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화 오우마(逢魔)

 

 

(1)

 

맥코이와 단토에게 뒤를 맡기고,

먼저 수용소로 향하는 일행.

어찌저찌 동굴을 나와서,

중간지점의 다리 부근까지 와있었다.

비이

하아하아……

암만 그래도 여기까지는……

루리아

그쵸……

이 앞에 다리가 있을 터……

 

비이

아아……

그 말 들으니까 물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다리라고 했으니까 산골짜기를 시냇물이 흐르고 있다는 건가.

 

루리아

시냇물……

빠지지 않게 조심해야겠네요.

 

비이

근데 수용소에 도착한 다음엔 어쩔 거야?

그 마히토라는 건 보통이 아니야.

분명 평범한 인간은 아닌 것 같아.

 

루리아

그 무기도 무서웠죠……

한 번 휘두른 걸로 바위를 자르고 지면을 가르고……

 

비이

질서의 기공단이라도 붙잡힐 만해.

상인이나 일반인을 지키려 했을 테니 더더욱.

수용소에는 그런 게 잔뜩 있을 거 아냐.

이번에는 정면 돌파도 안 될 거야.

 

루리아

으음……

생각보다도 훨씬 큰일이네요……

마히토 몰래,

수용소에 잠입해서,

수백 명의 인질을 해방한다는 건……

 

비이

뭐.. 가면서 생각해보자.

우선은 다리를 건너고,

그 다음은 두 번째로 높은 언덕이었지.

 

루리아

맞아요.

분명 모두들 구원을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비이

오우!

도착하자마자 바로 위험한 상황에 처하기도 했지만,

정신차리고 구출 작전을 재개하자.

 

루리아

네!

서두르죠……!

 

 

(2)

 

일행이 인질 구출 작전을 재개할 무렵―

인질들은 한 타임 심문의 시간이 끝나,

각각 감옥에서 잠깐의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셰로카르테

정보 교환~……?

리샤

네……

하늘의 세계의 정세에 대해 이야기하는 대가로,

마히토에 대한 걸 알려줬어요.

고육지책이라는 건 알지만,

적에 대해 알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서……

 

셰로카르테

과연~……

그치만 심문관이 거짓말을 했을 가능성은……

 

리샤

물론 없진 않죠.

하지만 그 여성은 아마도―

윌

그래서? 그 다음은? 응?

마히토에 대해 뭔가 알아낸 거지?

나한테도 알려줄래?

 

리샤

아, 네, 어……

마히토란 "마소(魔素)"를 삼켜,

이능을 각성시킨 인간을 말해요.

 

카사

마히토란 "마소"를 삼켜,

이능을 각성시킨 인간을 말합니다.

 

리샤

마소…… 이능……?

 

카사

마소는 저희의 선조가 죽음의 공역에서 살아남아,

독자의 문화를 이루게 된 요인이기도 합니다.

그럼 순서대로……

이야기는 4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죽음의 공역의 자운이 빛을 차단한 것 때문에,

아가르타는 서서히 식량난에 빠졌다……

거기서 저희의 선조는 궁여지책으로,

마물을 먹기로 한 것이죠.

 

리샤

…………!

 

카사

당시의 기록은 별로 남아있지 않습니다만,

썩은 고기와 비슷한 마물의 피와 살을 먹는 것은,

감히 상상도 못할 갈등이 있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물론 마지막까지 마물식을 거부한 자도,

몸에 맞지 않아 죽은 자도 있던 것 같아요.

 

리샤

지옥이네요……

 

카사

동감입니다.

허나 식량난 때문에 시작한 마물식 덕분에,

우연히도 마물의 적응능력까지 얻게 되어,

지옥을 살아남는 게 가능했던 겁니다.

그 적응능력의 정체야말로,

마물의 피와 살에 포함되어 있는 마소……

그리고 300년 정도 전.

세대를 거듭할수록 마소가 강해져,

마물의 괴력조차도 얻은 자를―

 

리샤

마히토……

 

카사

그렇습니다.

명확한 조건은 지금도 불명입니다만,

마히토화하는 사람의 비율은 늘어나서……

200년 정도 전에,

마히토로 구성된 아가르타 엽단이,

나라의 전권을 쥐는 체제가 되었습니다.

엽단은 마히토를 더욱 늘리기 위해,

사회를 통제하고 다양한 실험을 하여,

현재는 인구의 1할 정도가 마히토입니다.

 

리샤

사회 통제……?

다양한 실험이란 건―

 

카사

죄송합니다.

지금의 제가 말할 수 있는 건 여기까지……

다음은 제 질문에 대답해 주시겠어요?

