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교수, 기업·기관 리더, 주변 생활인 등 10명의 인터뷰이 모셔
균형 잡힌 인터뷰 되도록 늘 고민…일관성 있는 ‘톤앤매너’ 유지 노력
대학혁신과 지속가능성은 동전의 양면…혁신이 있어야 더 나은 미래 가능
‘혁신’ 한마디로 표현…‘불만족스러운 현재’와 ‘원하는 미래’ 연결하는 다리
혁신 프로젝트 사례 모아 ‘WURI랭킹’ 신설, 혁신 키워드로 한 ‘시즌2’ 기대감↑
조동성 산업정책연구원 이사장(전 인천대 총장)은 본지가 기획연재한 ‘조만사’를 통해 대학사회와 꾸준한 소통에도 힘써왔다. 이번 자전적 인터뷰를 통해 조만사의 엔딩을 그리면서 시즌2를 기약했다. (사진=한명섭 기자)
[한국대학신문 김준환 기자] ‘조만사’를 아시나요? △‘조(좋)’은 세상 ‘만’들어가는 ‘사’람 △‘조’직문화를 ‘만’족스럽게 만드는 ‘사’람 △‘조’건만 되면 ‘만’‘사’ 오케이… 모두 답이 아니다. 정답은 ‘조동성이 만난 사람’이다. 한국대학신문의 간판코너이자 다양한 계층의 인터뷰이(interviewee)들이 등장한 조만사가 《11월 14일자》로 막을 내린다. 그동안 독자들의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아왔다. 사실 대학인들이라면 ‘조동성’이란 인물을 한번쯤 들어봤을 터. 인천대 총장 재직 시절 대학혁신의 견인차 역할을 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지금은 산업정책연구원 이사장, 경인방송 회장 등으로 활발한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이러한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조 이사장은 본지가 기획연재한 ‘조만사’를 통해 대학사회와 꾸준한 소통에도 힘써왔다. 그런 그가 자전적 인터뷰를 통해 조만사의 엔딩을 그리겠다고 선언한 것. 그의 마지막 대담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 대답하는 방식을 취하고자 했다. 특히 인터뷰 내내 대학사회의 혁신 생태계 구축을 통해 대학의 위기를 돌파해야한다는 그의 모습에서 진정성이 엿보였다. 인터뷰 이후 기자의 한줄평은 “조만사는 엔드(end)가 아니라 앤드(and)”였다. 이제 두 번째 라운드를 위해 다른 길을 준비하고 있는 조동성 이사장을 지난달 14일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학교에서 만나 그간의 소회와 못다한 얘기들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을 들었다.
- 이번 인터뷰를 마지막으로 해서 조만사를 끝내겠다고 마음 먹으신 이유가 궁금하다.
“조만사를 처음 시작할 때부터 1년에 걸쳐 대담 대상자 10명과 만나겠다고 했다. 이제 원라운드를 끝냈기에 쉬어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에 또 이런 기회가 있다면 새로운 아이디어로 다시 도전해보고 싶다.”
- 그동안 인터뷰를 했던 분들의 특징이 있을 것 같다. 인터뷰이(interviewee) 섭외 시 특별한 원칙이나 기준이 있다면.
“3가지 유형을 가진 분들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다. 한국대학신문의 독자들인 대학의 교직원이나 학생들이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사람들을 세 그룹으로 나눠서 모시려고 했다. 첫째는 동료 교수들이다. 이들 가운데 석학들을 모시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대학 교수들 중 우리 사회에서 큰 역할을 하면서 우리 삶에 영향을 주신 분들이다. 둘째는 기업과 기관의 리더들이다. 이들이 어떤 역할과 철학을 갖고 있는지, 우리의 생활 수준과 교육 환경을 혁신적으로 높여줬는지를 조명해보고 싶었다. 셋째는 우리 사회 여러 곳에서 묵묵히 주변 사람들을 위해 살고 있는 감동적인 인물들이다. 사실 훌륭한 분들이 따로 있는 게 아니다. 언론에서 전파하기 쉽지 않은 분들이 있는데 이런 분들에게 감동을 받거나 배워야할 것들이 많다고 생각했다.”
- 각 유형별로 인터뷰이 면면을 소개해달라.
