갑옷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데, 가죽이나 철판으로 만든 갑찰을 옷 안에 넣어 방어력을 올리고 움직임을 편하게 만든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두정갑은 고려 말 몽골 제국으로부터 전래돼 조선시대 전반에 걸쳐 사용됐다. 반면, 을지문덕은 두정갑이 들어오기 700년도 더 전인 고구려 시대 인물이기에, 위 사진처럼 목 보호대가 달린 미늘형 갑주를 입는 것이 일반적일 것이다. 한편, 갑주 하단에 있는 태극 문양의 경우 삼국 시대 유물도 발견될 정도로 오래 전부터 한반도에서 사용돼 왔기에 을지문덕 갑옷에 새겨져 있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사실 을지문덕에 대해서는 역사적 사료가 많이 남아 있지 않기에, 복식과 굵직한 전공 외에는 검증할 수 있는 부분에 한계가 있다. 기록만 가지고 보면 적진에 들어가 정찰을 하고 나오거나, 회전에서 보여준 뛰어난 지략, 수나라군을 글로 농락하는 등 대담한 지장의 면모가 돋보이지만, 수많은 창작물에서 무력까지 고루 갖춘 먼치킨적 존재로 묘사되는 것을 보면 인피니티 킹덤에서의 무장 묘사도 틀리지 않다. 특히 기본 스킬인 '최강의 화살'은 정면의 적에게 물리 피해를 입히고 강인함 비율을 감소시키는 등 대군을 맞아 싸운 살수대첩에서의 활약에서 영향을 받은 듯하다.
그 외 국가 영령들은 얼마나 나올까?
인피니티 킹덤 오픈 시점에서, 한국 영령은 이성계와 을지문덕 2인이 등장한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들은 어떨까? 이웃 나라 일본의 경우 '차나왕'으로도 잘 알려진 미나모토노 요시츠네를 필두로, 고대 일본 야마타이의 여왕으로 알려진 히미코, 천재 군사로 잘 알려진 사나다 유키무라, 그리고 미나모토노 요시츠네와 동시기 활동했던 여성 무사 토모에 고젠이 등장한다. 단순 숫자만 보면 한국의 두 배지만, 아무래도 게임에서 캐릭터로 활용하기 쉬운 여성 캐릭터(그것도 꽤나 이미지가 강렬한)가 두 명 포함돼 있다는 점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경우 정확히 몇 명인지 세기가 약간 애매한데, 진시황이나 측천무후처럼 명실상부한 중국 왕조의 지도자도 있는 한편, 몽골 출신으로 중원을 차지한 칭기즈 칸이나 제베, 거란족으로서 요 황제에 오른 야율아보기, 디즈니 발 캐릭터인 뮬란 등도 섞여 있기 때문이다. 일단 몽골계를 제외한 실존인물만 보면 세 명이다. 다만, 현대 들어 탄생한 캐릭터인 뮬란까지 영령으로 구현된 점을 감안할 때, 추후 인피니티 킹덤의 한국계 캐릭터로 어떤 인물이 더 등장할 수 있을지에 대한 상상의 나래가 펼쳐진다.
그 외에도 인피니티 킹덤은 특정 나라나 문화권에 치우치지 않고 다양한 영령들을 구현하려 애썼다. 리처드 1세나 살라딘, 카이사르와 한니발, 잔 다르크 등 유럽사에 족적을 남긴 인물들은 물론, 아마존의 여왕 히폴리테, 노르웨이의 하랄 3세, 잉카 제국의 망코 카팍, 이집트의 람세스 2세, 훈족의 왕 아틸라, 동로마 황후 테오도라, 고대 팔미라 제국의 여왕 제노비아, 고대 인도의 군주 아쇼카 대제, 예루살렘 국왕 보두앵 4세, 카르타고 여왕 디도, 아즈텍의 군주 몬테수마, 아프리카 쿠시 왕국의 통치자였던 아마니토레 여왕까지. 최대한 다양한 문화권을 고루 담으려 애쓴 모습이 느껴진다. 그 밖에 각종 전사나 마법사, 신화적 존재들까지 더해져 독특한 색채를 더한다.
인피니티 킹덤은 지난 23일 정식 출시됐으며, 한국, 홍콩, 대만, 유럽, 미국 유저들을 대상으로 한 국가 대항전을 비롯해 거점 확보 방식의 연맹 올스타리그 등 다양한 그룹 별 PvP 대전을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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