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중 전력 사용량이 가장 높은 시기는 아무래도 여름입니다. 우리나라는 겨울에는 도시가스로 난방을 하는데, 여름에는 전기로 냉방을 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전력 수요가 몰립니다. 올해는 역대급 무더위가 예상되는 만큼, 이미 가정에서도 선풍기나 에어컨 등 계절 가전을 가동하기 시작했는데요. 그런데 혹시 이런 계절 가전 청소보다 훨씬 더 중요한, 전기화재 대비도 철저히 하셨나요?
전기로 인한 화재는 부주의로 인한 화재 다음으로 발생 빈도가 높습니다. 출처=셔터스톡
국가화재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6월부터 올해까지 발생한 3만 9천 건의 화재 중 약 1만 건이 전기적 요인으로 인한 화재이며, 화재 원인도 오래된 절연체로 인한 문제와 콘센트의 트래킹 및 접촉 불량 등이었습니다. 트래킹 현상은 전기 제품의 분리된 전극 사이에 먼지나 오염 물질이 도전로로 작용해 화재를 일으키는 현상인데, 쉽게 말해 먼지가 끼어 화재로 이어지는 경우를 말합니다. 본격적인 에어컨 가동을 앞둔 지금, 가정 내 전기 화재를 예방하려면 이렇게 하면 됩니다.
멀티탭, 최대 2년 정도 사용하면 교체 고려해야
멀티탭의 권장 수명은 1년입니다. 커버를 사용하고 먼지가 유입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게 좋습니다. 출처=셔터스톡
하나의 전기 콘센트를 여러 개로 늘려주는 멀티탭. 멀티탭에 전열 기구 등 소비전력이 높은 제품을 너무 많이 꽂으면 안 된다는 건 잘 알고 있는 상식입니다. 하지만 멀티탭의 권장 사용 기간이 1년에서 최대 2년이라는 걸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사용하는데 별 문제가 없는 데다가, 매번 번거롭게 교체하는 것도 곤란하기 때문이죠.
멀티탭을 사용하다 보면 내부에 자연스레 먼지가 쌓이게 되고, 이 먼지가 수분과 반응하여 화재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또 멀티탭에 전력이 공급되면 열이 발생했다가 전력이 차단되면 식는 과정이 반복되는데, 이러면서 멀티탭 내외부는 점점 노화됩니다. 재질이 노화되면 이 역사 화재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오래된 멀티탭은 바로 교체하고, 내부에 먼지가 들어가지 않도록 커버를 사용하길 권장합니다.
누전 차단기는 월 1회 확인, 수리는 전문가에게
누전 차단기도 10년에서 15년이 지나면 교체하는 게 좋습니다. 출처=셔터스톡
누전 차단기(분전함, 두꺼비집)는 누전을 감지하여 전원을 차단하는 장치입니다. 집안에 전기가 나갔을 경우, 누전 차단기 스위치는 내려가는 게 일반적이지요. 기본적으로 누전 차단기는 월 1회 빨간색 시험 단추를 눌러 정상으로 동작하는지 확인합니다.
또한 반복적으로 누전 차단기가 내려가거나, 집안 내 전등이 불규칙하게 반짝이거나 특정 플러그를 꽂았을 때 전기 공급이 불안해지면, 전기 전문가를 불러 누전 차단기를 확인해야 합니다.
누전 차단기도 수명이 있습니다. 원칙적으로는 건물 수명이 다할 때까지 문제가 없어야 하지만, 약 10년에서 15년 정도 사용했다면 교체하는 게 좋습니다. 실제로, 기자 역시 작년에 에어컨을 시험 가동했을 때 실외기에서 전기 충격음이 발생했는데, 원인은 에어컨 자체가 아니라 누전 차단기 내 고정 나사가 십수 년간의 진동으로 풀린 것이었습니다. 이렇게 노화된 누전 차단기는 전자 제품에 피해를 주고, 화재 원인이 될 수 있으니 관심 갖고 관리해야 합니다.
