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메카=이재오 기자] 최근 게임업계의, 화두는 메타버스를 넘어서 블록체인에 쏠려있다. 정확히는 이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구현할 수 있는 NFT다. 사실 메타버스야 로블록스의 흥행을 필두로 갑작스럽게 뜬 개념이기 때문에 게임업계가 주목하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지만, 블록체인과 NFT는 등장한 지 꽤 오래된 개념이다 보니 이렇게 갑작스럽게 게임업계 사이에서 붐이 일어나는 이유가 쉽게 와닿지 않는다.
설령 그 이유를 알아보고자 블록체인부터 이것저것 조사해보고자 해도 NFT의 개념부터 '디파이'나 탈중앙화 등 각종 처음 보는 용어가 마구잡이로 등장하는 바람에 도통 이해가 되지 않는다. 게임업계가 왜 다들 이토록 NFT 투자에 집중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게임메카가 최대한 쉽고 간단하게 용어부터 이유까지 짚어봤다.
새로운 BM 구축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하자면, 게임 회사들이 NFT에 목을 메고 있는 이유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기 위함이다. 현재 '플레이 투 언(Play To Earn)', 속칭 P2E라는 개념으로 불리는 수익구조가 그것이다. 조금만 더 노골적으로 말해보자면, 플레이어가 NFT화 되어 있는 게임 아이템이나 재화, 캐릭터 등을 암호화폐를 활용해 자유롭게 사고팔 수 있게 한 뒤 그 수수료를 벌어들이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과거에는 게이머들이 아이템을 현물 거래할 당시 아이템베이나 아이템매니아같은 외부 사이트를 활용했다. 이 과정에서 아이템이 10억에 팔리든 100억에 팔리든 게임사는 돈을 벌지 못했으며, 수수료로 돈을 번 것은 거래 중개 사이트였다. 하지만 블록체인 기술과 NFT 거래소를 활용하면 아이템 현금 거래가 가능하며, 그 과정에서 수수료는 온전히 게임사의 몫으로 돌아가게 되는 것이다. 아래에 설명할 각종 개념을 이해하기 귀찮다면, 여기까지만 알고 넘어가도 상관없다.
이게 어떻게 가능한지 좀 더 깊게 이해하기 위해선 NFT를 비롯한 각종 개념에 대해서 조금은 이해할 필요가 있다. NFT를 최대한 쉽게 정의하자면, 특별한 가치나 의미를 지닌 물건이나 데이터를 의미한다. 가령, 양산된 게임 패키지가 아니라 소수의 예약 구매자에게만 주어지는 시리얼 넘버 사인이라 볼 수 있다. NFT는 게임 아이템 같은 데이터에 희소성을 포함한 각종 가치를 책정하고, 디지털 자산으로 만든 것이다. 어렵게 생각 말고 희소한 가치를 지닌 모든 디지털 파일을 자산으로 인정하면 그게 NFT다.
NFT는 ‘자산’인 만큼 소유권이 매우 명확하다. 이것이 게임 아이템과 NFT 사이의 결정적인 차이다. 내가 열심히 제련했거나 힘들게 얻은 특별한 아이템이라도 기본적인 소유권은 그 아이템 파일을 구상한 회사에 있다. 플레이어는 그저 이용권만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이를 NFT로 만든다면 게임 아이템은 0과 1로 이루어진 데이터 쪼가리가 아니라 누가 언제 어디서 획득했으며, 얼마나 어렵게 만들었는지를 정확히 측정할 수 있는 디지털 자산이 된다.
디지털 자산이 된다는 건, 이를 팔고 사고, 혹은 담보로 맡겨서 대출을 받는 등의 행위가 가능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걸 중앙은행(우리나라의 경우 한국은행)의 손이 닿지 않는 메타버스나 게임 등의 디지털 사회에서 진행하는 것을 ‘디파이(DeFi)’라고 한다 흔히, 탈중앙화된 금융 체계라고 하는데, 암호 화폐를 사용해 게임아이템을 사는 것을 포함해 이미 환전한 게임 머니로 재화를 구입하는 것, 혹은 싸이월드에서 도토리로 각종 아이템을 사는 것 또한 광의의 디파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이는 이해를 돕기 위한 예시이며 실제로는 더 복잡한 개념이 추가된다.
이미 이를 진행하고 있는 게임들도 많다
게임업계는 이왕 적용된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할 겸, 메타버스라는 독특한 환경에도 적합한 암호화폐를 기축 통화로 사용해 아이템 및 금융 거래를 활성화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NFT 거래소도 설치하고, 암호화폐 환전소도 설치한 다음, 게이머들이 이를 교환하는 과정에서 수수료를 얻는 것이다.
