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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과 예정론을 통해 해석한 <지옥>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11.20 13:51:32
조회 1746 추천 38 댓글 9


갤에서 신학 이야기하면서 성경의 헤롯왕까지 끌어오는 친구 있던데, 신학은 기본적으로 철학의 한 갈래이고 성경에서 시작한 것도 아님.


놀랍게도 기독교 신에 가까운 학문이지만 그러함.


시초는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이상에 뿌리를 두고 있고 중세 시기 성 아우구스티누스와 아퀴나스에 의해 정리되었으며


이는 스콜라철학이 근대철학으로 바톤을 넘겨주기 전까지 서양 철학사를 지배했음.


쉽게 비유해서 동양에 유교가 있었다면 서양엔 신학이 있었다고 보면 됨.



때문에 성경 속 일화에 관해 집중할 필요는 없고 오히려 여기서 해석에 필요한 서적은 '신국'과 '신학대전' 같은 신학 저술들일 것임.



나는 작품의 주제가 '예정론' 내지는 '구원의 신비론'. 그리고 아나키즘적 해방에 있다고 해석함.



일단 예정론부터 논하겠음.


이게 무엇이냐면 신학에서 신의 전지전능함을 피력하기 위해 내놓은 논지인데.


신은 전지전능한 존재이므로 인간의 삶과 운명에 관해서도 모두 알고 있다는 것이고 그러므로


인간이 지옥에 갈지 천국에 갈 지도 이미 탄생 이전에 다 정해놓았다는 것임.



그런데 이러한 논리를 수용하면 인간의 '자유의지'가 난점으로 떠오르게 됨.


인간이 날 때부터 신에 의해 지옥이고 천국이고 종착지가 정해진 존재라면


개인이 죄를 짓지 않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뭐 있냐고 반박할 수 있기 때문임.


신이 다 정해놓았다며?



하지만 다시 신이 미래를 정해놓지 않았고, 그러므로 미래도 불투명한 것이라고 가정한다면, 신은 모든 걸 알고 있다는 '전지전능'의 논리가 무너지게 됨.


이 두 난점을 적절히 해소시키기 위해 신학에선 '예정조화론'이 탄생함. 인간은 자유의지도 있고 신도 전지전능함.


그런데 마침 우연히도, 인간이 자유의지로 행하는 모든 일들이 신의 계획과 예정에 정확히 일치하게 설계되었다는 거임.


마치 정교한 시계처럼 조화롭게.


1~3화에서 정진수와 진경훈이 나누는 자유의지에 관한 대화는 이 예정조화론에 관한 사색을 떠올리게 함.




두 번째로 구원의 신비론은 아우구스티누스가 저술 '신국'에서 주장한 내용임.


신은 이미 인간이 나기 전부터 지옥과 천국에 갈 운명을 정해놓았고, 이는 비밀스럽고 의로운 신의 지혜를 통해 이뤄졌기 때문에


인간의 지혜로는 당연히 이해가 불가능하다는 내용임. 그러므로 인간은 그냥 순응하고 살아야 함. 신생아가 지옥을 가든 천국을 가든.


현대인의 시각으로는 납득하기 어렵지만, 이 구원의 신비론은 중세 신학 체계 내에서는 현실의 많은 논리적 난점을 해결할 수 있는 해석이었고


현재까지도 많은 교회가 이를 수용하고 있음.


(기독교 국가였던 로마는 어째서 야만인들에게 무너졌는가? 성인과 같은 이들은 왜 도살당하고 도살자들이 왕좌를 차지하였는가?


신의 구원은 신비롭고 진정한 신의 왕국은 천상에 있다. 지상의 일은 의미가 없으며 우리는 신의 지혜를 이해하지 못한다.)