“우선 석학 가운데 몇 분을 말씀드리자면 다음과 같다. 개미를 비롯한 다양한 동물을 통해 인간의 삶을 조명하는 생태학자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 우리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고 있는 인공지능(AI)의 제1인자인 김진형 인천재능대 총장(카이스트 명예교수), 100세인을 연구하면서 앞으로 다가올 시대를 준비하는 세계적인 의학자 박상철 교수, 세계 각국의 국가경쟁력을 매년 발표하는 3개 연구로 꼽히는 IPS국가경쟁력 보고서의 책임자이자 세계적 경영학자 문휘창 교수를 꼽을 수 있다.
기업과 기관의 리더들과 얘기 나눴던 기억들은 아직도 생생하다. 폐기물을 리사이클링해서 의류상품을 만들어 친환경 사회를 솔선수범한 강태선 BYN블랙야크 회장, 창업을 꿈꾸는 젊은이들이 가장 만나고 싶어하는 권도균 프라이머 대표, 혁명적인 교육방법을 통해 세계 대학들에게 충격을 줬던 대학 아닌 대학 에콜42의 소피 비제 교장과 올리비에 크루제 교무처장이 두 번째 그룹이다.
마지막 세 번째 그룹은 우리를 뭉클하게 해줬던 분들이다. 평생 어렵게 모은 전 재산을 아낌없이 나눠주고 있는 행복전도사 김병록 구두수선공, 구한말에서 일제강점기 동안 독립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 수만 명의 독립운동가를 발굴해서 서훈을 신청하고 있는 이태룡 인천대 독립운동사연구소장, 학교폭력에서 희생당한 피해자 본인과 가족들에게 도움을 주는 조정실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 대표가 지금까지 제가 조만사로 만났던 인물들이다.”
- 조만사를 관통하는 키워드가 있나.
“대담 대상자를 세 가지 키워드로 나눌 생각은 했지만 조만사를 관통하는 키워드까지는 고려하지 못했다. 다만 균형 잡힌 내용으로 채워야할 부분에 대해서는 늘 고민했다. 돌이켜봤을 때 이분들과 인터뷰한 내용을 읽기 시작하면 한 번에 끝까지 다 읽을 수 있도록 ‘일관성’을 유지하려고 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천의무봉(天衣無縫)처럼 대담을 진행한 내용이 나름대로 일관성을 견지했다고 본다. 내용 측면에서도 엇박자가 나지 않도록, 독자들이 불편함 없이 단숨에 읽을 수 있도록 스토리텔링을 해야겠다는 자세를 가지고 임했다.”
(사진=한명섭 기자)
- 인터뷰 기사나 지면에 담지 못했던 이야기를 들려달라.
“처음에는 욕심이 앞서서 준비했던 것보다 더 많은 질문을 했다. 2~3시간 대담을 나눈 적도 많았다. 특히 최재천 석좌교수와 대담을 나눴을 때에는 코로나19로 변화된 새로운 생태계를 잉태하던 상황이라서 유익한 얘기를 참 많이 나눴던 기억이 난다. 한국대학신문에서 필요할 경우 대담을 2회에 걸쳐 보도해주시는 등 충분한 지면을 할애해주어 담지 못할 이야기는 없었던 듯하다. 다만 저도 교수직으로 평생 이 길을 걸어왔고, 대담 대상자와 얘기를 해오다가 막상 대담자 입장이 되다보니 제가 낸 질문에 대해 스스로 답변하고 싶은 생각이 든 적도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대담 대상자들이 워낙 풍부하고 깊이 있게 제 질문에 답변해줬기 때문에 제 생각보다는 그 분들의 답변에서 새로운 지식을 배우고 지혜를 깨닫기에 바빴던 것 같다.”
- 급변화는 사회 변화에 맞춰 대학사회도 변화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줄곧 해오셨다. 최근 대학사회의 화두 중 하나도 변화와 연관 있는 ‘교육혁신’ ‘지속가능성’이다. 이를 위해 어떤 교육이 이뤄져야 할까. 여기에 맞는 대학의 경영 방식도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대학혁신’과 ‘지속가능성’은 동전의 양면인 것 같다. 혁신 없이 지속가능한 대학은 없다. 고인 물은 썩는다고 하지 않나.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라는 웹 소설이 있을 정도다. 지금까지 대학은 전통과 정통성을 강조했다. 물론 이런 대학도 있어야 한다. 그러나 전통과 정통성을 버리고 혁신과 창조라는 파격을 추구하는 대학도 나타나야 한다. 다양한 대학이 공존하고 서로 배우고 가르치는 과정에서 교수와 학생들이 미래를 준비할 수 있게 된다.
