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동아 차주경 기자] 스마트팜은 정보통신기술과 데이터를 활용해, 수목과 작물이 잘 자라는 환경을 만드는 자동화 기술이다. 스마트팜 기술을 연구하던 석민 카탈로닉스 대표는 문득 생각했다. 스마트팜은 작물이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기술이다. 그렇다면, 스마트팜의 범위를 넓히고 기술을 고도화하면 작물이 아니라 사람이 살기 좋은 환경인 '스마트 시티'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서울 송파 카탈로닉스 연구소에서 석민 대표와 김승훈 카탈로닉스 영업마케팅팀장을 만났다. 스마트팜 기술을 갈고 닦던 카탈로닉스가 데이터 분석·가공 기업으로 거듭난 이유를 들었다. 정부의 디지털 뉴딜 정책으로 탄생할 스마트 시티의 주춧돌이 되겠다는 포부도 함께 들었다.
“2017년 강원도 빅데이터 신산업분야 대상을 받고 데이터 분석을 가미한 스마트팜 솔루션을 기획했습니다. 처음에는 스마트팜에 쓸 하이드로포닉스(수경 재배, 흙 없이 물과 양분으로만 작물을 기르는 기술)와 아쿠아포닉스(물고기 수경 재배, 물고기와 작물을 함께 기르는 기술) 장비를 만드는 것이 목적이었어요. 그러다 모듈형 스마트팜, 이어 원격 수목 관리·노지 스마트팜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카탈로닉스의 원격 수목 관리·노지 스마트팜 기술은 환경 변화에 민감한 수목과 작물의 환경 변인을 파악하는 데 알맞다. 먼저 NDVI(정규 식생지수, 작물의 식생 유무를 영상으로 파악하는 기준)카메라로 엽록소 지수를 찍어 수목과 작물의 활력도를 측정한다. 작물이 잘 자라면 진한 색이, 잘 자라지 못 하면 옅은 색이 찍히는 원리다. 여기에 온습도와 미세먼지 감지 센서로 다양한 환경 변인을 파악한다.
이렇게 얻은 데이터에 AI를 적용하면 ‘환경 변화에 따른 작물 생육도 예측 이론’이 나온다. 이 이론이 있으면 스마트팜은 환경 변화에 한층 능동적으로 대응한다.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이며 장비도 간소화 가능하다. 기존 스마트팜보다 설치와 관리 비용은 싸면서도 정밀도와 효율은 더 높은 스마트팜이 태어났다.
“1세대나 2세대 스마트팜은 주로 하드웨어에 집중했어요. 센서로 환경 데이터를 측정하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정작 일은 사람이 했습니다. 스마트팜이 ‘습도가 높으니 비가 올 예정’이라고 분석하면 사람이 가서 문을 닫았습니다. ‘토양에 수분이 부족하다’고 분석하면 사람이 물을 줬어요.
카탈로닉스가 생각하는 스마트팜은 다릅니다. 날씨를 비롯해 모든 변수를 스마트팜이 스스로 분석, 판단해서 알맞게 동작하는 것이 우리가 생각하는 진짜 스마트팜이에요. 날이 궂으면 스스로 내부 환경을 움직여 온도와 습도를 조절하고, 식물 상태를 수시로 관찰해 잘 자라도록 돕는 것이 진짜 스마트팜이에요.
그래서 스마트팜에 데이터와 기계학습을 접목하려 노력했어요. 더 다양한, 정확한 데이터를 모아 기계학습으로 분석해서 작물 생육도를 높이고 병충해도 관리하는 시스템을 만들었습니다.
카메라를 쓴 것은 더 선명하고 정확한 데이터를 얻기 위해서입니다. 처음에는 항공 촬영 드론, 위성 촬영을 쓰는 방안을 고려했습니다. 높은 곳에서 사진을 찍어야 넓은 시야를 얻을 것으로 생각했으니까요. 그런데, 둘 다 운용 비용이 너무 비쌌어요. 그만큼 사진을 자주 찍기 어려웠고 사진 해상도도 NDVI를 측정할 만큼 선명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고해상도 카메라로 데이터를 얻자고 생각했습니다. 가격이 싸고 화질도 좋으니까요. 적용 범위도 수십ha(1ha는 축구장 1.5개와 유사한 면적)를 커버할 정도로 넓어요.”
카탈로닉스는 원격 수목관리·노지 스마트팜 기술을 전국 각지에서 시험 운용했다. 선택과 집중 차원에서 부가가치가 높은 잔디 관리 부문에 우선 적용했다. 그러자 또 다른 비즈니스모델이 보였다. 잔디를 많이 쓰는 곳인 골프장, 지자체가 만든 도심 녹지를 원격 수목관리 기술로 관리하는 것이다.