콘센트는 완전히 꽂고, 뽑을 때는 플러그를 잡고 뽑아야
콘센트도 내부에 먼지가 쌓일 경우 교체해주는 게 좋습니다. 출처=엔바토 엘리먼트
플러그를 완전히 꽂지 않고 사용하거나 콘센트가 오래된 경우에도 화재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전기 화재의 두 번째, 세 번째 원인이 콘센트 내부의 먼지로 인한 합선과 비정상적인 플러그 접촉입니다.
콘센트 단자는 멀티탭 만큼 먼지가 많이 쌓이진 않지만, 먼지가 유입되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이렇게 유입된 먼지가 내부에 엉킨 상태에서 주변 습도가 높아지면 화재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실제로 콘센트에서 스파크가 크게 튀거나 타는 냄새가 나면서 누전 차단기가 내려가곤 하는데, 콘센트의 잘못된 사용이나 먼지 유입이 주요 원인입니다. 이에 콘센트도 직접 교체하거나, 전기 전문가를 불러 주기적으로 점검, 교체하는 게 좋습니다. 플러그를 뽑을 때는 플러그 손잡이를 잡고 뽑아야 케이블 단선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에어컨, 이동식 에어컨은 벽면 콘센트에 직결
에어컨 등 소비전력이 높은 기기는 반드시 벽면 콘센트로 연결해야 합니다. 출처=셔터스톡
벽걸이 에어컨의 소비전력은 600~700W, 스탠드형 에어컨의 소비전력은 2000W입니다. 최근 인기인 창문형 에어컨은 500~700W 사이고, 이동식 에어컨은 1000~1400W 사이로 훨씬 높습니다.
스탠드형 에어컨 케이블은 소비전력이 높기 때문에 일반 전자제품보다 훨씬 두껍습니다. 만약 이 플러그를 2000~2400W 멀티탭에 꽂을 경우 과부하로 화재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동식 에어컨 역시 소비전력이 높아, 2000W 용량의 멀티탭으로는 안전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스탠드형 에어컨은 반드시 벽에 설치된 단독 콘센트에 꽂아야 하고, 부득이하게 연장이 필요할 경우라면 정격 전류가 16A 250W에 케이블 면적이 3C X 1.5㎟ 규격 이상인 고용량 멀티탭을 사용해야 합니다.
정격 전류가 16A 250W 더라도 케이블 면적이 부족하면 고용량 멀티탭이 아니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고용량 멀티탭은 에어컨 이외에도 냉장고나 세탁기, 전자레인지 등 소비전력이 높은 기기를 여럿 사용해야 할 때 화재 예방에 도움이 됩니다.
관리의 사각지대, 냉장고 컴프레셔
냉장고 후면 아래의 컴프레셔도 화재를 유발할 수 있습니다. 커버를 열고 청소하면 소음과 소비전력을 개선할 수 있습니다. 출처=셔터스톡
여름철 가장 열심히 동작하는 가전기기는 에어컨이 아닌 냉장고와 김치냉장고입니다. 냉장고는 24시간 돌아가고, 주위 온도가 높을수록 전력 사용량이 늘어나는 특성이 있습니다. 다만 크게 신경 쓰지 않더라도 십 수년 이상은 문제없는 경우가 많아서, 여름철에도 굳이 따로 관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냉장고를 적당히 관리하지 않으면, 소비전력이 늘고 소음이 심해지며 심각한 경우 화재로도 이어질 수 있습니다.
냉장고 뒷면의 아래쪽에는 환기구가 있는 커버가 있습니다. 이 커버를 열면 냉매를 압축하는 컴프레서와 열교환기(냉각핀), 쿨링팬 등이 있습니다. 온도를 낮출 때 컴프레서가 냉매를 압축하고, 이때 발생하는 열을 해소하기 위해 쿨링팬이 외부 공기를 잡아당기면서 먼지가 쌓이게 되는 것이지요. 이 상태로 계속 사용하면 그만큼 냉각 효율이 떨어져 냉장고가 더 세게 가동되고, 온도가 높아지면서 고장이나 화재의 원인이 됩니다.
따라서 냉장고는 1년에 한 번, 적어도 3년에 한 번씩은 커버를 열어서 내부를 청소해야 합니다. 10년 이상 사용했다면 제조사 서비스센터 등을 통해 제품 상태를 점검하는 것이 좋습니다. 단 내부 청소 중 파이프에 충격이 가해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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