 

리샤

…………

 

 

셰로카르테

…………

 

리샤

어째서 아가르타는 하늘의 세계를 미워하는 건가.

엽단은 이 다음엔 어쩔 생각인 건가.

그 전모를 들춰내진 못했어요.

하지만 이번 사건……

보통이 아니란 건 명백해요.

 

셰로카르테

그렇네요~……

그래도 그 정도일 줄이야―

 

윌

유레카!

논리의 공백이 전부 연결됐다!

마소는 섭식으로 형질 전환하는 거야.

드물게 마물끼리 동족상잔을 하는 건,

마소를 강화하기 위해서였던 거구나.

마히토의 비율이 늘어나고 있다는 건,

마소는 유전으로 계속해서 축적된다는 증거고.

즉, 마히토화란 건 돌연변이의―

아아 잠깐잠깐잠깐.

우선은 정보 정리가 먼저야.

결론을 정해놓고 이론을 구축하는 건 위험해.

후, 후후후, 우후후후후……!

 

셰로카르테

머~엉……

 

리샤

정말로 특이한 분이네요……

무슨 말을 하는 건지 1도 모르겠어요……

 

셰로카르테

아마 아~무도 모를 걸요……

과연 그란 사이퍼의 단원이에요……

 

리샤

(그치만 어째서……

그 심문관은 왜 그렇게까지 나한테……)

…………

 

 

(3)

 

일행이 인질 구출 작전을 시작할 무렵,

질서의 기공단의 제4기공정단은,

아가르타 근공의 구름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

거기서 모니카 일행은,

작전 성공을 알리는 일행의 신호를 기다리며,

언제든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 기함의 객실―

모니카

항로 안내 감사하지.

덕분에 좋은 잠복 장소를 발견할 수 있었어.

분명 심신이 지쳐있겠지.

좁은 방이라 미안하지만 쉬고 있어줘.

조타사

그렇지도 않아요.

배려 감사 드립니다.

그치만 상인 동료들이 걱정이라……

저만 쉬는 건 좀……

뭔가 도울 수 있는 게 없을까요?

 

모니카

걱정 마.

귀공의 동료들도 반드시 구해내겠어.

 

조타사

그치만……

 

모니카

우리도 할 수 있는 게 없어.

현 단계는 인질 구출을 부탁한,

기공사들의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거든.

 

조타사

그런가요……

알겠습니다.

 

모니카

음.

동향에 변화가 있다면 귀공에게도 알리지.

 

조타사

흐~응……

카펫, 가구, 자재 가공 기술……

몇백 년이나 교류가 없었는데도,

문화 발달 상태는 비슷한 법이구나.

뭐, 굳이 따지자면 아가르타 쪽은,

총이나 기계류 발전이 지지부진하다고 해야 하나.

과여언……

자, 그럼.

뭔가 신호를 기다린다고 했었지.

현 단계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리베라

냐~옹.

 

조타사

오?

이건 설마……

도감에 실려있던 고양이란 녀석?

 

리베라

아오~옹.

 

조타사

착하지 이리 온.

귀여워라 처음 봤어.

옳지 옳지 착하다.

 

리베라

냐~앙.

 

조타사

후후후……

 

 

(4)

인질을 구출하기 위해,

수용소로 향하는 일행.

그 중간지점인 다리까지 왔을 때,

눈앞에 펼쳐지는 광경에 일순 숨을 멈췄다.

 

비이

이건 예상 이상으로 격류인데.

다리도 뭔가 너덜너덜하고.

 

루리아

하와와……

다리가 후들거려요……

신중하게 나아가야겠어요.

 

비이

둘 다 힘내셔.

난 날아서 먼저 갈게.

 

루리아

비이 씨 치사해요!

다 같이 건너야―

 

비이

응?

잠깐.

다리 건너편에 누군가 있는데?

 

루리아

진짜네요……!

설마 또―

니레

후아암……

응……?

뭐야, 니들.

 

비이

하아……?

뭐, 뭐냐니……

우린, 그……

 

루리아

어어, 그러니까……

저희는 그거예요, 그거……!

 

니레

그거?

 

비이

오, 오우.

아니 근데 너야말로 뭔데?

우리한테 뭔가 볼일이라도 있는 거야?

 

니레

아-……

수용소가 어딘지 아냐.

길을 좀 잃어서.

 

루리아

수용소?

당신도 수용소에―

 

니레

당신'도'?

 

루리아

하와아……!?

 

니레

아아 그런 거구만……

점점 잠이 깨는 걸.

속일 수 있을 줄 알았냐?

아가르타에 말하는 파충류 같은 건 없다고.