이런 구조가 제대로 기능할까 싶을 수도 있지만, 이미 이를 실행하고 있는 게임들이 있다. 바로 엑시인피니티다 엑시인피니티는 포켓몬 같은 캐릭터인 엑시를 육성해 전투를 펼치고 모험을 즐기는 게임이다. 엑시끼리 교배를 통해 새로운 종을 얻을 수도 있으며, 성장 과정에 따라 같은 종이라도 더 강하고 좋은 엑시가 되기도 한다. 이 엑시는 각각 NFT로 발행되며, 거래소에서 직접 판매하거나 구매할 수 있다. 교배 횟수가 많이 남은 엑시나 강력한 엑시는 당연히 가격이 더 높다. 이를 판매하거나 일일 퀘스트를 완료하면 SLP라는 암호 화폐를 받을 수 있으며, 거래소에서 이를 현금으로 바꿀 수 있다. 참고로 엑시인피니티는 100만 명이 넘는 플레이어 수를 확보하고 있으며, 필리핀 내에선 이 게임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유저도 있다.
국내 게임 중에도 있다. 위메이드의 미르4가 그 주인공이다. 미르4의 경우 게임 플레이 중에 얻을 수 있는 재료인 흑철을 10만 개 모으면 암호 화폐 드레이코로 교환할 수 있다. 흑철은 일반 재료기 때문에 NFT는 아니지만, 블록체인 기술이 연계돼 있어 그 가치를 제대로 판단할 수 있다. 위메이드는 오는 12월에 NFT 기술이 적용된 캐릭터와 아이템을 유통할 계획이다. 이를 플레이어가 직접 가꾸고 강화해서 엑시인피니티의 엑시처럼 암호 화폐로 거래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는 플레이어 입장에선 게임을 하면서 돈을 벌 수 있게 만들어주며, 게임을 열심히 플레이할 수 있게 만드는 동기로 작용한다. 물론 기본적으로 게임이 재밌어야 많은 사람들이 플레이한다는 본질은 변하지 않지만, 어찌 되었건 플레이어 입장에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플레이 동기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반길 만한 일이다.
반대로 게임사는 위에서 말했듯 게임 내 새로운 경제활동을 구축하고 이를 관리하는 역할 속에서 새로운 수익 모델을 형성할 수 있다. 비록 1% 미만의 작은 수수료일지 모르지만, 한때 아이템 거래 중개 사이트가 어떻게 수수료를 획득했는지, 각종 간편결제 서비스를 지원하는 플랫폼이 그 작은 수수료로 얼마나 많은 수익을 벌어들였는지 생각해보면 오히려 현재 ‘뽑기’에 의존하는 비즈니스 모델에서 탈피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라 여겨진다.
사행성 문제로 국내에선 아직 불가
물론 한계는 명확하다. 일단 국내의 경우는 이런 과금 구조가 아직까지 합법이 아니다. NFT가 적용된 게임의 국내 서비스에 대한 법원 판단이 결정되지 않았으며, 게임물등급위원회는 현행게임법에 따라 해당 게임들의 등급분류를 허락하지 않고 있다. NFT화된 디지털 자산들이 현금화될 여지가 있다는 우려 때문이며, 실제로 현금화가 가능한 것이 기술의 핵심이기도 하다. 미르4 또한 외국 서비스에 한해서만 P2E 모델을 도입했으며, 최근 NFT 사업에 뛰어들겠다고 밝힌 카카오게임즈가 앞으로 출시하는 모든 게임을 전 세계에 서비스하겠다고 밝힌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다.
하지만, P2E는 몰라도 게임의 NFT의 도입은 필연적이다. 그동안 게이머들은 자신의 아이템을 자산이라 부르지 못했으며, 게임 서비스가 종료되면 그동안 게임에 쏟은 노력과 금액이 모두 허사가 됐었다. 하지만 모든 아이템과 캐릭터가 NFT가 된다면, 서비스가 종료되더라도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으며, 이를 암호화폐로 환급받거나 상품으로 활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더 나아가서는 같은 암호화폐를 사용하는 다른 게임의 아이템으로 교환하거나, 게임 내부에 예치 기능을 만들어 아이템을 예치하고 이자 수익을 벌어들이는 것도 가능하다.
무엇이 옳은가는 제쳐두더라도, 분명한 것은 대다수 게이머들이 현재 게임업계의 주력인 확률형 비즈니스 모델에에 이미 신물을 느끼고 있는 상태다. 이런 여론과는 별개로 게임 시장은 여전히 컴플리트 가챠를 통해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이 여론이 더욱 거세진다면 언젠가는 비극적인 결말을 맞을 것이 분명하기 대문이다. 과연 NFT와 이를 바탕으로 구성한 P2E가 컴플리트 가챠시대의 종언을 고할 수 있을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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