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목할 만한 해외 현대 미술 작가를 소개합니다. 이들은 성장 배경도, 작품으로 표현하는 것도 모두 다릅니다. 하지만, 이들의 작품에는 예술 애호가들이 좋아하는 요소 ‘구상(具象, 추상과 반대되는 개념으로, 실제로 있거나 상상할 수 있는 사물을 사실적으로 표현하는 미술)’과 ‘다채로운 색감’이 잘 녹아들었습니다.
하비에르 카예하(Javier Calleja)
스페인 작가 하비에르 카예하는 아시아 소비자들이 특히 더 사랑합니다. 서울옥션, 케이옥션 등 우리나라 예술 작품 경매에도 그의 작품이 여러 번 출품됐습니다. 그는 홍콩, 그리스, 독일, 도쿄, 스페인, 로마, 런던 등 여러 도시에서 갤러리와 미술관 전시를 열고 현대 미술계의 주요 작가로 떠올랐습니다.
하비에르 카예하의 작품에는 텍스트가 적힌 티셔츠를 입은, 커다랗고 초롱초롱한 눈을 가진 아이가 등장합니다.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어린시절을 떠올리며 그렸다는 이 캐릭터는 한편으로는 그의 자화상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그의 분신이기도 합니다.
니콜라스 파티의 작품(왼쪽)과 하비에르 카예하의 작품. 출처 = 테사
주머니에 들어갈 만큼 작은 캔버스부터 사람 크기만한 캔버스, 조각, 설치까지 여러가지 매체를 통해 자유롭게 자신의 행복했던 추억을 꺼내는 하비에르 카예하는 단순하게 보이는 캐릭터를 통해 행복, 공감, 아이러니, 반항심 등 그가 느낀 많은 감정을 이야기합니다. 그만큼 캐릭터에 대해 애착도 가지고 있지요.
하비에르 카예하는 자신의 작품에 등장하는 캐릭터를 어디서 어떻게 영감을 받아 그리게 됐는지, 어떤 테크닉을 주로 쓰는지는 이야기하지만, 작품을 통해 무엇을 표현하고자 했는지, 작품의 의도나 작품세계가 무엇인지는 설명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작품이 감상자에게 열려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는 감상자가 본인의 생각과 감정을 덧붙여 자신의 작품을 완성하기를 바랍니다.
그는 전시를 준비할 때마다 새로운 시도를 합니다. 캐릭터를 그릴 때 몸통은 빼고 머리만 표현하거나, 티셔츠에 넣었던 문구를 캐릭터의 주변 공간으로 옮기는 식입니다. 이처럼 창작 활동에 늘 열정을 갖고 임하는 하비에르 카예하이기에 그와 그의 작품의 인기는 나날이 높아집니다.
헤르난 바스(Hernan Bas)
세계 3대 경매사 중 한 곳인 필립스(Phillips)는 최근 강남의 한 갤러리에서 차세대 스타 작가들을 대거 소개하는 전시를 개최했습니다. 그 중 한 명으로 소개된 헤르난 바스는 2000년대 초반 뉴욕 미술계에 등장한, 현대 미술계의 핵심 작가입니다.
1978년생으로, 40대의 젊은 나이로 왕성하게 활동 중인 헤르난 바스는 자신이 태어난 미국 마이애미, 그리고 디트로이트를 오가며 작업을 이어갑니다. 그는 화려한 색채를 이용해 현실과 환상이 뒤섞인 몽환적인, 낭만적인 분위기의 풍경과 인물을 그려 주목을 받습니다.그의 작품에는 항상 아이도 어른도 아닌, 그 경계에 있는 소년들이 주로 등장합니다. 이 소년들은 그의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중요한 주제를 나타내는 인물들입니다. 소년과 어른의 경계에 서 있는 것처럼 미성숙하고 불안정한 존재입니다.
헤르난 바스는 ‘불확실 상태에 놓인 인물이 가장 매력적’이라고 여겼는데요, 이들이 느끼는 불안과 방황을 강렬하고 생생한 색감과 붓터치를 통해 표현합니다. 자기 자신에 대한 고민과 방황 없이는 성숙한 어른이 될 수 없겠지요. 헤르난 바스의 작품에 보이는 인물들의 불안함과 몽환적인 분위기를 보면서 여러분 스스로의 내면을 돌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헤르난 바스는 미술애호가이자 컬렉터로 유명한 메라&도널드 루벨(Mera & Donald Rubell)부부의 컬렉션에 포함되면서 주목을 받았는데요, 현재 그의 작품은 휘트니 미술관,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 L.A 현대미술관 등 주요 미술관에도 소장되어 있습니다.
알렉스 카츠(Alex Katz)
알렉스 카츠는 지금 세대에서 가장 인정 받고 작품을 널리 전시하는 예술가들 중 한 명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2018년, 롯데 뮤지엄이 연 대형 전시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이름을 알렸지요. 알렉스 카츠의 작품은 단순하고 세련된 구성으로 넓은 붓터치를 이용한 초상화와 풍경화가 주를 이룹니다.
그가 자신의 예술 커리어를 시작했을 때, 1950년대의 주류 미술은 추상과 팝아트였습니다. 알렉스 카츠는 인간의 형상을 그리는 새로운 방법을 발명했는데, 당시에는 주류 미술 그 어디에도 포함되지 않아 주목 받지 못했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지난 70년 동안 자신만의 길을 걸었습니다.