작품 <지옥> 속의 신은 아우구스티누스가 말하는 '비밀스러운 심판을 행하는 신'에 가까움,


인간의 지혜로는 이해할 수 없는 지옥행을 만들어내는 코스모스(질서)이고 정진수는 이러한 '비밀스러운 신'을


인간이 이해할 수 있는 신으로 바꾸기 위해 새진리회를 세웠다고 보면 됨. 즉, 보편교회의 시작점과도 같음.



변효사 민혜진과 교수 공형준은 '시연'을 재난 내지는 재해로 해석함.


신의 심판이 아니라 그저 덮쳐오는 불행이라고 말함.



그러나 김정칠과 유지 사제 등의 순응자들은 '시연'은 신의 심판이며


이는 죄를 짓기 때문에 당하는 불행이라고 말함.



마치 근대 내내 인본주의자들과 종교인들 사이에 이어졌던 심판에 관한 논쟁을 떠올리게 함.


재해와 역병은 신의 뜻인가? 아니면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사고인가.


작품 속에서도 시연을 당하는 존재들은 1차적으로 예정된 죽음 외에도 '죄를 지은 인물'이라는 정죄를 통해 한 번 더 고난을 겪음.


마치 나병 환자들이나 흑사병 환자들에게 가해졌던 중세의 시선과 비슷함.



하지만 과학의 발달로 이제 재난과 역병은 신의 섭리가 아닌 자연적인 사고에 불과하다는 것이 밝혀졌고,


오늘 날에는 재해나 역병에 걸린 사람들이 죄인이라고 정죄당하지 않는 시대가 왔음.


작품 지옥은 이러한 인본주의자들의 역사적 노력을 현대식으로 연출한 것임.



민혜진과 공형준은 인본주의자들.


정진수는 이해불가한 코스모스(자연 혹은 신)를 의롭고 지혜로운 신으로 둔갑시켜 내세에 정의를 가져오려 한 원초의 메시아,(예수보다는 모세에 가까움.)


김정칠과 의장단은 교리를 통해 권력을 잡고자 하는 타락한 중세교회.


화살촉은 이에 휘둘리는 군중 내지는 기사들이며


형사 진경훈과 그의 딸은 정진수의 달콤한 교리(정의와 복수)에 갈등하고 결국 굴복하게 되는 시민.


배영재와 아내는 구원의 신비론을 부정하고 아이를 구원하고자 하는 인물.


이를 통해 시연에서 살아남은 아이는 새로운 시대의 메시아, 종교로부터 해방되는 인본주의적 인간을 표상함. 어쩌면 예수라 볼 수도 있겠음.



가장 입체적이고 인상적인 인물은 이동욱인데, 인터넷 방송을 하던 화살촉의 리더로 누구보다 열성적인 신도였지만,


재난(시연)을 당한 뒤엔 다시 인본주의자로 탈바꿈함. 그러나 극 후반부엔 어떻게든 재난(시연) 속에서 메시지를 찾고자 하고


김정칠의 꼬득임에 넘어가 다시 종교의 세계로 발을 들임. 아이의 생존을 확인하고서는 신에게 '너무 복잡해서 모르겠다'고 울부짖는데


여기서 연상호의 전작 '사이비' 속 인물들이 떠오름. 아마 가장 현실 세계의 광신도와 가까운 존재가 아닐까 함.




대단히 반종교적인, 아나키즘적인 작품이라고 봄.


더하여 도식성과 작위성도 대단히 강한 작품이고, 하필이런 그런 만화를 영상화에 필요한 각색 없이 그대로 스크린에 옮겨서 그 단점이 배가 되었음.


곡성이나 유전, 랑종처럼 종교와 신에 관한 사색이 많은 작품이고, 주제도 어려운데 연출도 좀 엉망이라 흥행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임.


그리고 몇몇 사람들의 비판점처럼 신학과 종교에 관해 너무 염세적으로 해석하였기에 사실 이 작품의 철학(로고스)이 탄탄한 지도 검증 대상에 있음.


다만 연상호의 야심과 인물의 심리 내지는 행동을 묘사하는 부분에서만큼은 확실히 강점이 있다고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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