……하늘의 스파이인가.

 

비이

어, 어이어이어이!

자, 잠깐 기다려!

 

니레

……아?

 

비이

그 전에 묻고 싶은 게 있어.

나 쭉 궁금했거든.

아가르타는 왜,

하늘의 세계를 눈엣가시로 여기는 거야?

갑자기 목을 보내오질 않나,

문답무용으로 습격하질 않나,

너넨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짓을……

 

니레

호오……

그쪽엔 전해지지 않은 모양이군.

 

루리아

전해지지 않았다……?

 

니레

아가르타가 하늘의 세계를 증오하는 이유 말이야.

뒤가 구린 역사는 남기지 않는다는 거다.

 

비이

뒤가 구린 역사라고……?

 

니레

400년 전……

죽음의 공역의 자운이 드리웠을 때,

아가르타는 가까운 나라들에 구난을 청했다.

기공정을 사용하면 전원까진 아니어도,

아가르타의 대다수는 피난할 수 있었을 터.

 

루리아

할 수 있었을 터라는 건……

 

니레

대의는 아가르타에 있다는 거다.

 

단장

-옛날 일이다.

-사죄한다

-진짜로 미워하는 거 맞아?

 

 

-옛날 일이다.

 

비이

그, 그래.

400년도 전의 일이잖아?

그 사이 하늘의 세계도 여러모로 바껴서―

 

니레

하……

시효라도 주장하고 싶은 거냐?

 

 

-사죄한다

 

니레

어이어이……

사과한다고 끝날 일로 들렸나?

우린 선조 대대로 살아남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해왔다.

너희에게도 상응하는 벌이 있어야지.

 

 

-진짜로 미워하는 거 맞아?

 

니레

아……?

당연하잖아.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살아남았다.

그렇기 때문에 살아남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해왔다고.

 

 

니레

이제 됐지.

나는 급하다고.

얼른 수용소에 가지 않으면 사형이라서 말이야.

너희는 여기서, 뒤져라.

루리아

단장……!

와요……!

 

 

VS ?? 니레

 

비이

이 녀석, 지금까지 봐온 적들보다도 강하지 않아!?

 

루리아

저도 서포트 힘낼게요! 단장, 조심해야 해요……!

 

[마히토 정예를 요격하라!]

 

비이

상대는 보통이 아니야…… 기합 넣고 가자!

 

 

니레

호오…… 허접은 허접이래도 조금은 하는 것 같군.

 

 

니레

워밍업은 여기까지다. 받아라……!

 

비이

뭐, 뭐야 이 힘은……! 아직도 전력이 아니란 거야……!?

이 녀석을 상대하고 있다간 체력이 남아나질 않겠어……! 어떻게든 뚫어내지 않으면!

 

루리아

단장의 준비가 끝날 때까지 제가 지킬게요!

 

 

니레

흥, 시시한 시간 끌기 따위……!

 

 

루리아

하아…… 하아…… 죄송해요…… 힘이……

 

니레

쓸데없는 발버둥은 집어치워라. 얌전히 여기서 뒤지라고……!

 

비이

그렇게 둘까 보냐! 단장, 한 방 먹여버려……!

 

 

[칼날이 부딪치는 격한 금속음이 계곡에 울려 퍼진다―]

 

 

니레

호오……

나쁘지 않은 실력이군.

며칠 전의 녀석들은 허접이었다만,

너는 조금은 다른 것 같군.

 

비이

단장……!

이 녀석 아직 여유가 있는 것 같아!

 

니레

특별히,

진정한 마히토를 보여주도록 하지.

일급 마물한테도 거의 사용 않는다고.

 

루리아

진정한 마히토……?

니레

[오우마]―!

…………

 

비이

우히익……!

뭐야 이건!?

 

루리아

이 분위기……

아까보다도 더욱 마물에 가까워졌어요……!

 

니레

핫……

이번에야말로 뒤져라!

 

단장 일행

와아아아아!

꺄아아아아!

 

마히토의 진정한 힘을 발현한 니레.

그 일격에 의해 다리는 반파,

일행은 계곡의 격류로 떨어졌다.

 

 

 

 

 

대사집

 

모니카

아가르타 근공에, 제4기공정단을 배치했다. 이제 신호를 기다릴 뿐이야.

 

리샤

다들 체력이 한계에 다다랐어…… 어떻게든 해결책을 떠올려야만 해.

 

윌

붙잡히기 전에 본 마물…… 완전히 환경 적응해 있었지.. 정말로 훌륭한 생물이야.

 

셰로카르테

셰로 쨩은 고문 따위에 동료의 정보를 팔지 않는다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