알렉스 카츠는 초기부터 초상화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그의 동료들, 특히 그의 아내 에이다(Ada)를 모델로 많은 초상화 작업을 이어 나갔습니다. 단색 배경을 바탕으로 인물의 한 순간 또는 한 부분을 포착한 듯한 커다란 스케일의 초상화를 많이 그립니다. 1980년대 후반과 1990년대, 알렉스 카츠는 대형 풍경화에 많은 관심을 쏟았는데요, 그의 풍경화는 멀리서 한 장면을 관찰하기보다는 가까운 자연에 감싸여 있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힐러리 페시스(Hilary Pecis)
힐러리 페시스의 작품 특징은 특유의 다채로운 색감과 기하학적 패턴, 매끄러운 붓터치입니다. 전업 작가로 활동한 지 불과 3년 만에 세계 예술 애호가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그녀의 작품은 거의 모두 화려하고 생기 넘치는 색채로 그린 정물화와 풍경화입니다. 그리고 그녀의 모든 작품은 주제와 관계 없이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 주는 고요함을 품었습니다.
힐러리 페시스의 작품(오른쪽). 출처 = 테사
로스앤젤레스에서 작업을 이어가는 힐러리 페시스의 풍경화에는 따뜻하고 맑은 미국 남부 캘리포니아 특유의 분위기가 잘 드러납니다. 그녀의 정물화에는 커피 테이블을 가득 메운 간식들, 벽에 걸린 장식품들, 책꽂이에 빼곡히 들어찬 책들처럼 일상에서 흔히 마주할 수 있는 이미지로 가득합니다. 마치 누군가의 일상에 들여다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그녀의 작품을 통해서 우리는 그 작품 속 ‘누군가’의 경험과 관심사를 탐험할 수 있죠.
미대를 졸업했지만, 취미로만 그림을 그렸던 힐러리 페시스는 LA의 데이비드 코단스키(David Kordansky) 갤러리의 레지스트라(Registrar, 소장품관리원)로 취직했었습니다. 근무 중 꾸준히 그림을 그려왔던 그녀는 현재 자신이 일 했던 데이비드 코단스키 갤러리의 전속 작가가 되었습니다. 아직 자신의 기량을 충분히 펼칠 수 있는 40대의 젊은 나이인 만큼, 앞으로의 커리어가 기대되는 작가입니다.
에드가 플랜스(Edgar Plans)
에드가 플랜스의 작품에는 ‘애니멀 히어로즈(Animal Heroes)’가 등장합니다. 이들은 동그랗거나 뾰족한 귀가 달린 다채로운 색깔의 마스크를 쓰고 있는데, 동그랗고 커다란 눈이 인상적이지요. 이 캐릭터는 그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니, 한 번이라도 만난 적이 있다면 다음부터는 그의 작품을 알아보기 더 쉬울 것입니다.
에드가 플랜스의 작품에 보이는 귀여운 캐릭터들은 무모하고 장난기 넘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밝은 색감과 어린아이가 낙서를 한 듯한 표현은 유쾌하고 경쾌해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는 이러한 순수해 보이는 예술적 표현을 통해 아이러니하게도 젠더 갈등, 인종 차별, 기후 변화 등 무거운 사회 정치적 문제 의식을 표현합니다.
에드가 플랜스는 회화 뿐만 아니라 드로잉, 아트토이, NFT와 메타버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매체를 이용하여 작품 활동을 이어갑니다. 그의 작품은 이미 여러 주요 경매에 자주 등장했으며 꾸준히 낙찰 기록을 경신하는 만큼 시장성을 충분히 입증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니콜라스 파티(Nicolas Party)
니콜라스 파티는 주로 풍경화, 정물화, 초상화 세 가지 장르를 통해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펼칩니다. 스위스 로잔(Lausanne)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그는 풍경과 자연에서 큰 매력을 느꼈고, 19세기 스위스의 유명한 화가인 펠릭스 발로통, 페르낭드 호들러 등 예술가들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동시대의 다른 작가들이 잘 쓰지 않는 재료인 파스텔을 이용해 작업하는 것으로도 유명하지요.
니콜라스 파티의 작품(가운데)과 하비에르 카예하의 작품(오른쪽). 출처 = 테사)
그의 작품은 선명하고 다채로운 색감과 단순한 화면 구성, 기묘하면서도 몽환적인 이미지가 인상적입니다. 오래 전부터 그려지던 풍경, 인물 등의 주제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재해석해 관객에게 친근함과 낯섦을 동시에 선사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그래피티와 벽화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만큼 회화뿐만 아니라 벽화, 조각, 설치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법으로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2019년 메가 갤러리인 하우저앤워스(Hauser & Wirth)갤러리의 소속 작가로 활동하게 된 만큼 미술계에서의 활약이 기대됩니다.
글 / 아트파이낸스그룹 류지예 팀장
아트파이낸스그룹은 뉴노멀 시대를 맞아 금융의 영역을 예술 산업으로 넓혀 신성장 동력을 모색하고 위험 대비 수익을 제공할 투자처를 발굴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홍익대학교 동아시아예술문화연구소와 예술금융 교육, 다양한 세미나도 엽니다. 주 업무는 예술품 거래 데이터 분석, 예술 부문 비즈니스 컨설팅 및 연구이며 아트 펀드도 준비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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