대학의 경영방식도 전통을 지키는 대학과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는 대학이 공존해야 한다. 교수가 가르치는 대학, 교수 대신 인공지능(AI)이 가르치는 대학, 학생이 주도적으로 배우는 대학, 대학 아닌 대학 등 다양한 대학이 나올수록 그 사회는 혁신적이 되고, 혁신성이 많은 사회일수록 미래 변화에 대응하고 미래 변화를 이끄는 지속가능성이 생긴다.”
- 대학 총장으로 계실 때 끊임없이 ‘혁신’을 강조했다. 인천대 총장 재직 시에는 실제로 혁신 성과를 보여주셨다. 혁신 대학 관련해 ‘WURI랭킹’을 신설해 대학가의 반향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2016년 인천대 총장 취임 시절 몇 가지 목표를 설정했다. 그중 하나가 인천대가 세계 100대 대학이 되자는 거였다. 이 목표는 인천대 구성원들과의 약속이 되었다. 다만 다양한 세계 대학 랭킹 중 어느 랭킹에서 100대 대학이 되겠다고 콕 짚어 얘기하지는 않았다. 대학에 대해 여러 가지 평가기관이 있고, 어느 기관이 가장 적절한지에 대해 당시에는 구체적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인천대가 슬로건으로 잡은 “공간에서 세계로, 시간에서 미래로” 나아가는 노력에 대한 평가를 제대로 해줄 수 있는 기관을 찾아봤다. 그러나 그런 기관이 없었다. THE, QS 등 대학 내부 통계자료에 기반을 둔 기존 평가기관은 공간에서 국내, 시간에서 과거를 중심으로 평가한다는 것을 확인했다. 세계를 지향하고 미래를 추구하는 인천대의 노력을 기존 기관으로부터 평가받는다는 것은, 보디빌딩을 하는 남성이 여성이 나가는 미스코리아 대회에 나가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봤다.
20세기 최고의 경영구루인 피터 드러커 교수가 한 얘기가 있다.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미래를 창조하는 것이다.” 아예 새로운 평가 모델을 만들기로 했다. 이게 바로 WURI(World’s Universities with Real Impact)라고 부르는 혁신대학 랭킹이다.
(사진=한명섭 기자)
- 대학이 만들어가는 미래를 평가한다는 점이 흥미로울 뿐만 아니라 혁신적 사고라고 본다.
“기존 대학평가와 대학랭킹은 과거 통계자료를 바탕으로 평가한다. 교수와 학생 수, 교수 논문 수, 피인용 논문 수 등 모두 과거 자료다. 과거 자료이기에 평가는 어렵지 않다. 그러나 과거가 미래를 평가해주지는 않는다. 각 대학이 계획하고 실행하고 있는 혁신 프로젝트들이 그 대학의 미래를 결정한다. 그렇다면 대학들의 혁신 프로젝트를 모아서 평가하면 되지 않겠는가.
때마침 2018년 네덜란드 그로닝겐(Groningen)에 있는 한자대학(Hanze University of Applied Sciences)에서 창립 220년을 기념하는 행사 중 하나로 세계 대학 총장 10명을 초청했다. 이 자리에서 제가 가진 새로운 대학 평가에 대한 제안을 했고, 모두로부터 동의를 받았다. 즉석에서 한자대학 동맹(Hanseatic League of Universities) 창립총회를 열고, 2019년 2차 총회를 인천대에서 개최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인천대 총회에서 WURI랭킹에 대한 제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귀국해서 세계 각 대학으로부터 혁신 프로젝트를 수집하기 위한 표준 템플릿을 만들었다. 템플릿에는 ‘계획-실행-평가(PDS: Plan-Do-See)’라는 틀을 넣었다. 즉 대학이 혁신 프로젝트를 어떤 목표를 위해 시작했고, 인력과 예산을 얼마나 투입해 실행했으며, 구체적인 결과가 어떻게 나왔는지, 그리고 다음 단계에서 무엇을 추가할지를 정리하도록 했다.
2019년 인천에서 열린 한자대학동맹의 2차 총회에서 이 제안을 받아들이고 총회에 참여한 100여 대학들이 동참하기로 했다. 아쉽게도 2020년부터 3년간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한자대학동맹 총회는 열지 못했지만 대학들은 이 템플릿을 이용해 혁신 프로젝트를 제출했다. 2020년에 120여개 대학, 2021년에 250여개 대학, 2022년에 500여개 대학으로 늘어났다. 내년 발표에는 800여개 대학이 이미 혁신 사례를 제출해서, 참여 대학 숫자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앞으로 WURI랭킹 참여대학 숫자가 1만개 이상으로 늘어나 세계에서 가장 큰 대학 랭킹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 WURI랭킹의 가장 큰 장점을 꼽는다면.