“가로수나 공원 등 도심 녹지를 확보하는 것은 환경 면에서 아주 중요합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나무를 심고 양생할 때 관리가 잘 되지 않았어요. 그래서 나무가 죽거나 잘 크지 못했습니다. 카탈로닉스의 원격 수목관리 기술을 도심 녹지에 적용했는데, 인력을 관리하기 편해지고 노동력도 줄일 수 있었어요. 그래서 골프장이나 축구장 등 더 많은 도심 녹지에 저희 시스템을 적용하려고 합니다.”
석민 대표와 카탈로닉스 임직원은 모두 지구과학, 원격탐사 전문 인력이다. 박사급 인력들이 모여 데이터과학 관점에서 데이터 가공과 기계학습을 연구한다. 어떤 빅데이터 컨설팅 의뢰를 받아도 효율 좋은 정보·데이터 활용 방안을 제시할 역량을 갖췄다. 기업의 빅데이터 컨설팅 및 시스템 기획 경력을 토대로 최근에는 정부와 지자체의 공공데이터 발굴과 분석 사업도 맡았다.
“데이터과학은 최근 대두된 ESG, 환경 부문에서도 큰 위력을 발휘합니다. 날씨, 기온 등 환경 요소는 정말 예측하기 어려워요. 하지만, 카탈로닉스의 장점인 분광분석(빛과 물질의 성질로 현상을 분석하는 것), 수리수문학(물의 흐름을 연구하는 학문)을 활용하면 환경 변화에 선제 대응하고 피해를 줄일 수 있어요.
이해하기 쉽게 예를 들어볼게요. 미세먼지를 없애는데 나무, 녹지대가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나무의 생육활력도와 관리 방법, 녹지대의 위치나 크기에 따라 미세먼지 저감 효율이 아주 크게 바뀝니다. 그냥 나무를 많이 심고 녹지대를 많이 만든다고 효과를 얻는 것이 아니에요. 데이터과학 기술로 나무, 녹지대의 미세먼지 저감 효율을 높일 수 있습니다. 이처럼 카탈로닉스는 데이터를 토대로 우리가 사는 환경의 질을 높일 방법론을 연구하는 회사입니다.”
카탈로닉스는 서울시설공단을 비롯한 여러 파트너와 수도권 도심 녹지 관리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이미 도심 녹지 환경에 이상이 생기면 자동으로 담당자에게 통보하고, 스스로 위험 요소를 분석하는 기술을 실증 실험하고 있다. 여기에서 얻은 환경 기조 데이터는 AI를 가르칠 교과서가 된다.
나아가 미세먼지와 온습도, 소음과 조도(빛의 밝기) 등 대도시 환경을 실시간 관리하는 기술도 연구한다. 도심 녹지, 대도시 환경에서 얻은 데이터는 사람이 살기 좋은 도시 ‘스마트 시티’를 만들 자양분이다.
스마트팜보다 훨씬 넓고 환경도 다양한 스마트 시티를 연구하려면 수ha에서 수십ha에 달하는 넓은 영역의 변화를 포괄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카탈로닉스의 장점인 카메라·무인스테이션 기반 모니터링 시스템 뿐이라고 석민 대표는 강조한다.
우리나라 정부는 ‘안전하고 편리하고 똑똑한 나라’를 주제로 삼고 디지털 뉴딜 사업을 펼친다. 데이터를 토대로 사회 간접자본, 도로나 건물 등 도시 내 각종 시설을 디지털화하는 사업이다. 석민 대표의 눈은 디지털 뉴딜 사업 이후 구축될 스마트 시티를 본다.
“정부의 디지털 뉴딜 정책은 카탈로닉스의 비전과 같습니다. 데이터 솔루션을 도입해 사람이 살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이 저희 목표입니다. 지금까지 개발한 식생 솔루션도 이 목표의 일환이에요. 식물이 잘 자라는 곳이어야 사람도 잘 사니까요. 도심 녹지를 비롯해 사람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 환경을 만들 거에요.
카탈로닉스는 농촌 스마트팜, 식생분석 전문 기업으로의 경험을 살려 데이터 분석·가공 전문 기업으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데이터는 모든 것을 가능케 합니다. 데이터는 어떻게 분석하고 쓰느냐에 따라 가치가 달라집니다. 카탈로닉스는 데이터 분석과 가공 기술은 물론, 수집 도구인 하드웨어도 가졌습니다. 기술과 경력을 토대로 대한민국 스마트 시티의 중추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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