“네 가지만 들겠다.
첫째는 ‘투명성’이다. 기존 대학 랭킹은 평가자와 평가 과정이 철저한 비밀에 싸여 있다. 베이스 데이터도 알려주지 않는다. 투명성에 문제가 있다. WURI랭킹은 혁신 사례를 제출한 모든 대학의 총장들이 평가자가 된다. 총장 한 명이 수백 개의 사례를 혼자 읽을 수는 없기에, 여러 보직교수들과 함께 읽는다고 한다. 어떤 대학에서는 아예 평가팀을 만들어서 사례를 돌려 읽으면서 평가도 하고 공부도 한다고 들었다. WURI랭킹 본부에서는 각 대학이 보내온 평가 결과를 합산하는 작업만 한다. 모든 베이스 데이터는 인터넷에 공개되어 있다.
둘째는 ‘배움’이다. 기존 대학 랭킹에는 통계 자료만 있기 때문에 랭킹이 높은 대학을 부러워하지만, 통계 자료로부터 배울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WURI랭킹은 여러 대학이 제출한 혁신 프로젝트 사례들을 총장들이 읽으면서 다양하고 독특한 대학 혁신 사례를 배울 수 있다. 한 마디로 참여 대학들 간에 집단지성이 형성된다.
셋째는 ‘현장적용’이다. 기존 대학 랭킹은 전통적인 연구와 교육을 강조하기 때문에 산업현장에 대한 배려가 없다. WURI는 사회 수요의 변화에 따라 끊임없이 혁신하는 대학을 대상으로 한다. 자연스럽게 현장에 대한 적용이 대학 평가의 기준이 되고 대학 발전의 목표가 된다.
넷째는 ‘확장성’이다. 기존 대학 랭킹은 전통적인 대학이 추구하는 노벨상 급의 연구 수월성을 강조하기 때문에 100개가 채 안되는 대학들이 주연이고, 나머지 대학은 조연이나 엑스트라에 불과하다. WURI 랭킹은 3만 개가 넘은 대학들, 그리고 네오 부티크 대학이라고 불리는 대학 아닌 대학들이 모두 주인공이다. WURI랭킹에서는 어느 대학이든지 차별화되고 훌륭한 혁신 프로젝트 하나만으로 단숨에 1등이 될 수 있다. 다른 랭킹에서는 명함도 낼 수 없었던 개도국의 신생대학들도 당당히 랭킹에 들었다. 기존 랭킹에서는 100등 안에 들 수 없었던 인천대도 혁신 프로젝트 22가지를 사례로 만들어서 제출했고, 그 결과 2020년 6월에 발표된 WURI 랭킹에서 35등 했다. 결과적으로 2016년에 인천대 가족과 약속했던 100대 대학 목표를 총장 임기가 끝나기 전에 달성했다.”
- 이사장께서 강조하는 ‘대학 혁신’은 무엇인가. 또 ‘대학 혁신’을 저해하는 요인은 무엇인가.
“드러커 교수가 “측정 없이는 개선도 없다(No Measurement, No Improvement)”라고 평가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평가 없는 혁신은 하다가 중단된다. 대학의 과거를 통계자료가 보여준다면, 대학의 미래는 미래를 준비하는 혁신 프로젝트를 통해 평가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전 세계 대학의 혁신 프로젝트를 사례로 모아서 이를 평가하기로 했고, 그 결과 WURI 랭킹이 만들어졌다.
혁신은 한 마디로 ‘불만족스러운 현재’와 ‘원하는 미래’를 연결하는 다리다. 혁신의 다리를 넘는 자만이 원하는 미래를 가질 수 있다. 따라서 현재가 만족스러운 대학은 혁신을 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사람들은 대학 혁신을 못하는 이유로 자금 부족을 든다. 그러나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혁신을 저해하는 첫째 요소는 ‘현재에 대한 만족’이다. 혁신은 가죽을 벗기는 아픈 일이기에 현재가 만족스러운 사람은 혁신을 피하거나 심지어는 거부한다.
제가 36년간 근무한 서울대를 비롯해 연세대, 고려대와 같은 선도적인 대학들은 구성원 중 상당수가 현재에 만족해 한다. 구성원들이 현실에 만족하는 대학에서는 혁신이 일어날 가능성이 별로 없다.”
(사진=한명섭 기자)
- 혁신하는 과정에서 어려운 점도 정말 많다. 인천대 총장 시절 혁신 과정의 어려움은 어떻게 해결했는지. 특히 조직에 혁신 DNA를 도입하려면 어떤 점을 고려해야 성과를 낼 수 있을까.
“조직의 혁신을 위해서는 내부적인 공감대(컨센서스) 형성이 우선이다. 대학 조직을 예로 들면 평균적으로 만족해하는 그룹과 불만족스러운 그룹으로 크게 나눠볼 수 있다. 전자는 혁신에 대한 거부감이 있기 마련이다. 따라서 조직 내 혁신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서로 상반된 입장에 있는 이들과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2016년 총장 취임 직후 처장·학장·원장 등 보직교수 28명과 함께 혁신 워크숍을 3번 가졌다. 당시 한 분이 1개씩, 총 28개의 혁신 프로젝트를 도출했다. 각 프로젝트마다 담당자를 두고 혁신을 맡겨야하는데 예산이 부족했다. 시작도 하지 않은 프로젝트여서 담당 조직도 없었다. 그 자리에서 보직교수들이 자신이 제안한 아이디어와 가장 밀접한 관계가 있는 혁신 프로젝트를 하나씩 맡기로 뜻을 모았다. 그들에게는 고유 업무가 있었지만, 변화와 혁신을 위해 새로운 업무를 맡아 준 것이다. 이들에게 기종 보직에 추가해서 ‘혁신 챔피언’이라는 두 번째 직책을 드렸다.
이 과정에서 부수적인 효과가 생겼다. 처장, 학장, 원장들이 혁신 프로젝트를 하나씩 맡아서 진행하다 보니 기존 업무는 부처장, 부학장, 부원장에게 맡기고 그들 스스로가 혁신 주체가 된 것이다. 그러다 보니 각 부서에 자연스럽게 혁신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기존 업무에 혁신 바람이 들어가고, 대학 전체도 혁신 조직이 되었다. 일반적으로 보직자들은 기존 업무를 맡다 보니 보수화되기 마련인데, 이들이 오히려 ‘혁신의 챔피언’이 된 것이다. 한국 대학사회에서 인천대가 혁신의 대명사가 되었다면, 그 이유는 보직교수들, 그리고 이들과 함께 해준 직원 선생님들 덕분이다.
혁신과 관련해 오해하고 있는 부분이 하나 있다. 많은 경영자들이 10가지 혁신을 추구하면 혁신 결과물이 10개가 나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스마트폰이 혁신적 제품이라고 비유한다고 치자. 이 제품 안에는 7000개 정도의 부품이 있고, 이러한 부품들이 상호작용을 일으켜 1개의 혁신을 이뤄내는 것이다. 혁신 한 개를 한 다음 혁신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고 조바심을 내면 안된다. 수많은 부품을 조립해서 제품을 만들 듯, 수많은 혁신 프로젝트를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하고 개발하고 순서에 맞춰서 조립해야 한다.”
- 그동안 조만사에 관심을 갖고 지켜봤던 독자들께 메시지를 전한다면.
“조만사를 열독해주신 독자 여러분께 정말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조만사 코너를 담당해주신 여러 기자들도 좋은 아이디어 제공를 비롯해 유익한 피드백을 주셨다. 한분 한분에게 고맙다. 조만사는 한국대학신문과 독자들께서 함께 기획하고 진행한 코너다. 앞으로 훌륭한 아이디어를 주시면 시즌2로 다시 만나 뵙고 싶다. 한국 사회에서 일어난 혁신 사례를 모아 크로스 러닝을 통해 서로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역할을 해보고 싶다. 혼자 가면 빨리는 가겠지만 멀리는 못 간다. 함께 가면 멀리 간다는 말을 믿는다. 독자 여러분과 동행하면 지치지 않고 멀리 갈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부족한 내용을 읽어주신 독자 여러분께 고맙다는 말씀을 마지막으로 드린다.”
조동성 산업정책연구원 이사장(왼쪽)이 김준환 본지 취재부국장과 ‘조만사’ 코너를 진행하면서 못다한 얘기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환담을 주고 받고 있다. (사진=한명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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